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U 디지털시장법(DMA)과 글로벌 빅테크 비즈니스 모델의 대전환
유럽연합(EU)의 디지털시장법(Digital Markets Act, 이하 DMA)이 2024년 말 정식 발효된 이후, 메타 플랫폼스와 애플 등 글로벌 빅테크(Big Tech) 기업들은 자사의 핵심 수익원인 광고 및 앱스토어 모델을 근본적으로 재설계해야 하는 국면에 직면했다. 국내외 투자자와 정책 담당자들은 이 변화가 글로벌 테크 기업의 전략적 선택 및 수익 구조, 나아가 전 세계 디지털경제의 장기적 지형에 미칠 영향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1. DMA 핵심 규정과 적용 대상
- ‘게이트키퍼’ 지정 기준: 월간 활성 이용자(MAU) 4천만 명 이상, 시가총액 7천억 유로 이상 등 엄격한 문턱 통과 시 DMA 적용 대상
- 주요 의무: 자사 서비스 우대 금지, 외부 결제·앱스토어 허용, 데이터 결합 제한 등
- 위반 시 제재: 매출의 최대 10%에 해당하는 벌금, 불이행 시 일일 매출 최대 5% 추가 과징금
메타는 ‘지불 또는 동의(pay-or-consent)’ 광고 모델을, 애플은 앱스토어 외부 결제 및 외부 마켓플레이스 허용 정책을 순차적으로 시행해야 한다. EU 집행위는 2025년 6월부터 이행 여부를 본격 점검하며, 불이행 시 일일 매출의 최대 5% 수준 과징금을 경고한 상태다.
2. 메타의 ‘지불 또는 동의’ 모델 변화와 한계
2023년 11월 메타는 페이스북·인스타그램에서의 타깃 광고 추적을 허용할 경우 무료, 비허용 시 월 구독료를 부과하는 ‘지불 또는 동의’ 모델을 도입했다. 그러나 EU 집행위는 2025년 6월 “제시된 변경사항이 DMA 핵심 준수 요건을 충족하는지 확인할 수 없다”고 평가했다.
• EU 집행위 대변인 “현재로서는 비준수 여부 판단 불가, 6월 말까지 최종 합치성 확인”
• 불이행 시 하루 매출 최대 5% 추가 과징금 부과 가능
메타는 “소비자 선택권 확대를 위해 광범위한 변경을 이미 도입했다”고 반박했으나, EU 당국은 “구체적 준수 매개변수가 모호하다”며 공세를 늦추지 않고 있다. 이처럼 미묘한 시한 전 공방은 단기적 해프닝이 아니라, 빅테크 기업의 글로벌 광고 수익 구조 자체를 재설계해야 하는 중대한 분기점으로 평가된다.
- 수익 구조 분산: 광고 매출 의존도를 낮추고 구독·결제 모델 비중 확대 압박
- 개인정보 규제 강화: GDPR에 이은 DMA의 데이터 결합·이용 제한으로 개인정보 기반 광고 타겟팅 효율성 하락
3. 애플의 앱스토어 결제 정책 개편
애플은 5억 유로 규모의 DMA 위반 과징금 회피를 위해 유럽 앱스토어 정책을 개편, 개발자에게 복잡한 다단계 수수료 체계를 도입하고 외부 앱 다운로드 및 결제방식 허용을 발표했다. 그러나 EU 집행위는 “추가적인 변경이 필요하다”며 애플이 정책을 우회하려 한다는 의혹을 제기 중이다.
구분 | 애플 기존 | 애플 개편안 | DMA 요구사항 |
---|---|---|---|
앱스토어 수수료 | 30% 일괄 부과 | 코어 기술 5% + 다운로드 50센트 + 외부 결제 5% | 외부 결제 허용, 합리적 수수료 |
외부 마켓 | 불가 | 제한적 허용 | 완전 허용 |
표에서 보이듯, 애플 안은 DMA 정신을 충족하기에는 부족하며, 오히려 개발자 불만을 자극하고 있다. 장기적으로 외부 결제·외부 마켓 활성화로 소비자 선택권이 확대되면, 애플의 앱 결제 수수료 매출은 구조적 하향 압력을 받을 소지가 크다.
