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유가가 화요일 장중 낙폭을 만회하고 상승 마감했다. 12월물 WTI 원유(티커: CLZ25)는 +0.83달러(+1.39%) 상승했고, 12월물 RBOB 가솔린(티커: RBZ25)도 +0.0092달러(+0.46%) 올랐다. 장 초반에는 S&P 500 지수가 1개월래 저점으로 밀린 데 따른 위험자산 회피 심리가 유가를 압박했으나, 유럽연합(EU) 외교수장의 대러시아 강경 발언이 러시아산 에너지에 대한 제재 강화 기대를 키우며 방향을 반전시켰다.
2025년 11월 19일, 바차트(Barchart)의 보도에 따르면, 장 초반 약세의 또 다른 배경으로 미국 고용지표의 냉각 신호가 거론됐다. ADP에 따르면 11월 1일로 끝난 4주 동안 미국 기업들은 주당 평균 2,500개 일자리를 줄였다. 이는 성장 둔화 및 에너지 수요 약화에 대한 우려를 자극해 원유 초반 하락을 부추겼다.
전환점은 EU 최고외교대표 카야 칼라스(Kaja Kallas)의 발언이었다. 그는 최근 EU를 겨냥한 러시아의 공격, 폴란드에서 발생한 폭발 사례를 포함해 이를 테러 행위로 간주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 매파적 수사는 EU의 러시아 에너지 제재가 추가로 강화될 것이라는 관측을 키우며 유가를 지지했다.
“러시아의 최근 EU에 대한 공격, 폴란드 폭발을 포함한 행위는 테러로 봐야 한다.” — 카야 칼라스, EU 최고외교대표
공급 축소 신호도 유가 반등을 거들었다. 블룸버그 집계에 따르면 러시아의 11월 16일까지 4주 평균 원유 선적은 일 336만 배럴(bpd)로, 전주 대비 9만 bpd 감소했으며 3개월래 최저를 기록했다. 우크라이나는 최근 3개월 동안 러시아 정유시설 최소 28곳을 겨냥해 러시아 내 연료 부족을 악화시켰고, 10월 말 기준 러시아 정제능력의 13%~20%를 오프라인 상태로 만들었다. 이로 인해 최대 일 110만 배럴의 생산 차질이 발생한 것으로 전해진다. 여기에 미국과 EU의 추가 제재(러시아 석유기업·인프라·유조선 대상)도 러시아산 원유 수출 여력을 제한하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정제마진(크랙 스프레드)의 강세 역시 유가에 상승 압력을 보탰다. 화요일 정제마진은 19개월래 최고로 치솟으며, 정유사들이 원유 매입을 늘려 가솔린·중간유분으로의 정제를 확대할 유인을 제공했다. 이는 원유 수요 증가로 직결될 수 있는 메커니즘이다.
지정학적 위험은 여전히 유가의 하방 경직성을 강화하고 있다. 러시아 관련 리스크에 더해, 지난 금요일 이란이 오만만에서 유조선을 나포한 사건과, 세계 12위 산유국인 베네수엘라에 대한 미군의 잠재적 공격을 염두에 둔 군사력 증강 보도는 공급 차질 우려를 자극하며 기저 지지를 제공했다.
수급 전망 업데이트
OPEC은 지난주 수요일 3분기 글로벌 원유수급을 적자에서 흑자로 수정했다. 미국 생산이 예상치를 상회했고 OPEC 자가 증산도 겹친 결과다. OPEC은 3분기 세계 원유시장이 일 50만 배럴 흑자였다고 밝혔는데, 이는 지난달 일 40만 배럴 적자 전망에서 대폭 상향된 수치다. 또한 EIA는 2025년 미국 원유 생산 전망을 1,359만 bpd로 상향(전월 1,353만 bpd) 조정했다.
