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러 강세가 다시 한 번 뚜렷해지고 있다. 29일(현지 시각) 미국 바차트(Barchart) 집계에 따르면 달러 인덱스(DXY)는 전일 대비 0.22% 상승하며 5주 만의 최고치인 106.14(가정치)에 안착했다.
2025년 7월 30일, 나스닥닷컴 보도에 따르면 이번 달러 랠리는 사흘 전 발표된 EU·미국 간 관세 합의가 미국 측에 유리하게 작용할 것이라는 평가가 직접적인 촉매 역할을 했다. 합의대로라면 미국은 유럽연합(EU)이 수출하는 대부분의 상품에 15% 관세를 부과할 수 있게 되며, 이는 유로존 경기에 역풍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
시장 참가자들은 30~31일 열리는 미국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에서 기준금리가 동결될 가능성을 98% 수준으로 반영하고 있다. 연준이 긴축 사이클을 잠시 멈추더라도 고금리 환경이 장기간 유지될 것이라는 전망이 달러 매수세에 힘을 실어 주고 있다. 시카고상품거래소(CME) 페드워치(FedWatch)에 따르면 연방기금(FF) 선물은 9월 회의에서 25bp(0.25%p) 인하가 이뤄질 확률을 65%로 가격에 반영하고 있다.
미국 거시 지표도 달러를 뒷받침했다. 6월 미국 상품수지(잠정) 적자는 860억 달러로, 시장 전망치(980억 달러 적자)를 크게 밑돌았다. 수입 감소·수출 회복에 힘입어 적자 폭이 예상 밖으로 축소된 것이다. 같은 달 구인·이직보고서(JOLTS)에서 구인 건수는 7,437만 건으로 전월 대비 27만 5,000건 감소했는데, 이는 노동 시장 과열 우려를 일부 완화해 미 국채 금리를 끌어내렸다. 7월 콘퍼런스보드 소비자신뢰지수는 97.2로 전월 대비 2.0포인트 상승하며 전망치(96.0)를 웃돌았다.
유로·엔화 등 주요 통화 동향
EUR/USD는 0.28% 하락해 1.07달러 아래로 밀리며 5주 만의 저점을 새로 썼다. 앞서 언급한 관세 합의가 유럽 경기 둔화를 심화시킬 것이라는 우려가 이어진 데다, 유럽중앙은행(ECB)이 발표한 6월 서베이 결과에서 1년 기대 인플레이션이 2.8%→2.6%로 하락한 점도 유로 약세를 부추겼다. 파생금리(유로이피아 ESTR 스왑)는 9월 11일 ECB 통화정책회의에서 25bp 인하 가능성을 14%로 반영하고 있다.
한편 엔화는 뉴욕장에서 달러당 155엔 선을 지지하며 0.11% 강세로 돌아섰다. 미 국채 금리 하락이 쇼트커버링(공매도 환매)을 촉발했으며, 7월 20일 치러진 참의원(상원) 선거에서 집권 자민당(LDP)이 과반을 잃은 이후에도 이시바 시게루 총리가 “
책임을 다하기 위해 사퇴하지 않겠다
“고 못 박으면서 정치적 불확실성이 일부 해소된 점도 엔화 지지 요인으로 작용했다. 다만 재정 적자 확대 가능성은 여전히 환율 변수로 해석된다.
금·은 등 안전자산 흐름
8월물 금 선물(GCQ2)은 온스당 14달러(0.42%) 오른 2,418.30달러, 9월물 은 선물(SIU2)은 0.065달러(0.17%) 상승한 29.87달러에 마감했다. 미 국채 금리 하락과 뉴욕 증시 반락이 안전자산 수요를 자극했고, 24일 이후 이어진 ETF 자금 유입도 지속됐다. 실제로 지난주 금 ETF 보유량은 2년 만에 최고치, 은 ETF는 3년 만에 최고치를 각각 경신했다.
다만 달러 인덱스가 단기 고점을 경신한 점은 귀금속 가격의 역풍으로 작용할 수 있다. 여기에 미·중 무역 협상에서 “90일 휴전 연장 가능성”이 언급되면서 지정학적 위험 프리미엄도 일부 누그러졌다.
용어·배경 설명
달러 인덱스(DXY)는 유로(57.6%), 엔(13.6%), 파운드(11.9%), 캐나다달러, 스웨덴크로나, 스위스프랑 등 6개 주요 통화에 대한 달러 가치를 가중 평균한 지표다. 수치가 상승하면 달러가 강세라는 의미다.
JOLTS(Job Openings and Labor Turnover Survey)는 미국 노동부가 매월 발표하는 고용 동향 보고서다. 구인 건수와 이직률 등을 통해 노동시장의 수급 상황을 파악할 수 있어, 연준의 통화정책 결정에 주요 참고자료로 활용된다.
FOMC(연방공개시장위원회)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의 통화정책 결정기구다. FF금리 목표 범위를 설정해 금융·실물 경제에 직접적 영향을 미친다.
콘퍼런스보드 소비자신뢰지수는 1985년을 100으로 산출하며, 90 이상이면 경기 확장 기대, 80 이하는 경기 둔화 우려가 높다는 신호로 해석한다.
시장 전문가들은 “달러 강세가 단기간에 과도해졌지만, 유로존 경기 불확실성과 미국 견조한 소비의 조합이 완화되지 않는 이상 조정 폭은 제한적일 것”이라고 진단했다. 또한 오는 8월 잭슨홀 심포지엄과 9월 FOMC에서 연준의 장기 금리 경로에 대한 구체적 메시지가 나올 때까지 변동성이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