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IA 재고 증가·IEA 공급 과잉 전망에 국제유가 하락

[시황] 13일(현지시간)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9월물 서부텍사스산원유(WTI) 가격은 전일 대비 1.82% 하락한 배럴당 61.93달러(-1.15달러)에 거래되고 있다. 같은 만기 RBOB 휘발유도 1.29% 떨어진 갤런당 2.0396달러(-0.0266달러)를 기록했다.

2025년 8월 13일, 나스닥닷컴 보도에 따르면 이번 급락의 직접적 원인은 미국 에너지정보청(EIA)이 발표한 주간 원유 재고 증가(+304만 배럴)와 국제에너지기구(IEA)가 제시한 중장기 공급 과잉 전망 때문이다.

IEA 보고서에 따르면 2026년 전 세계 석유시장은 일평균 296만 배럴의 사상 최대 공급 초과가 발생할 것으로 예상된다. 하루 170만 배럴로 잡았던 미국 EIA의 2025년 잉여 공급 전망치도 이번 주 110만 배럴에서 상향 조정됐다. IEA·EIA 두 기관의 동시 경고로 시장에는 공급 과잉에 대한 우려가 급증했다.

WTI 가격 차트

뿐만 아니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15일 알래스카에서 예정한 정상회담을 앞두고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의 해법이 모색될 가능성이 거론되면서 지정학적 프리미엄도 일부 축소됐다. 트럼프 대통령은 러시아가 휴전에 합의하지 않을 경우 러시아산 에너지 구매국에 관세 부과를 경고했으나, 정상회담 결과에 따라 제재 완화 카드가 등장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장기 수급 요인도 혼재한다. 미국 EIA는 2026년 미국 원유 생산량이 1,328만 배럴로 감소해 2021년 이후 첫 연간 감소세를 기록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저유가로 셰일 기업의 시추‧투자가 둔화된 결과로, 베이커휴스에 따르면 미국 내 가동 중인 원유 시추기는 410기(3.75년 만의 최저치)에서 411기로 소폭 반등하는 데 그쳤다.

휘발유 가격 차트

반면 석유수출국기구 플러스(OPEC+)는 9월 1일부터 하루 54만7,000배럴을 추가 증산하기로 합의한 바 있다. 이는 2년에 걸친 감산을 뒤집는 조치로, 2026년 9월까지 총 220만 배럴을 단계적으로 복원한다는 계획이다. 7월 OPEC 원유 생산은 직전 달 대비 2만 배럴 감소했지만, 여전히 시장에는 증산 리스크가 상존한다.

해상 저장분 감소는 가격에 완만한 지지를 제공하고 있다. 해상 물류 분석업체 보텍사(Vortexa)는 8월 8일 기준 7일 이상 정박한 탱커의 원유 재고가 전주 대비 5% 감소한 8,052만 배럴이라고 밝혔다.

“미국 내 원유 재고는 계절적 5년 평균 대비 5.1% 낮지만, 휘발유 재고는 0.25% 높고, 중류유 재고는 15.45% 낮다”— EIA 주간 통계

EIA 주간 보고서에 따르면 8월 8일로 끝난 주간 미국 원유 생산은 전년 동기 대비 0.3% 증가한 1,332만7,000배럴로 집계돼 지난해 12월 초 기록한 사상 최고치(1,363만1,000배럴)에 근접했다.


용어 해설

WTI는 미국 텍사스 서부 지역에서 생산되는 고품질 경질유로, 세계 원유 벤치마크 가운데 하나다. RBOBReformulated Blendstock for Oxygenate Blending의 약자로, 옥시제네이트 혼합 전 단계의 휘발유 선물 가격을 뜻한다.


기자 시각

단기적으로는 재고 증가와 공급 과잉 전망이 지배적이지만, 미국 셰일업계의 투자 위축, 해상 재고 감소, 지정학적 변수 등은 하방 압력을 일정 부분 상쇄할 수 있다. 특히 트럼프‧푸틴 회담 결과가 제재 완화로 귀결될 경우 유가는 추가로 눌릴 수 있으나, 반대로 긴장이 고조될 경우 리스크 프리미엄이 재부각될 여지도 남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