OPEC+는 11월 2일 회의에서 12월 산유량을 +13만7천 bpd 증산한 뒤, 2026년 1분기에는 증산을 일시 중단하겠다고 발표했다. 이는 글로벌 원유 잉여 신호가 부각되기 때문이다. IEA는 10월 중순 2026년 세계 원유 잉여가 사상 최대인 일 400만 배럴에 달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OPEC+는 2024년 초 단행한 일 220만 배럴 감산을 전량 되돌리려 하고 있으나, 아직 일 120만 배럴을 추가 회복해야 한다. 한편 OPEC의 10월 원유 생산은 전월 대비 +5만 bpd 증가한 2,907만 bpd로, 2년 반 만의 최고 수준에 올라섰다.
해상 저장도 늘었다. 보텍사(Vortexa)에 따르면 11월 14일까지 7일 이상 정박 중인 유조선에 저장된 원유는 주간 +1.1% 증가한 1억 3백41만 배럴로, 2024년 6월 이후 최고를 기록했다. 이는 물량 소화 지연 혹은 시장 구조(콘탱고·백워데이션) 변화에 따른 저장 유인의 신호일 수 있다.
단기 재고 가늠자
컨센서스는 수요일 발표될 주간 EIA 원유 재고가 -200만 배럴, 가솔린 재고가 -100만 배럴 감소할 것으로 본다. 앞서 지난주 목요일 EIA 보고서에 따르면, 11월 7일 기준 미국 원유 재고는 계절적 5년 평균 대비 -4.1% 낮았고, 가솔린은 -4.0%, 중간유분은 -7.9% 낮았다. 같은 기간 주간 미국 원유 생산은 전주 대비 +1.5% 늘어나 1,386만2천 bpd로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다.
셰일 패치의 숨 고르기도 관찰된다. 베이커휴즈에 따르면 11월 14일까지 주간 미국 가동 원유 시추기 수는 +3기 증가한 417기로 집계됐으며, 이는 8월 1일 기록한 4년 최저(410기)를 소폭 상회했다. 다만 지난 2년 반 동안 시추기는 2022년 12월 5년 반 고점(627기)에서 큰 폭으로 감소해 여전히 보수적 투자 기조가 유지되고 있음을 시사한다.
분석 포인트
— 정제마진의 19개월 최고는 단기적으로 정유사의 원유 매수 유인을 확대해 유가에 우호적이다.
— 러시아 수출 둔화와 제재 강화 기대는 공급 측 불확실성을 키우며 가격 하방을 방어한다.
— 반면 미국 생산 사상 최고, OPEC+의 증산 복원 기조, IEA의 2026년 잉여 전망은 중기적 상단을 제어할 요인이다.
— EIA 재고와 지정학 변수(이란·베네수엘라·러시아)의 경합이 단기 방향성을 좌우할 가능성이 크다.
참고: 생소한 용어 풀이
WTI: 미국산 서부텍사스산 원유 벤치마크.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거래된다.
RBOB 가솔린: Reformulated Blendstock for Oxygenate Blending의 약자. 산소화합물 혼합 전 단계의 가솔린 선물로, 미국 소매 가솔린 가격의 지표다.
크랙 스프레드: 원유를 가솔린·디젤 등으로 정제했을 때의 정제마진을 뜻한다. 스프레드가 확대되면 정유사들이 원유를 더 사서 정제하려는 유인이 커진다.
bpd: barrels per day, 일일 배럴 단위 생산·수출량.
EIA: 미국 에너지정보청. 원유·정제유 재고와 생산 통계를 주간·월간으로 발표한다.
ADP: 민간 고용보고서를 발표하는 기업. 노동시장 선행지표로 시장이 참고한다.
Vortexa: 해상 원유 물류·저장 데이터를 제공하는 분석기관.
OPEC+: OPEC 회원국과 러시아 등 비OPEC 산유국 협의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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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시
기사 게재일 기준, 리치 애스플런드(Rich Asplund)는 본문에 언급된 어떠한 증권에도 직·간접 보유 포지션이 없었다. 본 기사는 정보 제공 목적이며, 바차트 공시 정책에 따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