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U 집행위원회, 미국 도어대시의 영국 딜리버루 인수 합병(M&A) 승인
브뤼셀발 로이터 보도에 따르면, 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는 9일(현지시간) 미국 음식 배달 플랫폼 도어대시(DoorDash)의 영국 플랫폼 딜리버루(Deliveroo) 인수를 조건 없이 승인했다고 발표했다.
2025년 9월 9일, 인베스팅닷컴의 보도에 따르면, EU 경쟁총국은 이번 거래가 “단일시장 내 경쟁을 실질적으로 저해할 우려가 없으며, 소비자 선택권을 제약하지 않는다”고 결론지었다. 이에 따라 양사 간 약 29억 파운드(약 39억3,000만 달러) 규모의 인수 계약은 모든 규제 관문을 통과하게 됐다.
1. 거래 개요 및 의미
이번 합병은 디지털 플랫폼 기반의 음식 배달 산업에서 이뤄지는 최대 규모 거래 중 하나로 평가된다. 도어대시는 2021년 뉴욕증권거래소(NYSE)에 상장한 이후 공격적인 글로벌 확장 전략을 추진해 왔으며, 유럽 시장에서는 경쟁사 저스트잇(Just Eat Takeaway), 우버이츠(Uber Eats)와 치열한 3강 구도를 형성하고 있다.
딜리버루는 2013년 런던에서 설립된 후 영국 내에서 높은 브랜드 인지도와 물류 네트워크를 구축해 왔다. 그러나 2020년 팬데믹 이후 성장 둔화, 운송비 상승, 플랫폼 노동자 보호 강화 규제 등으로 수익성 압박이 가중됐다. 도어대시는 이번 인수를 통해 유럽·중동·호주 등 10여 개국에서 운영되는 딜리버루의 물류·데이터 인프라를 확보하게 된다.
EU 경쟁총국은 성명에서 “인수 이후에도 각 지역별 음식 배달 시장에는 여전히 다수의 경쟁 플랫폼이 존재해, 가격·수수료·서비스 품질 경쟁이 유지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2. 규제 심사 과정
유럽연합 집행위원회(European Commission)는 인수 의향서가 제출된 지난 5월 이후 약 4개월간 1단계(Phase I) 조사를 진행했다. 이 단계에서는 시장점유율, 경쟁사 수, 진입장벽, 데이터 시너지 효과 등을 종합적으로 검토한다. 위원회는 도어대시·딜리버루 결합 후에도 저스트잇, 우버이츠, 스페인의 글로보(Glovo) 등 다수 업체가 활동하고 있어 독점 우려가 제한적이라고 판단했다.
만약 경쟁 제한 가능성이 포착될 경우 2단계(심층조사)에 착수해야 하나, 이번 건은 1단계에서 곧바로 ‘무조건 승인(Unconditional Clearance)’ 결정을 받아 상대적으로 속전속결로 처리됐다. 이는 최근 EU가 ‘빅테크’ 인수에 대해 강화된 심사를 적용하는 사례가 늘어나는 상황 속에서 이례적이라는 평가도 나온다.
3. 파운드·달러 환율 및 거래 가치
거래 가치는 29억 파운드로, 9일 기준 환율 1달러=0.7384파운드를 적용하면 약 39억3,000만 달러에 해당한다.11: 로이터 환율 환산 기준
이는 딜리버루의 2024년 말 시가총액(약 23억 파운드)을 26%가량 웃도는 프리미엄이며, 도어대시의 2024년 매출(약 88억 달러)의 45%에 달하는 규모다. 업계에서는 도어대시가 ‘규모의 경제’를 통한 배달 비용 절감, 공동 마케팅, 데이터 통합 분석 등을 통해 3~5년 내 손익분기(Break-even) 가속화를 노리는 것으로 해석한다.
