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뤼셀, 6월 3일(로이터) — 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가 수요일 국내 클라우드, 인공지능(AI), 반도체 산업을 강화하기 위한 새 법안을 제안하며, 미국 빅테크에 대한 의존도를 낮추려는 전략에 나섰다. 이번 조치는 대서양 양측의 긴장을 높일 수 있는 움직임으로 해석된다.
2026년 6월 3일, 로이터의 보도에 따르면, 이번 제안은 클라우드 및 AI 개발법(Cloud and AI Development Act)과 반도체법 2.0(Chips Act 2.0)으로 구성돼 있으며, 유럽이 기술 주권을 강화하고 미국·중국 경쟁자와의 격차를 줄이려는 노력의 일환이다. 집행위원회는 2030년까지 EU의 글로벌 반도체 시장 점유율을 20%로 두 배 확대하겠다는 목표도 제시했다.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EU 집행위원장은 성명에서 “우리의 병원을 가동하고, 에너지망을 안정적으로 유지하며, 서비스를 안전하게 지키는 기술을 남에게 의존할 여유가 없다”고 밝혔다.
EU 기술 담당 집행위원인 헤나 비르쿠넨은 서비스가 차단되거나 중단될 수 있는 이른바 ‘킬 스위치(kill switch)’ 위험도 경고했다. 킬 스위치는 특정 시스템이나 서비스를 원격으로 비활성화하거나 작동을 멈추게 할 수 있는 기능을 뜻한다. 비르쿠넨 집행위원은 기자들에게 “우리는 중요한 분야에서 언제나 서비스를 통제하고, 유럽 내에서 데이터를 통제할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번 제안은 은행, 에너지, 의료 등 민감한 분야의 클라우드 제공업체에 주권 요건을 부과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이는 미국의 클라우드법(Cloud Act)에 대한 우려가 일부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해당 법은 미국에 본사를 둔 업체가 데이터가 해외에 저장돼 있더라도 당국의 접근 요청에 응하도록 요구한다. 유럽에서는 이 같은 규정이 자국 데이터 통제권을 약화시킬 수 있다는 지적이 이어져 왔다.
비르쿠넨 집행위원은 또 중요 공공계약의 경우 공급업체가 소프트웨어와 하드웨어가 EU에서 생산되도록 보장해야 한다고 밝혔다. 그는 로이터의 보도를 확인하면서, 비유럽 국가들이 데이터와 서비스를 통제하는 구조를 배제하겠다고 설명했다. 그는 “물론 이것은 우리의 서비스 전체에서 아주 큰 비중을 차지하는 것은 아니지만, 예를 들어 방위 같은 매우 중요한 분야에서는 기술이 유럽에 의해, 유럽 안에서 통제되고 데이터도 이곳에 머무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고 말했다.
아마존, 마이크로소프트, 구글은 세계 3대 클라우드 제공업체로, 시장점유율이 60%를 넘는다. 이들 기업은 유럽 공공·민간 부문의 핵심 디지털 인프라에서 큰 영향력을 행사해 왔으며, EU의 이번 움직임은 이 같은 구조에 직접적인 변화를 노리는 것으로 풀이된다.
제안에는 데이터센터에 대한 신속 승인 절차도 포함됐다. 데이터센터는 대규모 서버를 모아 데이터를 저장·처리하는 시설로, AI와 클라우드 서비스의 핵심 기반이다. 이번 방안에 따르면 데이터센터는 전력망에 우선적으로 접근할 수 있고, 유럽산 칩 사용 및 에너지 효율 개선과 연계해 네트워크 요금도 낮출 수 있다.
개정된 반도체법은 제조업체와 구매자 간 장기 공급 합의를 장려해 유럽산 칩 확대를 추진한다. 이는 향후 제품 구매를 보장하는 방식으로, 생산 투자와 공급 안정성을 높이려는 취지다. EU는 이를 통해 반도체 공급망의 자립도를 높이고, 외부 충격에 대한 취약성을 줄이겠다는 구상이다.
두 제안은 앞으로 수개월 동안 EU 회원국과 유럽의회에서 협상을 거쳐야 하며, 최종 법률로 제정되기까지는 추가 조정이 이어질 전망이다. 이번 조치가 실제로 시행될 경우 유럽의 클라우드·AI·반도체 생태계에는 내수 확대와 공공조달 중심의 수요 창출이라는 긍정적 효과가 기대되는 반면, 미국 빅테크와의 규제 마찰 및 시장 접근성 약화에 따른 긴장도 커질 수 있다. 특히 공공·방위·의료 분야에서 유럽산 기술 채택이 확대되면 관련 투자와 생산이 늘어날 가능성이 있지만, 단기간에는 비용 상승과 공급 전환 부담이 뒤따를 수 있다는 분석도 가능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