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U·미국 무역 합의, 의외의 최대 수혜국으로 떠오른 영국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우르줄라 폰 데어 라이엔 EU 집행위원장EU‧미국 간 새 관세 합의가 발표되며 유럽 각국은 충격을, 영국은 ‘뜻밖의 기회’를 맞이하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와 스코틀랜드 전통 복장의 백파이프 연주자

2025년 7월 29일, CNBC 뉴스 보도에 따르면 미국과 EU는 EU산 수입품에 15% 관세를 적용하기로 합의했다. 반면 영국은 이미 지난해 체결된 별도 합의로 10% 관세를 적용받고 있어, 영국산 제품이 미국 시장에서 상대적으로 가격 경쟁력을 확보하게 됐다.

필립 쇼(Philip Shaw) 인베스텍(Investec)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CNBC 인터뷰에서 “이론적으로 영국이 확실한 수혜를 누릴 것”이라며 “EU산 제품보다 5%포인트 낮은 관세 덕분에 미국 기업들은 EU 대신 영국산 부품과 완제품을 선택할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했다.

세부적으로 살펴보면, 미국 소비자가 지불해야 하는 최종 가격 역시 앞선 관세 격차만큼 낮아진다. 이에 따라 미국 시장에서 ‘Made in U.K.’ 라벨이 붙은 제품이 EU 제품 대비 상대적으로 저렴하다는 인식이 확산될 것으로 예상된다.

“EU 제조업체 가운데 마진이 낮은 기업들은 비용 압박을 피하려 영국 내 생산시설을 신·증설할 가능성이 있다.” — 알렉스 알트만(Alex Altmann), Lubbock Fine LLP 파트너

알트만 파트너는 EU 기업들이 공장을 영국으로 옮길 경우 브렉시트 이후 남아 있는 영국의 유휴 생산설비가 가동되면서 일자리 창출과 투자 확대가 동시에 일어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이번 관세가 15%로 결정된 것 자체가 영국에 긍정적이라는 의견도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당초 최대 30% 관세를 경고했으나, 협상을 통해 절반 수준으로 낮아졌다. 인베스텍의 쇼 수석은 “EU가 30% 관세 폭탄을 피함으로써 경기침체 가능성을 줄였고, 그 결과 영국의 EU 수출 역시 연쇄 타격을 피했다”고 설명했다.

‘관세’(Tariff)란 무엇인가?

관세는 국경을 넘어 들어오는 상품에 부과하는 세금으로, 수입품 가격이 상승해 자국 산업을 보호하는 효과가 있다. 하지만 과도한 관세는 소비자 물가를 높이고, 보복관세를 불러일으켜 무역전쟁(trade war)으로 번질 수 있다.

덴튼스(Dentons) 소속 국제통상 변호사 베스 맥콜(Beth McCall)은 “30% 관세가 적용됐다면 10% 관세의 영국 상품이 훨씬 매력적이었겠지만, 지금도 5%p 차이는 무시하기 어렵다”면서도 “효과가 가시화되려면 기존 계약 만료공급망 재조정이 필요해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지적했다.

기업들은 이미 관세 부담이 실적을 압박할 것이라고 경고해 왔다. 그러나 협정 세부 조항이 아직 확정되지 않아 구체적 파급 효과는 향후 몇 분기 동안 단계적으로 드러날 전망이다.

전문가 분석: 영국의 중장기 기회

관세 격차가 5%포인트에 불과하더라도, 고부가가치 분야뿐 아니라 저마진 대량생산 품목에서 상당한 차이를 만들 수 있다. 영국 정부가 제조업 리쇼어링(reshoring)과 외국인 직접투자(FDI)를 적극 장려한다면, ‘브렉시트 후폭풍’으로 침체된 산업 지형을 재편할 수 있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한편 트럼프 대통령과 레이엔 집행위원장은 7월 27일 스코틀랜드 턴베리에서 열린 공동 기자회견에서 “이번 합의가 상호호혜적이며, 추가 협상을 통해 민감 품목에 대한 논의를 이어갈 것”이라고 밝혔다.


향후 과제
▷ EU·미국 간 잔여 과제: 세부 품목별 관세율, 서비스·디지털 무역 규범 설정
▷ 영국의 과제: 생산설비 증설, 인력양성, 대미 물류 인프라 확보

결론적으로 세계 최대 경제권 간 관세 합의가 예고한 변화는 아직 서막에 불과하다. 그러나 영국은 값비싼 ‘브렉시트 대가’를 상쇄할 돌파구를 확보했다는 평가가 힘을 얻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