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부텍사스산 중질유 9월물(WTI, 티커: CLU25) 가격이 23일(현지시간) 한때 전일 대비 -0.33달러(-0.51%) 하락하며 배럴당 64.54달러에 거래됐다. 반면 9월물 RBOB 가솔린(RBU25)은 +0.0112달러(+0.54%) 오른 2.0852달러로 마감했다.
2025년 7월 23일, 나스닥닷컴이 전한 바에 따르면 이날 원유·가솔린 가격은 달러화 강세와 쿠싱 원유 재고 상승 소식이 맞물리며 혼조세를 보였다. 특히 미국 에너지정보청(EIA)이 발표한 주간 재고 통계에서 쿠싱 허브 재고가 3주 연속 증가한 것으로 확인돼 매도 압력이 가해졌다.
그러나 미국·일본이 무역 협정에 합의했다는 소식은 글로벌 교역 환경 개선 기대를 자극하며 에너지 수요 전망을 지지했다. 동시에 EIA가 발표한 전미 원유 재고(-317만 배럴)와 가솔린 재고(-170만 배럴)가 예상보다 큰 폭으로 감소하면서 가솔린 선물 가격을 끌어올리는 요인으로 작용했다.
경제 지표 영향
미국 6월 기존주택 판매는 전월 대비 -2.7% 감소한 393만 채(연율 기준)로, 시장 전망치(-0.7%, 400만 채)를 크게 밑돌았다. 이는 소비 심리 위축과 에너지 수요 둔화 가능성을 시사하며 원유 가격에 부정적으로 작용했다.
크랙 스프레드 약세
정제 마진을 가늠하는 크랙 스프레드(crack spread)가 2주 만에 최저치로 밀리며 정유사의 원유 구매 의욕을 떨어뜨렸다. 크랙 스프레드란 원유를 휘발유·디젤 등으로 정제할 때의 수익성을 나타내는 지표로, 값이 낮을수록 정유사의 원유 수요가 줄어드는 경향이 있다.
이라크 쿠르드 수출 재개 전망
이라크 중앙정부는 2023년 3월 이후 중단된 이라크-터키 파이프라인을 통해 쿠르드 자치정부의 원유 수출을 재개하는 계획을 승인했다. 쿠르드 측은 재개 시 하루 23만 배럴을 공급할 수 있다고 밝혀, 글로벌 공급 과잉 우려를 키우고 있다.
러시아 제재 강화
한편 EU는 러시아에 대한 20개 은행 SWIFT 차단, 제3국 정유 제품 제한, 105척 그림자 선대(Shadow Fleet) 선박 제재 등을 포함한 추가 제재안을 승인했다. 이 조치는 러시아 석유 수출 경로를 압박해 중장기적으로 공급 감소 기대를 자극하고 있다.
OPEC+ 증산·감산 시나리오
OPEC+는 8월 1일부터 일 54만8천 배럴 증산을 결정했으며, 사우디아라비아는 과잉 생산국 징계
차원에서 추가 증산 가능성을 시사했다. 다만 블룸버그는 10일 OPEC+가 10월부터 증산 일시 중단을 논의 중이라고 보도했다. 국제에너지기구(IEA)는 재고가 하루 100만 배럴씩 증가해 2025년 4분기에는 하루 150만 배럴 초과 공급이 예상된다고 분석했다.
탱커 재고 감소
조사업체 보텍사(Vortexa)에 따르면 7일 이상 움직이지 않은 탱커에 저장된 원유가 7월 18일 주간에 전주 대비 14% 감소한 6,631만 배럴로 파악됐다. 이는 해상 재고 축소로 해석돼 가격 지지 요인이 됐다.
EIA 주간 재고 상세
• 원유 재고: -317만 배럴 (예상 -150만 배럴)
• 가솔린 재고: -170만 배럴 (예상 -20만 배럴)
• 디스틸레이트 재고: +290만 배럴 (예상 -125만 배럴)
• 쿠싱 허브 재고: +45만5천 배럴
EIA 자료 기준, 7월 18일 현재 미국 원유 재고는 5년 평균 대비 -8.6%, 가솔린 재고는 +0.2%, 디스틸레이트 재고는 -18.5% 수준이다. 같은 주간 미국 원유 생산량은 전주 대비 0.8% 감소한 하루 1,327만3천 배럴로, 2024년 12월 6일 기록한 사상 최고치(1,363만1천 배럴)보다는 소폭 낮다.
미국 시추 활동 둔화
베이커휴스(Baker Hughes)는 7월 18일 주간 미국 가동 원유 시추기(리그)가 전주 대비 2기 줄어든 422기라며, 3년 9개월 만의 최저치라고 밝혔다. 2022년 12월 627기 대비 큰 폭의 감소세가 지속되고 있다.
용어 설명
RBOB(휘발유 기초 블렌드)는 미국에서 거래되는 가솔린 선물의 대표적인 벤치마크다. Shadow Fleet은 러시아 제재를 우회해 원유를 운송하는 선박 집단을 가리키며, 서방의 추적을 피해 보험·선적 정보를 숨기는 경우가 많다.
전문가 시각
시장 전문가들은 “달러 강세와 공급 확대 가능성이 당분간 상단을 제한하겠지만, 지정학적 리스크와 재고 축소 속도가 하단을 지지할 것”이라며 단기 박스권 흐름을 예상했다. 또한 “정제 마진 회복 여부가 가을 정유 시즌 수급의 핵심 변수”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