4. 산업 배경 및 용어 설명
EU 집행위원회(EC)는 회원국 간 시장통합을 감독하며, 기업결합 심사·반독점 규제·국가보조금 감시 기능을 수행한다. 무조건 승인(unconditional clearance)은 기업이 자산 매각, 가격동결 등 ‘시정조치(remedies)’ 없이 곧바로 거래를 마무리할 수 있음을 의미한다.
반면 조건부 승인(conditional approval)은 경쟁 우려를 완화하기 위한 추가 조치를 요구한다. 이 같은 절차는 EU 내 연간 매출 25억 유로 이상 기업과 1억 유로 이상 인수대상에 의무 적용된다.
5. 시장 영향과 전망
증권가에서는 도어대시가 유럽 핵심 5개국(영국·프랑스·독일·스페인·이탈리아) 점유율을 두 자릿수 후반까지 끌어올릴 경우, 글로벌 GMV(총거래액)가 2026년 800억 달러를 돌파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이는 2024년 추정치 대비 35% 성장한 수치다.
또한 노동조합·정치권이 요구하는 플랫폼 노동자(라이더) 고용조건 개선도 변수다. EU 의회가 추진 중인 ‘디지털 플랫폼 근로지침’이 통과되면, 배달 라이더 상당수가 ‘자가 고용(프리랜서)’이 아닌 ‘근로자’로 분류될 가능성이 있어 인건비 상승 압박이 예상된다.
6. 전문가 해설※분석
시장조사업체 엣지바이애슬론(Edge by Ascential)의 수석 애널리스트 리엄 트레이시는 “코로나19 이후 주춤했던 배달 산업 M&A가 다시 기지개를 켜는 신호”라며 “도어대시가 AI 추천 알고리즘, 라스트마일(Last-mile) 배송 차량 공유 등 기술력을 접목해 추가 가치를 창출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영국 런던정경대학교(LSE) 경쟁정책센터는 보고서에서 “EU의 신속 승인은 유럽 음식 배달 산업이 이미 성숙 단계에 진입했음을 방증한다”고 평가했다. 다만 “향후 데이터 결합으로 인한 개인정보 보호·시장 진입 장벽 등은 지속적인 모니터링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7. 향후 일정
양사는 이번 승인 발표 직후 공동 성명을 통해 “2025년 4분기 내 거래 종결(Closing)을 목표로 한다”고 밝혔다. 딜리버루 주주는 특별주주총회(EGM)를 열어 주당 약 1.22파운드의 현금 보상과 도어대시 보통주 일부를 배분받게 된다.
도어대시는 구체적 인사·조직 개편안은 공개하지 않았지만, 딜리버루의 최고경영자(CEO) 윌 슈(Will Shu)가 유럽·중동·호주 지역 총괄 사장으로 승진할 가능성이 제기된다.
8. 소비자·라이더 반응
영국 소비자단체 ‘위치(Which?)’는 “사업 규모 확대로 할인·공동 프로모션이 늘어날 것”이라는 긍정적 전망을 내놓았다. 반면 프랑스 라이더 연합은 “대형 플랫폼 결합은 수수료 인하 압박으로 이어져 수입이 줄 수 있다”고 우려했다.
플랫폼 업계에서는 도어대시가 딜리버루의 ‘다크 스토어(온라인 전용 물류창고)’ 네트워크를 활용해 즉시 배달(15분 이내) 서비스로 영역을 확대할 것으로 본다.
9. 결론
EU 집행위원회의 이번 승인으로 도어대시·딜리버루 결합은 사실상 마무리 단계에 접어들었다. 글로벌 플랫폼 간 경쟁 구도가 새롭게 재편되는 동시에, 유럽 소비자·라이더·규제기관 간 이해관계도 한층 복잡해질 전망이다. 향후 인수 효과가 실질적인 비용 절감으로 이어질지, 아니면 플랫폼 규제 강화 흐름에 막혀 수익성이 제약될지는 2026년 이후 실적 지표를 통해 확인될 것으로 예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