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SPN, 2026년부터 5년간 WWE ‘레슬매니아·로열럼블’ 등 프리미엄 라이브 이벤트 독점 중계권 확보

ESPN(Entertainment & Sports Programming Network)WWE(World Wrestling Entertainment)의 핵심 라이브 흥행을 독점 스트리밍하기 위한 초대형 계약을 체결했다.

2025년 8월 6일, CNBC 뉴스의 보도에 따르면, 디즈니가 지분을 보유한 ESPN은 2026년부터 2030년까지 5년 동안 레슬매니아(WrestleMania), 로열 럼블(Royal Rumble), 서머슬램(SummerSlam)을 포함해 연간 10회 열리는 WWE의 프리미엄 라이브 이벤트 전체 패키지를 확보하기로 합의했다.

계약 규모는 연평균 3억2 500만 달러로 총액 16억2 500만 달러*1에 달한다. 이는 직전 중계권자인 NBC유니버설의 스트리밍 서비스 피콕(Peacock)이 2021~2025년 기간에 지불한 연 1억8 000만 달러보다 81%가량 높은 금액이다.

라스베이거스 얼라이전트 스타디움에서 열린 WWE 경기 장면

ESPN은 이번 계약을 통해 2026년 출시 예정인 월 29.99달러 구독형 직접소비자(Direct-to-Consumer·DTC) 스트리밍 플랫폼*2에 WWE 이벤트를 기본 제공한다. 주요 흥행 일부는 ESPN·ESPN2 등 전통 케이블 채널에서도 동시 송출(simulcast)된다.

“팬층을 확장하고 미국 스포츠 시장 전반에서 WWE의 열기를 키우려면 ESPN과의 협력이 필수적이었다.” — 마크 샤피로, TKO 그룹 사장 겸 COO

TKO 그룹은 WWE의 지배주주이며, 샤피로 사장은 2000년대 초 ESPN의 고위 임원을 지낸 인물이다. 그는 이번 계약을 “운명적 파트너십”이라고 표현하며, 플랫폼 결합 시너지를 강조했다.

ESPN 스튜디오 전경

ESPN 회장 지미 피타로(Jimmy Pitaro)는 “새 DTC 서비스 없이도 WWE 패키지 입찰에 참여했을 것”이라면서도 “프로레슬링은 기존 스포츠와는 다른 젊고, 다양하며, 여성 비중이 높은 시청층을 보유해 가입자 이탈률(churn)을 줄이는 데 기여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WWE의 시청자 가운데 38%가 여성이며, 라이브 이벤트 관람객의 절반가량이 자녀와 동반 입장한다는 점을 WWE 사장 닉 칸(Nick Khan)이 강조했다. 그는 “WWE는 다세대(multigenerational) 시청 문화가 강하다”면서 “ESPN 또한 세대를 아우르는 브랜드”라고 덧붙였다.

WrestleMania 입장 대기 중인 팬들

콘텐츠 포트폴리오 다각화도 눈여겨볼 대목이다. WWE는 2024년, 넷플릭스와 10년 50억 달러 규모로 월요일 밤 프로그램 ‘RAW’의 글로벌 스트리밍 계약을 체결했다. 반면 금요일 밤 ‘SmackDown’은 2029년까지 USA 네트워크를 통해 피콕에서 계속 서비스된다.

용어 설명
프리미엄 라이브 이벤트: WWE가 매달 개최하는 PPV급 대형 흥행으로, 정규 방송과 달리 스토리라인 윤곽이 결말을 맺는 ‘시즌 피날레’ 성격이 강하다.
DTC 서비스: 방송사를 거치지 않고 이용자에게 직접 콘텐츠를 판매·송출하는 OTT(Over-the-Top) 방식.
TKO 그룹: 작년 UFC와 WWE 합병으로 출범한 지주회사로, 뉴욕증권거래소 티커는 ‘TKO’다.


시장·투자 관점에서의 함의

첫째, 디즈니는 ESPN의 플랫폼 전환 가속화를 위해 스포츠 외 연성 콘텐츠까지 포괄하는 ‘종합 엔터테인먼트 허브’ 전략을 공식화했다. 둘째, WWE는 넷플릭스·ESPN·NBC유니버설 등 대형 사업자와 다원 중계 구조를 구축함으로써 콘텐츠 가치 최대화를 달성했다. 셋째, 스트리밍 생태계에서는 IP(지적재산권) 보유자가 주도권을 쥐는 흐름이 강화되고 있다.

한편 스트리밍 시장에서의 ARPU(가입자당 평균수익) 제고, 케이블 가입자 감소에 따른 스포츠 라이선스비 재협상 압박 등 과제가 남아 있다는 지적도 있다. 그러나 업계 전문가들은 “젊은 팬덤의 충성도와 행사장 객단가를 감안할 때 WWE 중계권료 상승은 합리적”이라 평가하고 있다.

*1 달러-원 환산은 보도 시점 환율(1달러≈1,350원) 적용.
*2 ESPN 신규 DTC 서비스 이름은 아직 확정되지 않았으며, CNBC 5월 9일 보도에서 최초 언급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