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뤼셀의 2035년 내 내연기관 전면 금지 실효일 폐기 제안은 전통적 자동차 제조사들에게 하이브리드 차량 판매 기간을 연장해 주지만, 장기적으로는 여전히 전기차(EV)가 중심이 될 것이라고 애널리스트들과 전문가들은 평가했다.
2025년 12월 18일, 로이터 통신 보도에 따르면, 유럽연합 집행위원회(EC)는 내연기관 차량의 사실상 2035년 금지를 포기하는 방안을 발표했다. 이 제안은 지역 자동차 업계의 로비 이후 나온 것으로, 빠르게 성장하는 중국 경쟁사들과의 경쟁에서 더 나은 입장을 확보하는 데 도움이 될 것으로 당국은 설명했다.
집행위원회의 제안에 따르면 플러그인 하이브리드(Plug-in Hybrid), 배터리를 재충전하기 위해 소형 내연기관을 사용하는 범위확장형 전기차(range-extended EV), 그리고 일부 전통적 내연기관 차량도 2035년 이후에도 합법적으로 판매될 수 있다. 또한 브뤼셀은 유럽에서 생산된 모델에 추가 크레딧을 부여하는 소형 전기차 신분류를 제안해, 업계가 요구했던 핵심 사항들을 상당 부분 반영했다.
“집행위원회는 유럽 자동차 산업에 선택권을 부여하고 경쟁 가능성을 주었다”고 컨설팅업체 Grant Thornton Stax의 매니징 디렉터 필 던(Phil Dunne)은 말했다. 그는 이어
“희망적으로는 이번 조치가 유럽 산업이 중국과 비용 경쟁력 있는 전기차로 따라잡을 기회를 제공할 것”
이라고 덧붙였다.
프리미엄 브랜드의 전환 유예로, 메르세데스-벤츠와 BMW 같은 프리미엄 브랜드는 완전 전기차만 판매해야 하는 시점에 앞서 플러그인 하이브리드를 더 오랜 기간 판매할 수 있게 됐다. 반면, 폭넓은 소형 모델 라인업(예: 피아트 500, 르노 클리오)을 보유한 스텔란티스와 르노는 도시 거주자를 겨냥한 신설 소형 전기차 카테고리에서 혜택을 볼 것으로 예상된다.
이번 EU의 입장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전기차 지원을 철회한 미국과 대조적이다. 지난해 브뤼셀은 중국산 전기차에 관세를 부과했지만, 장한(Changan) 등 브랜드의 유럽 확장을 제한하는 데는 큰 효과를 내지 못했다. BYD 및 다른 중국 기업들은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수입품에 대해 관세가 부과되지 않으며 몇몇 중국 업체는 폴란드 등 전기차 판매가 낮은 시장에서 내연기관 모델을 판매하고 있다.
컨설팅업체 알릭스파트너스(AlixPartners)는 이번 발표 이전에 2035년까지 유럽의 완전 전기차 비중이 62%에 그칠 것이라고 전망했는데, 이는 금지 조치의 집행 가능성에 회의적이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알릭스파트너스의 파트너 닉 파커(Nick Parker)는 이번 제안으로 자사의 전망에 중대한 변화는 기대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완만한 전환은 충전 인프라 구축 시간을 벌어주는데, 이는 전기차 보급이 더딘 주요 원인 중 하나다. 업계 데이터에 따르면 EU의 완전 전기차 판매는 10월까지 연간 기준으로 25.7% 증가16.4%를 차지했다. 다만 남부 및 동부 유럽에서는 전기차 비중이 극히 낮다.
