유럽연합(EU)이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전면 침공에 대응해 19번째 대(對)러시아 제재 패키지를 준비 중이다. 이번 패키지는 러시아의 ‘섀도 탱커(shadow tanker) 선단’과 금융기관을 겨냥하며, 러시아산 원유 판매에 대한 추가 제한 조치도 포함할 전망이다.
2025년 9월 12일, 인베스팅닷컴 보도에 따르면, 유럽연합 집행위원회(European Commission)는 9월 13일(현지시간) 위 내용이 담긴 제재 패키지 초안을 공식 제안할 예정이다. 1 이는 EU가 러시아의 전쟁 지속 능력을 약화하기 위해 단행하는 19번째 조치다.
이번 제재의 핵심은 ▲러시아 원유 운송을 전담하는 ‘섀도 탱커’로 불리는 선박 네트워크에 대한 금융·보험 서비스 차단 ▲러시아와의 거래를 중개하거나 자금세탁 통로로 의심되는 중앙아시아 2개국 소재 일부 은행의 블랙리스트 등재 ▲독립계 중국 정유소에 대한 역(逆)규제 가능성이다. EU 외교·안보정책 고위대표인 카야 칼라스(Kaja Kallas)는 X(구 트위터)를 통해 “새 패키지는 러시아의 전쟁자금 흐름을 실질적으로 차단하는 데 초점을 둘 것”이라고 밝혔다.
섀도 탱커란 무엇인가?
러시아산 원유는 2022년 이후 대규모 국제 제재를 받은 뒤, 선박 위치 정보를 끄거나 선적 정보를 조작해 ‘제3국 원유’로 둔갑하는 방식으로 시장에 유통돼 왔다. 이러한 선단을 가리켜 ‘섀도 탱커’라 부른다. 국제해사기구(IMO) 규제망을 피해 다니는 만큼, 보험사·해운사·금융기관이 거래 중단을 선언할 경우 운송 자체가 어려워진다. 이번 EU 제재가 섀도 탱커를 정조준한 이유다.
은행 블랙리스트와 중국 정유소 제재 가능성
EU가 중앙아시아 소재 은행들을 겨냥하는 배경은, 러시아 기업과 러시아 정부가 해당 지역 금융기관을 통해 결제 시스템을 우회하고 있다는 정보에 기반한다. 은행 블랙리스트에 오르면 달러·유로 결제망에서 사실상 퇴출돼 지역 경제에도 큰 파장이 예상된다.
또한 독립계 중국 정유소(일명 ‘티팟(Teapot) 정유소’)가 러시아산 원유를 할인 가격에 대량 도입한 뒤 정제유 형태로 재수출한다는 의혹이 꾸준히 제기되고 있다. EU가 이들 업계에 직·간접 제재를 부과할 경우, 글로벌 정제 마진과 에너지 공급망에도 영향이 불가피하다.
향후 절차 및 정치적 함의
EU 제재 패키지는 집행위 제안 → EU 이사회(회원국 정부) 만장일치 의결 → EU 관보(Official Journal) 게재 순으로 발효된다. 27개 회원국이 모두 찬성해야 하기에, 러시아산 원유·가스에 높은 의존도를 가진 일부 동유럽 국가의 입장이 변수로 남아 있다.
정치적으로도 EU는 우크라이나 지원 피로감을 호소하는 회원국 여론과, 러시아 경제를 장기적으로 압박해야 한다는 전략적 목표 사이에서 균형을 모색 중이다. 이번 19차 패키지는 그 균형점 시험대로 평가된다.
시장·산업계 영향 분석
“제재 대상이 확정될 경우, 석유 해상운임과 보험료가 단기 급등할 수 있다.” – 영국계 해운 브로커 익명 인터뷰*편집 규정상 익명 처리
실제 시장에서는 브렌트유 선물 변동성이 확대되고 있으며, 러시아산 원유 가격 상한선(배럴당 60달러)을 어기는 거래에 대한 감시가 강화될 전망이다. 유럽계 해운·보험사도 ‘섀도 탱커’ 여부를 실시간 식별하는 인공지능(AI) 솔루션 투자를 늘리고 있다.
금융 부문에서는 제재 리스트에 오를 가능성이 있는 중앙아시아 은행들이 이미 해외 대차대조표를 축소하고 있으며, 중국 독립 정유소 주가 역시 12일 장중 변동폭이 확대됐다. 이는 EU 결정을 앞둔 ‘선제 방어적 리스크 관리’로 해석된다.
전문가 시각 및 전망
경제제재 전문 연구기관인 브뤼셀 기반 싱크탱크 관계자는 “EU가 제재 강도를 높일 때마다 러시아는 루블 결제 시스템 확대, 제3국 무역 통로 구축 등 우회 전략으로 대응해 왔다”며 “섀도 탱커 금융 차단이 실질적 타격을 주려면 글로벌 보험·재보험 네트워크를 중국, 인도 등 주요 신흥국까지 설득할 필요가 있다”는 견해를 내놓았다.
또 다른 국제에너지경제학자는 “중국 정유소에 대한 제재가 현실화될 경우, 미국·EU와 중국 간 외교 갈등이 증폭될 수 있다”고 평가했다. 이는 세계 에너지 지형뿐 아니라 미·EU 대(對)중국 전략에도 연쇄적인 파급효과를 낳을 가능성이 있다.
마무리
EU의 19번째 대러 제재 패키지는 러시아의 에너지 수익·금융망 봉쇄에 초점을 맞춘다는 점에서 이전 조치들과 유사하면서도, ‘섀도 탱커’·중앙아시아 은행·중국 독립 정유소라는 새로운 표적을 추가했다는 점에서 차별화된다. 회원국 합의와 구체적 조문이 완성되면 글로벌 원유시장, 금융시스템, 지정학 구도의 향배가 다시 한 번 큰 변곡점을 맞을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