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U‧미 관세 합의로 유로 약세…달러 인덱스 5주 만에 최고치 경신

달러 강세가 이어지면서 DXY(달러 인덱스)는 전일 대비 0.22% 오른 104.80선으로 5주 만의 최고치를 기록했다. 이번 움직임은 유럽연합(EU)과 미국 간 관세 협상이 미국 측에 유리하게 타결된 영향이 크다는 평가다.

2025년 7월 30일, 나스닥닷컴의 보도에 따르면 해당 합의로 EU산 대부분의 상품에 15%의 신규 관세가 부과될 예정이며, 이는 유로존 수출경기에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동시에 연방준비제도(Fed)가 7월 30~31일 열리는 FOMC 정례회의에서 기준금리를 동결할 것이란 기대가 달러 추가 강세를 뒷받침했다.

“달러는 연준이 서둘러 긴축을 완화할 필요가 없다는 신호를 준다면 더 오를 수 있다”는 해석이 월가에서 힘을 얻고 있다.

이처럼 통화정책 불확실성이 축소되자 달러 매수세가 지속되고 있으며, 특히 미국 물가 둔화와 성장 둔화 가능성에 대비해 시장은 9월 회의에서 25bp 인하 가능성을 65% 반영하고 있다.


미국 경제지표도 달러 강세에 힘을 보탰다. 6월 재화무역수지 적자는 ‑860억 달러로 전월(-974억 달러) 대비 개선되며 2분기 국내총생산(GDP) 추정치를 끌어올릴 전망이다. 같은 달 JOLTS 구인 건수는 743만 7천 건으로 시장예상(750만 건)을 하회했으나, 7월 컨퍼런스보드 소비자신뢰지수는 97.2로 예상치 96.0을 웃돌았다.

반면 5월 S&P 코어로직 20대 도시 주택가격지수는 전년 동월 대비 2.79% 상승에 그치며 1년 9개월 만의 최저 증가율을 기록, 부동산 경기 둔화 우려를 키웠다. 이처럼 엇갈린 지표는 채권시장 변동성을 자극하며 미 국채 10년물 금리를 장중 3.95%까지 끌어내렸다.


유로/달러(EUR/USD) 환율은 ‑0.28% 하락, 1.08달러 초반으로 밀리며 5주 저점을 새로 썼다. ECB가 공개한 6월 단기(1년) 인플레이션 기대는 2.6%로 전월 2.8%에서 둔화됐고, 3년 기대치는 2.4%로 변화가 없었다. 스와프 시장은 9월 11일 ECB 회의에서 25bp 인하 확률을 14%로 반영하고 있다.

엔화(USD/JPY)는 달러당 143엔대에서 0.11% 하락했다가, 미 국채 금리 급락에 따른 되돌림(쇼트 커버)으로 낙폭을 만회했다. 일본 정치권에서는 7월 20일 참의원 선거에서 자민당이 과반을 잃었음에도 이시바 시게루 총리가 사퇴하지 않겠다고 못 박으면서 정치 불확실성이 완화됐다.


귀금속 시장 역시 주목받았다. 8월물 금 선물은 온스당 14달러(0.42%) 오른 2,050달러 선에서 마감했고, 9월물 은 선물도 0.17% 상승했다. 최근 글로벌 주식시장의 변동성과 우크라이나·중동 지역의 지정학적 리스크가 안전자산 수요를 지지하고 있으며, 금 ETF 보유량은 2년 만의 최고치, 은 ETF 보유량은 3년 만의 최고치를 각각 갱신했다.

다만 같은 날 달러 인덱스가 5주 최고치를 경신한 점은 귀금속 가격 상승 폭을 제한했다. 미국과 중국 간 무역 협상에서 행정명령 90일 유예 연장이 ‘유력 결과’로 거론되며 위험회피 심리가 다소 누그러진 것도 금·은 매수세를 일정 부분 약화시켰다.


용어 해설

DXY는 달러를 유로, 엔, 파운드, 캐나다달러, 스웨덴 크로나, 스위스프랑 등 6개 통화와 비교해 산출한 달러 가치를 뜻한다. FOMC(Federal Open Market Committee)는 미국 통화정책을 결정하는 연방공개시장위원회이며, 연 8회 열린다. JOLTS(Job Openings and Labor Turnover Survey)는 미국 노동부가 매달 발표하는 구인·이직 보고서로, 노동 수요 추세를 확인할 수 있다.

전문가 시각

달러 강세가 단기적으로는 미 국채 금리와 위험자산 흐름에 상반된 영향을 미치고 있으나, 중기적으로는 유로존 경기둔화와 ECB의 선제적 완화 가능성이 달러 추가 상승 여지를 확보해줄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다만 미 경제지표에서의 혼조 신호와 9월 이후 연준 정책 경로에 대한 불확실성은 변동성을 확대할 수 있어, 시장참여자들은 GDP 발표(7월 31일)PCE 물가(8월 1일) 등 후속 지표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