이미 전기차 설계와 공장 증설에 수십억 유로를 투자한 제조사들에 대한 파급
이번 정책 변화는 2023년 법제화된 EU 정책을 바탕으로 전기차 설계와 생산능력 확장에 수십억 유로를 투입한 자동차사와 부품업체들에게는 타격이 된다. 하지만 전통적 완성차업체들이 다양한 기술을 병행 사용할 수 있도록 허용함으로써, 저비용 전기차 개발을 위한 협력과 플랫폼 공유가 촉진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예컨대 포드(Ford)와 르노가 최근 공개한 유럽 내 소형 전기차 공동 개발 협약이 그런 움직임의 사례다. 한편 미국 완성차업체 포드는 EU 발표 하루 전 $19.5억 달러의 자산손상차손(와이트다운)과 여러 전기 모델을 폐기할 계획을 공개했다. 영국 스타트업 아나파이트(Anaphite)의 CEO 조 스티븐슨(Joe Stevenson)는
“이 조치는 더 많은 협력과 플랫폼 공유를 촉진할 것”
이라고 말했다. 아나파이트는 전기차 배터리 전극의 건식 도료 기술을 개발하며 EV 원가 절감에 기여할 수 있는 기술을 연구 중이다.
포드의 CEO 짐 팔리(Jim Farley)는 EU에 대해 하나의 정책을 일관되게 유지할 것을 촉구해 왔다. 그는 2025년 배출가스 목표를 3년에 걸쳐 달성하도록 한 3월의 ‘호흡 공간’ 부여와 그로부터 9개월 만에 또다시 변경이 있었던 것을 예로 들며
“장기적 자본투자 계획을 위해서는 확실성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용어 설명 및 배경
플러그인 하이브리드(Plug-in Hybrid): 외부 전원으로 배터리를 충전해 일정 거리 전기모드로 주행할 수 있으며, 배터리 잔량이 낮을 경우 내연기관이 동력을 보조하는 차량이다. 범위확장형 전기차(range-extended EV)는 주행용 모터는 전기이지만 배터리 충전을 위해 소형 내연기관을 탑재해 배터리 유지·충전을 보조하는 방식이다.
와이트다운(write-down): 기업이 보유 자산의 장부가치를 실제 가치로 낮추는 회계 처리로, 자산의 가치 하락을 재무제표에 반영하는 것이다. 플랫폼 공유는 복수 제조사가 동일한 차량 플랫폼(차체·구동계 등 핵심 구조)을 공유하여 개발비용과 생산비용을 절감하는 전략이다.
경제·가격 영향 분석
이번 EU 제안은 단기적으로 완성차업체의 제품 포트폴리오 조정과 비용구조 재설계를 야기할 가능성이 크다. 이미 전기차 전환에 투입된 설비·인력·부품 공급망에 대한 고정비는 유지되므로, 일부 업체는 단기 손실을 감수하면서도 전기차 전략을 지속할 가능성이 있다. 반면 플러그인 하이브리드와 내연기관을 병행 판매할 수 있는 기간이 연장되면, 완전 전기차로의 수요 전이 속도는 다소 둔화될 수 있다.
시장 측면에서 보면 중국 제조사들이 가격 경쟁력을 무기로 유럽 내 입지를 확대해 왔다는 점은 당분간 유효하다. EU가 소형 전기차에 대해 유럽 생산 모델에 추가 인센티브를 부여하면, 유럽 내 생산 기반을 강화한 제조사들은 지역 수요에서 상대적 우위를 점할 수 있다. 그러나 중국 업체가 내연기관 및 플러그인 하이브리드를 통해 저가 전략을 지속할 경우, 유럽 내 가격 경쟁 압력은 유지될 가능성이 높다.
충전 인프라 구축은 전기차 보급 확대의 핵심 변수이다. 이번 정책이 전기차 전환 속도를 늦춘다면 충전기 설치와 전력망 확충 속도도 완급조절을 받을 수 있지만, 장기적으로는 유럽 각국의 정책과 민간 투자가 결합되어 인프라 확충이 지속될 필요가 있다. 인프라 지연은 소비자의 구매 심리와 중고차 시장 가치에 부정적 영향을 줄 수 있으며, 이는 향후 자동차 가격과 잔존가치 산정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결론
브뤼셀의 이번 제안은 유럽 완성차업체들에게 단기적 유예와 다양한 기술 선택지를 제공하지만, 애널리스트들은 장기적으로 전기차가 여전히 유럽 자동차 시장의 중심이 될 것이라고 본다. 정책의 일관성과 충전 인프라 구축, 그리고 글로벌 경쟁 구도(특히 중국 기업의 저가 공세)가 향후 전기차 보급 속도와 유럽 자동차 산업의 경쟁력을 결정할 주요 변수로 남아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