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li Lilly and Company(이하 릴리)가 개발한 항-아밀로이드 단클론항체 도나네맙(donanemab)이 유럽의약품청(EMA) 산하 의약품인적용위원회(CHMP)로부터 마케팅 허가 긍정 의견을 획득했다. 이로써 도나네맙은 초기 증상 알츠하이머병 치료제로서 유럽연합(EU) 최종 시판 허가 단계인 집행위원회(EC) 결정을 남겨두게 됐다.
2025년 7월 25일, 나스닥닷컴의 보도에 따르면, CHMP는 도나네맙의 효능·안전성·품질 데이터를 심사한 끝에 “이익이 위험을 상회한다“는 결론을 내렸다. 이번 의견은 릴리의 TRAILBLAZER-ALZ 2 3상 임상시험 결과와 TRAILBLAZER-ALZ 6 보조 연구 결과를 근거로 한다.
TRAILBLAZER-ALZ 2 연구 주요 결과
TRAILBLAZER-ALZ 2※는 1,736명의 초기 증상(경도인지장애 또는 경증 치매 단계) 알츠하이머 환자를 대상으로 도나네맙 투여군과 위약군을 18개월간 비교한 다국가, 이중맹검, 무작위 배정 3상 임상이다. 결과에 따르면 도나네맙은 인지·기능 저하 속도를 통계적으로 유의하게 지연시켰고, 다음 질병 단계로 진행될 위험을 감소시켰다. 릴리는 구체적인 수치를 이번 발표에서 명시하지 않았으나, 작년 학회에서 공개된 바에 따르면 환자군의 약 35%가 진행 지연 혜택을 본 것으로 알려져 있다.
TRAILBLAZER-ALZ 6 연구 및 완화 용량 조절 전략
보조 연구인 TRAILBLAZER-ALZ 6는 도나네맙 투여 시 초기 부작용으로 지적되는 ARIA-E(뇌 부종) 및 ARIA-H(뇌 미세출혈) 발생률을 줄이기 위해 수정된 용량 증량 스케줄을 평가했다. CHMP는 해당 안전성 프로파일 역시 허가 권고에 반영했다고 설명했다.
“도나네맙은 질병 조절(modifying) 가능성을 처음 입증한 소수 약물 중 하나로, 유럽의 고령 환자에게 새로운 치료 옵션을 열어 줄 것이다.” ― 릴리 신경의학 본부 성명서
도나네맙, 세계 각국에서 이미 허가
릴리는 도나네맙을 Kisunla라는 제품명으로 미국·영국·일본·중국 등 주요 시장에서 초기 증상 알츠하이머 치료제로 허가받았다. 특히 2024년 7월 미국 식품의약국(FDA)의 가속 승인 후, 2025년 1월 정식 허가를 획득하면서 매출 가속화가 본격화된 상태다.
CHMP란 무엇인가?
CHMP(Committee for Medicinal Products for Human Use)는 EMA 내 휴먼 의약품 자문기구다. 신약의 허가·변경·갱신과 관련해 과학적 의견을 유럽집행위원회(EC)에 권고하며, EC는 약 67일 이내 최종 결정을 발표한다. 따라서 도나네맙의 EU 공식 승인은 이르면 2025년 10월께 나올 것으로 예상된다.
전문가 시각과 시장 영향
필자는 이번 권고가 유럽 내 항-아밀로이드 치료제 경쟁 구도를 뒤흔들 변곡점이 될 것으로 본다. 이미 에자이-바이오젠의 레켐비(lecanemab)가 선두주자로 자리 잡았으나, 도나네맙은 12개월이 지나면 치료를 중단할 수 있다는 용법 차별성을 내세운다. 이는 보험 재정 부담을 완화하고 실제 진료 현장에서의 순응도를 높일 가능성이 있어, 시장 점유율 경쟁에서 강점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또한 릴리는 이미 구축된 당일 배송형 항체 생산 플랫폼을 통해 공급 차질 우려를 최소화하고 있다. 이는 일본·중국 시장에서의 초기 경험치를 통해 입증된 바 있으며, 유럽에서도 유사한 접근이 예상된다.
알츠하이머 치료제 개발 동향
알츠하이머병은 전 세계적으로 약 5,500만 명이 고통받고 있으며, 2050년에는 1억 5,000만 명을 돌파할 것으로 추산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뇌 속 아밀로이드 플라크 제거를 통해 질병 경과를 지연시키는 약물은 아직 손에 꼽힌다. 이에 따라 EU 승인 여부는 환자 접근성·보험 급여·R&D 투자 측면에서 중요한 신호탄이 될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분석한다.
향후 관전 포인트
유럽집행위원회가 도나네맙을 승인할 경우, 각 회원국 보건기술평가(HTA) 기구들은 급여 여부를 검토하게 된다. 특히 영국 국가건강보험(NHS)은 이미 초가속 절차를 예고했으며, 독일 연방공동위원회(G-BA)도 추가 임상 데이터 요구 가능성을 시사했다. 가격 협상 과정에서 도나네맙의 연간 치료 비용과 치료 중단 설계가 핵심 변수로 부상할 전망이다.
릴리 측은 “우리는 규제 당국, 의료계, 보험 당국과 협력해 신속하고 광범위한 환자 접근성을 확보하겠다”고 강조했다.
※ 용어 설명
ARIA(Amyloid-related imaging abnormality)는 아밀로이드 제거 치료제 투여 후 MRI에서 관찰되는 뇌 부종 또는 미세출혈을 의미한다. 일반적으로 무증상이거나 경미하지만, 드물게 신경학적 증상을 유발할 수 있어 정기 영상 모니터링이 권고된다.
도나네맙은 뇌 속 N-끝 아밀로이드-β42에 선택적으로 결합해 플라크를 제거하도록 설계된 IgG1 계열 단클론항체다. 경쟁 약물 대비 표적 특이성과 투여 기간 단축이 특징으로 꼽힌다.
EMA 집행위원회의 최종 결정이 내려지기까지 업계와 투자자들은 도나네맙의 임상적 가치와 상업적 잠재력을 주시할 것으로 보인다. 향후 릴리 주가 및 알츠하이머 치료제 생태계 전반에 미칠 영향을 지속적으로 관찰할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