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스포츠·미디어 업계를 뒤흔들 수 있는 초대형 거래로 평가받는 월트디즈니(이하 디즈니)와 미국프로풋볼리그(NFL) 간 지분 교환 계약이 규제의 높은 장벽을 마주할 가능성이 커졌다.
2025년 8월 7일, 로이터 통신 보도에 따르면 디즈니 산하 ESPN이 NFL 네트워크(NFL Network) 등 리그 보유 매체 자산을 인수하는 대신, NFL은 ESPN 지분 10%를 확보하는 이번 거래가 미 법무부(DoJ) 반독점국의 집중 심사 대상이 될 전망이다.
이번 합의로 ESPN은 자사의 광범위한 스포츠 포트폴리오에 NFL 네트워크를 추가하고, 추후 ESPN 브랜드의 스트리밍 서비스에 이를 편입할 계획이다. 동시에 ESPN과 NFL은 각자의 판타지 풋볼 서비스를 통합해 팬 기반을 확대하고, NFL 레드존(RedZone) 채널을 케이블·위성 사업자에 재배포할 수 있는 권한도 얻게 된다. NFL은 레드존의 온라인 스트리밍 권리를 계속 보유하며 현재처럼 유튜브TV를 통해 제공한다.
“거래가 성사되면 디즈니의 스포츠 중계 지배력이 한층 강화돼 선택지가 줄고 가격이 상승할 우려가 있다“— 안드레 P. 바로우(도일·바로우·마자드 로펌 파트너)
바로우 변호사는 경쟁 제한 가능성을 지적하며, “소비자 부담이 높아질 공산이 크다”고 날을 세웠다. 업계 관계자에 따르면 법무부는 이번 거래를 본안 조사(second request) 단계까지 끌어올릴 가능성이 있으며, 승인까지 최대 12개월이 소요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중복 심사 가능성 확대
이와 별도로 법무부는 올초 디즈니가 스포츠 스트리밍 플랫폼 ‘푸보TV(Fubo TV)’ 지분을 인수한 계약도 들여다보고 있다. 지난 3월 법무부는 두 회사에 추가 자료 제출을 요구, 스포츠 스트리밍 시장 집중도를 재검토 중이다.
의회 움직임도 민감하다. 5월 상원 상무위원회 청문회에서 공화당 테드 크루즈 의원(텍사스)은 “수백만 팬이 ‘경기 시청 비용’ 급등에 불만을 갖고 있다”며 스트리밍 전환이 초래한 비용 문제를 질타했다.
비영리단체 퍼블릭노리지(Public Knowledge)의 존 버그마이어 법무국장도 “스트리밍 서비스 난립과 콘텐츠 분산이 케이블 해지 효과를 무력화하고 있다”고 증언했다.
NFL은 30개 연방의원실과 사전 접촉을 진행해 이번 거래가 소비자 선택권을 확대할 것이라고 설득 중이다.
과거 선례와 정치 변수
디즈니는 2018년 21세기폭스 엔터테인먼트 자산 710억 달러 인수 때는 신속 승인(트럼프 1기)을 받았지만, 당시에도 지역 스포츠 네트워크 22개 채널 매각을 조건으로 걸었다. 바로우 변호사는 “이번에는 행정부가 달라졌고, 규제 환경도 강경해져 더 촘촘한 검증이 예상된다”고 분석했다.
최근 84억 달러 규모 파라마운트글로벌–스카이댄스 미디어 합병도 대통령 도널드 트럼프가 파라마운트를 상대로 제기한 민사소송 등 정치적 잡음 속에 늦어졌다. FCC는 결국 며칠 만에 승인했지만, 규제와 정치 리스크가 맞물리면 지연 가능성이 커진다는 교훈을 남겼다.
정치 변수는 또 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워싱턴D.C. 새 NFL 스타디움 건립과 관련해 구단명 ‘커맨더스’에서 ‘레드스킨스’로 복원을 요구하며 압박한 전례가 있다. 거래 심사 과정에서 정책적 개입이 재현될지 주목된다.
지분 구조 변화
현재 ESPN은 디즈니 자회사 ABC Inc.가 80%, 허스트(Hearst)가 20%를 보유하고 있다. 거래 성사 시 ABC 몫은 72%, 허스트는 18%로 낮아지고 NFL이 새로 10% 지분을 확보하게 된다.
용어·배경 설명
NFL 네트워크는 NFL이 직접 운영하는 케이블·위성 채널로, 드래프트·트레이닝 캠프·다큐멘터리 등 리그 독점 콘텐츠를 제공한다. NFL 레드존은 일요일 경기 중 득점 가능 지역(red zone) 진입 순간을 실시간으로 연결해주는 ‘멀티뷰’ 채널이다. 푸보TV는 스포츠 특화 OTT로, 미국·캐나다·스페인 등에서 다종의 라이브 스포츠 채널을 묶어 제공한다. ‘판타지 풋볼’은 실제 선수 기록을 기반으로 가상의 팀을 꾸려 겨루는 게임으로, 팬 충성도를 높이는 핵심 서비스다.
전문가 시각
한국 투자자와 콘텐츠 사업자도 이 거래를 주시할 필요가 있다. 글로벌 스포츠 중계권 시장은 ‘눈덩이 비용’과 ‘스트리밍 파편화’라는 동일한 과제를 안고 있기 때문이다. 만약 미국 규제 당국이 디즈니·ESPN의 지배력 확대를 견제한다면, 국내에서도 플랫폼과 리그 간 교차 지분 투자 또는 콘텐츠 묶음 판매(bundle)가 경쟁 제한 요소로 평가받을 가능성이 커진다. 반대로 이번 거래가 무난히 통과된다면, 미디어·스포츠 융합을 위한 전략적 제휴 모델이 글로벌 표준으로 자리 잡아 국내 업체에도 확산될 수 있다.
또한 ESPN이 NFL 네트워크를 스트리밍 서비스에 통합하면, ‘단일 앱에서 원하는 경기 모두 보기’라는 소비자 기대치가 높아진다. 이는 국내 스포츠 패스 상품 개발 압박으로 이어질 전망이다. 결국 규제 당국의 최종 판단은 콘텐츠 집중도와 소비자 후생 사이에서 어떤 균형점을 택할지 가늠할 수 있는 시험대가 될 것이다.
결론
미 법무부 반독점 심사, 의회 여론, 정치 변수 등 다층적 장애물이 남아 있지만, 세계 최대 리그와 최대 스포츠 미디어의 맞손은 이미 산업 지형을 바꿔놓고 있다. 승인 여부와 무관하게 콘텐츠 가치사슬의 재편은 가속화될 것이며, 팬·플랫폼·광고주 모두가 새로운 가격과 선택의 룰 속에서 움직이게 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