4. 글로벌 테크 기업의 장기 전략 변화
EU 시장은 전 세계 빅테크 수익의 약 15% 이상을 차지하므로, DMA 대응은 글로벌 전략의 축이 된다. 아래 세 가지 방식으로 장기적 비즈니스 모델 혁신이 필요하다.
- 수익원 다변화: 광고·앱스토어 수수료 외 콘텐츠 구독, 메타버스·커머스 등 신규 수익원 강화
- 글로벌 규제 프레임 적응: 미국·아시아 지역 정책에도 동일 기준 적용 준비, 준법 비용 상승
- 서비스 차별화·고급화: 개인정보 비중 낮춘 AI 추천, 프리미엄 기능으로 유료 전환
특히 메타·애플은 유럽 외 시장에도 ‘동일 수준의 선택권’을 제공해야 하므로, 과거 ‘지역별 차등 정책’을 중단하고 포괄적 신규 요금체계로 전환할 전망이다.
5. 한국·글로벌 기업에 미칠 파급 효과
DMA는 구글·페이스북·애플을 타깃으로 하지만, 서비스 플랫폼에 의존하는 한국 중소 앱 개발사·콘텐츠 기업에도 상당한 영향을 미친다.
- 수익 배분 구조 재편으로 일부 RPG, 이커머스 앱 과금 모델 개선 필요
- 데이터 처리·동의 절차 복잡화로 개발비용 상승·운영 리소스 재배치
- 글로벌 확장 전략 수정: 유렵 이외 시장에도 DMA 유사 규제 확산 가능성 대비
국내 기업은 저비용 개발 생태계를 유지하기 위해, PWA(Progressive Web App) 전환, 외부 결제 시스템 호환성 확보, EU 준수형 SDK 도입 등을 검토해야 한다.
6. 장기 전망과 정책 제언
EU DMA는 디지털 생태계에서 소비자·중소기업·규제기관 간 힘의 균형을 맞추려는 시도로, 빅테크의 지배력 남용을 억제하는 방향이다. 장기적으로 다음과 같은 흐름이 전망된다.
- 규제 선진화 확산: 영국·호주·일본 등 DMA 모델 도입 또는 유사 법안 가동
- 글로벌 비즈니스 모델 표준화: 빅테크는 지역별 제각각 요금체계 대신 글로벌 일원화된 요금·동의 시스템 채택
- 개인정보 보호·데이터 주권 강화: 데이터 이동성·집적 제한이 새로운 경쟁력 변수로 부상
한국 정부와 기업은 EU 모델을 참고해 디지털 서비스 이용자의 권익 보호를 위한 법‧제도를 정비하고, 국내 플랫폼 기업에도 기술·법률·비즈니스 전략 지원을 강화해야 한다. 동시에 글로벌 뉴스 규제 변화에 신속 대응하기 위해 전담 태스크포스(TF) 설치 및 EU 준수형 개발 도구 보급을 권고한다.
맺음말
DMA는 단순히 유럽 시장 규제가 아닌, 글로벌 디지털경제의 새로운 룰을 제시한 혁신적 사례다. 메타·애플은 기존 수익 모델을 재설계하고, 서비스 기획·기술·거버넌스 전반을 장기적 시각에서 혁신해야 한다. 한국 기업도 디지털 규제 패러다임 변화를 조기에 포착해 전략적 대응 역량을 키우는 것이 관건이다.
EU DMA는 ‘법이 기술을 따라잡았다’는 평가를 받지만, 오히려 기술 기업이 규제 리스크를 무기로 장기적 경쟁우위를 확보하는 계기가 될 수도 있다. 글로벌 디지털 시장의 동인이자 규제 주체로서 한국의 역할과 협력 방안을 적극 모색해야 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