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IA 재고 보고서 상반된 결과에도 WTI 소폭 하락 — 휘발유는 상승 마감

뉴욕 — 국제유가가 23일(현지시간) 혼조세로 장을 마쳤다. 9월물 WTI(서부텍사스산 중질유) 선물은 전일 대비 0.06달러(0.09%) 내린 배럴당 81.24달러로 거래를 마감했고, 9월물 RBOB 휘발유는 0.0187달러(0.90%) 오른 갤런당 2.08달러에 종료됐다.

2025년 7월 23일, 나스닥닷컴의 보도에 따르면, 이번 가격 움직임은 EIA(미 에너지정보청)의 주간 재고 통계가 긍정적·부정적 요인을 동시에 제시한 가운데 나타났다. 쿠싱(Cushing·WTI 실물 인도지점) 원유 재고는 3주 연속 증가해 가격을 압박했으나, 전국 상업 재고와 휘발유 재고가 시장 예상보다 큰 폭으로 줄어들면서 낙폭을 제한했다.

주요 재고 지표 — 공급 · 수요 신호 엇갈려

EIA가 집계한 7월 18일 기준 미국 원유 재고는 전주보다 317만 배럴 감소해 시장 컨센서스(150만 배럴 감소)를 웃돌았다. 반면 디스틸레이트(경유·난방유 등 중간유분) 재고는 290만 배럴 늘어나 예상치(125만 배럴 감소)에 반해 증가했다. 휘발유 재고 역시 170만 배럴 줄어들어 예상치(20만 배럴 감소)를 크게 상회했다. 같은 기간 쿠싱 재고는 45만 5,000배럴 증가했다.

경제 지표 · 달러화 · 무역 뉴스가 동시에 작용

미국 6월 기존주택 판매는 전월 대비 2.7% 감소한 393만 채(연율)를 기록, 9개월 만의 최저치이자 시장 예상치(400만 채)를 하회했다. 이는 에너지 수요 위축 우려로 이어져 유가에 하락 압력을 가했다. 그럼에도 달러화 가치(DXY) 하락이 원유를 비롯한 달러 표시 상품의 상대적 매력을 높였고, 미국·일본 간 무역 합의 소식은 글로벌 수요 회복 기대를 뒷받침했다.

OPEC+ 증산 — 시장의 초과 공급 경계

OPEC+는 7월 5일 회의에서 8월부터 하루 54만 8,000배럴 증산하기로 합의하며 기존 계획(41만 1,000배럴)보다 공격적으로 생산을 늘리기로 했다. 사우디아라비아는 “추가적인 동일 규모 증산이 뒤따를 수 있다”고 밝혀 추가 하락 압력 요인으로 거론됐다. 그러나 10월부터 증산을 일시 중단(Pause)하는 방안도 논의되고 있다는 블룸버그 보도가 나오면서, 공급 과잉 가능성에 대한 우려와 기대가 교차하고 있다.

러시아 제재 확대 — 지정학 변수 지속

지난주 EU는 우크라이나 침공 지속에 대한 대응으로 러시아산 석유·제품 제재를 확대했다.

20개 러시아 금융기관의 SWIFT 차단, “러시아 그림자 선단” 소속 유조선 105척 제재, 인도 내 대형 정유시설(러시아 로즈네프트 PJSC 지분 포함) 블랙리스트 지정

등 조치는 러시아 원유 · 제품의 글로벌 유통 경로를 좁혀 향후 공급 타이트닝 요인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탱커 재고 감소 — 단기 호재

이와 별도로 조사업체 Vortexa는 7월 18일 기준 해상 부유식 저장 원유량이 전주 대비 14% 감소한 6,631만 배럴로 집계됐다고 밝혔다. 시장에서는 “물동량 증가가 동반되지 않는 한 일시적 수치”라는 분석과 “실물 공급 제약이 가시화된 신호”라는 견해가 팽팽하다.

미국 생산 · 리그 동향

같은 주간에 미국 원유 생산은 하루 1,327만 3,000배럴로, 전주 대비 0.8% 감소했다. 이는 2024년 12월 첫째 주 기록한 사상 최고치(1,363만 1,000배럴)보다는 소폭 낮다. 베이커휴스에 따르면 7월 18일 기준 미국 내 가동 중인 원유 시추 rig 수는 422기(3.75년 래 최저치)로, 2022년 12월 고점(627기) 대비 200기 이상 줄었다.

시장 용어 · 배경 설명

쿠싱(Cushing)은 오클라호마주에 위치한 대규모 원유 집적·분배 허브로, WTI 선물의 인도지점이다. 재고 증감이 WTI 가격에 직접적 영향을 준다.

RBOB(재포밍 블렌드스톡 for Oxygenate Blending)은 북미 휘발유 선물 표준 규격으로, 산소 화합물 첨가 전 기본 휘발유를 의미한다.

디스틸레이트는 경유, 제트·항공유, 난방유 등을 포함한 중간 유분을 지칭하며, 난방·물류·항공 수요를 반영한다.

기자 관전평

이번 주간 재고 데이터는 휘발유 및 원유 재고의 급감이라는 강세 요인쿠싱 및 디스틸레이트 재고 증가라는 약세 요인이 동시에 부각돼 방향성 모호성을 드러냈다. 달러 약세러시아·OPEC+ 이슈가 뒤섞이며 유가는 좁은 범위에서 등락할 가능성이 높다. 다만, 가을 정기 정비(maintenance) 시즌이 가까워지면 정제 가동률이 낮아져 재고 축적 가능성이 커지는 만큼, 하반기에는 다시 공급 과잉 이슈가 부상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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