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U산 와인·증류주, 8월 1일부터 미국서 15% 관세 부과

유럽연합(EU) 산 와인과 증류주가 2025년 8월 1일부터 미국 입국 시 15% 관세를 적용받게 됐다. 이는 미·EU 간 새로운 무역 협정이 타결될 때까지 한시적으로 유지될 예정으로, 해당 기간이 길어질 경우 양측 주류 산업 전반에 상당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2025년 7월 31일, 브뤼셀발 로이터 통신 보도에 따르면, 지난 27일 브뤼셀과 워싱턴이 합의한 ‘무역 프레임워크 협정’에 따라 대다수의 EU 수입품에 대해 15% 상한선이 설정됐으며, 기대를 모았던 주류 부문은 면제 대상에서 제외됐다. EU 집행위원회와 EU 외교관들은 오는 가을로 예상되는 추가 협상에서 면세 또는 관세 인하를 재차 추진할 방침이지만, 당장 8월 1일부터는 새로운 세율이 적용될 것이라고 못 박았다.

현재 미국이 부과하는 관세율은 EU산 와인·증류주에 대해 10% 수준이다. 브뤼셀은 이를 ‘제로(0)% 관세’로 낮추거나 최소한 와인에 한해 ‘최혜국(MFN) 관세’—즉 ㎖당 고정 금액을 부과하는 방식—로 전환하기를 희망해 왔다. 그러나 일단 공개된 프레임워크 협정에 따르면 이러한 carve-out(예외 조항)은 1차 대상에서 제외됐다.


주요 인물 발언

올로프 길(Olof Gill) EU 집행위 통상담당 대변인은 “집행위는 와인과 증류주를 포함해 최대한 많은 품목을 관세 예외 대상으로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며 “그러나 미국이 내일 발표할 1차 예외 품목에는 해당 부문이 포함되지 않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이그나시오 산체스 레카르테(Ignacio Sanchez Recarte) 유럽와인생산자협회(CEEV) 사무총장은 “15% 관세가 몇 달만 적용되더라도 EU 와인 생산자와 미국 유통망 전반에 막대한 손실을 초래할 것”이라며, “최근 유로화 강세까지 고려하면 체감 비용은 최대 30%까지 뛸 수 있다”고 우려했다.

크리스 스웡거(Chris Swonger) 미국 증류주협의회(DISUS) 회장 역시 “양측이 주류 부문에서 ‘제로 대 제로’(zero-for-zero) 관세 체제를 복원해야 한다”며 “이는 미국 농가와 양조장, 그리고 코로나19 이후 회복 단계에 있는 호스피탈리티 산업에 절실하다”고 강조했다.


협정 배경과 경과

미국과 EU는 1997년 캐나다·일본 등과 함께 주류 관세 상호 면제에 합의해 오랫동안 0% 관세를 유지해 왔다. 그러나 2018년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철강·알루미늄에 고율 관세를 부과하자 EU가 보복 조치로 버번위스키 등 미국산 증류주에 추가 관세를 물리면서 ‘주류 관세 휴전’이 깨졌다. 해당 보복 관세는 2021년 잠정 중단됐지만, 이번에 EU산 주류가 다시 관세 대상이 되며 협상 테이블이 복잡해졌다.

미국은 8월 1일부로 행정명령(Executive Order)을 발동해 프레임워크 협정을 공식화할 예정이며, EU와 함께 별도 공동성명도 발표할 계획이다. 단, 와인·증류주 협상은 공동성명 이후에도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 EU 외교가의 시각이다.


‘MFN’과 ‘carve-out’ 용어 설명

최혜국(MFN) 관세란 세계무역기구(WTO) 규정에 따라 회원국이 서로에게 적용하는 가장 낮은 관세율을 말한다. 미화 기준으로 와인의 경우 스파클링 1ℓ당 19.8센트, 기타 와인은 1ℓ당 6.3센트에 불과해, 비율(%) 관세보다 훨씬 낮은 편이다.

Carve-out은 포괄적 합의(예: 15% 관세 상한)에서 특정 품목을 예외적으로 제외해 별도 조건을 적용하는 조항을 의미한다. EU는 이번 협상에서 와인·증류주 carve-out을 최우선 목표로 설정했으나, 1차 발표에서는 무산됐다.


업계·시장 파급 효과 분석

전문가들은 한시적 관세 15%EU 주류 업계의 현금흐름과 투자 계획에 직격탄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중소 규모 와이너리와 증류주 생산자는 미국 시장 매출 의존도가 높은 경우가 많아, 이번 조치가 장기화될 경우 일부 업체는 미국 수출을 완전히 접을 가능성도 제기된다.

환율 부담도 만만치 않다. 최근 유로화 강세로 이미 가격 경쟁력이 약화된 상황에서 관세까지 더해지면 체감 가격 인상률이 30% 이상에 달해, 미국 소비자의 대체 수요가 호주·칠레·아르헨티나산 저가 와인으로 이동할 수 있다.

반면 미국 내 주류 도매·소매업체와 레스토랑 체인도 피해가 예상된다. 공급 가격 상승이 소비자가격 인상으로 이어질 경우 판매량이 줄고, 이는 코로나19로 이미 타격을 입은 외식·숙박 산업 회복에도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


전문가 시각과 전망

필자는 이번 관세가 ‘협상용 지렛대’로 활용될 가능성이 높다고 본다. 미국은 EU의 농산물 시장 추가 개방을 요구하는 대신, 주류 carve-out을 협상 카드로 제시할 수 있다. EU 역시 지난 경험을 바탕으로 ‘단기간 관세 부과 후 철폐’ 시나리오를 염두에 두고 있어, 4분기까지는 협상 진전이 있을 전망이다.

다만 미국 대선을 앞둔 정치 일정EU 내부의 산업 간 이해관계가 변수다. 정치적 불확실성이 커질수록 관세가 장기화될 위험이 있다는 점에서, 생산자·수입업체 모두 보수적인 재무 전략을 준비할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