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사이퍼라 파마슈티컬스(Deciphera Pharmaceuticals)와 오노 파마슈티컬(Ono Pharmaceutical Co.)가 유럽 의약품청(EMA) 산하 의약품사용자문위원회(CHMP, Committee for Medicinal Products for Human Use)로부터 ROMVIMZA(성분명: 빔셀티닙·vimseltinib)에 대해 ‘승인 권고’(positive opinion)를 받았다고 28일(현지 시각) 공동 발표했다.
2025년 7월 28일, 나스닥닷컴의 보도에 따르면, 이번 권고는 ‘임상적으로 의미 있는 신체 기능 저하를 동반한 증후성1 건막 거대세포종(TGCT·Tenosynovial Giant Cell Tumor) 성인 환자 가운데 외과적 치료 옵션이 고갈됐거나 과도한 이환율·장애를 초래할 위험이 있는 환자군을 대상으로 한다.
“CHMP의 긍정적 의견은 이 희귀 질환 환자들에게 새로운 치료 대안을 제공할 수 있다는 점에서 중요한 전환점이다.” — 디사이퍼라 파마슈티컬스 경영진
ROMVIMZA(빔셀티닙)는 콜로니자극인자-1 수용체(CSF-1R)를 선택적으로 억제하는 경구용 저분자 치료제다. TGCT는 관절 주위의 활막(滑膜) 조직에 CSF-1R 경로의 이상 활성이 발생해 비정상 세포 증식이 일어나는 질환으로, 통증·부종·운동 제한 등을 유발한다. 현재까지 표준 치료는 수술적 절제가 유일하지만, 재발률이 높고 광범위 절제가 필요할 경우 기능 손실 위험까지 동반해 ‘수술 이외의 대안’에 대한 요구가 꾸준히 제기돼 왔다.
CHMP의 의견이 최종 승인이 되기까지는 유럽연합 집행위원회(EC)의 검토를 거쳐야 한다. 두 회사는 2026년 3월 31일로 끝나는 회계연도 2분기 안에 EC의 결정을 받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일반적으로 EC는 CHMP 권고 후 최대 67일 이내에 결론을 발표한다.
용어ㆍ배경 설명
1증후성(Symptomatic): 병은 존재하지만 증상이 없는 무증상(asymptomatic) 상태와 달리, 환자가 통증·부종 등 자각 증상을 호소하는 상태를 뜻한다.
CHMP(의약품사용자문위원회): EMA의 핵심 자문 기구로, 유럽 시장에 출시될 의약품의 안전성과 유효성을 평가한다. CHMP가 ‘긍정적 의견’을 채택하면, EC 승인 가능성이 매우 높아지는 것이 통상적이다.
CSF-1R(Colony Stimulating Factor 1 Receptor): 면역 반응과 연관된 수용체 단백질. TGCT 병변 조직에서 과발현돼 종양성 세포 증식을 유발한다. 빔셀티닙은 이 수용체를 선택적으로 저해해 병리적 신호 전달을 차단한다.
전문가 해설 및 전망
이번 승인 권고는 유럽 내 TGCT 치료 패러다임을 바꿀 잠재력을 지닌다. 현재 미국 식품의약국(FDA)에서는 TGCT 치료제로 2020년 승인된 리드보로(Ridaforolimus)와 2021년 승인된 피크레이(Piqray) 등이 있으나, 모두 특정 분자경로만을 겨냥했다는 한계가 있었다. 빔셀티닙은 ‘선택적 CSF-1R 억제’라는 기전을 통해 직접적인 질환 기원(etiology)을 타깃한다는 점에서 차별성을 보인다.
또한 희귀질환 전문의약품(오르판 드러그) 지위를 획득할 경우, 시장 독점 기간·세제 혜택 등 추가 인센티브가 예상된다. 유럽 시장 규모 자체는 크지 않지만, 규제 허들이 높은 만큼 승인 실적이 다른 지역 허가에도 긍정적 선례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
업계 관측통들은 이번 CHMP 권고를 “외과적 한계를 넘어선 내과적 치료제 등장”으로 평가하며, 디사이퍼라의 기업 가치 상승과 오노 파마슈티컬의 유럽 파이프라인 강화를 동시에 기대하고 있다.
기자 코멘트
건막 거대세포종은 국내 인지도는 낮지만 20~50대 활동성이 높은 층에서 비교적 많이 발생한다. 관절 기능이 핵심인 연령층임을 고려하면, 수술 대신 경구제 형태의 표적 치료제가 가진 의의는 상당하다. EC의 최종 승인 여부가 관건이지만, CHMP가 이미 ‘안전성과 유효성이 허용 가능하다’는 견해를 밝힌 만큼, 승인 가능성은 높은 편이라는 것이 전문가 중론이다.
나아가 디사이퍼라는 2027년까지 빔셀티닙 매출 10억 달러 달성을 내부 목표로 제시해 왔다. 유럽 승인이 현실화되면 해당 청사진에 한 발 더 다가서는 셈이다. 다만 실제 시장 침투율, 약가 협상, 보험 급여 범위 등의 변수는 여전히 남아 있어, 기업 실적 반영까지는 시간이 필요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