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DF, 새 CEO 취임 후 해외 원전 사업 대폭 축소 방침

프랑스 전력회사 EDF(Electricité de France)해외 원전 사업을 대폭 축소하기로 결정하며, 글로벌 원전 시장 판도에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이 같은 변화는 2024년 4월 취임한 베르나르 폰타나(Bernard Fontana) 최고경영자가 내세운 ‘프랑스 우선 전략’의 일환으로 해석된다.

2025년 7월 23일, 인베스팅닷컴의 보도에 따르면 EDF는 해외 인력 감축과 주요 국가 원전 입찰 철회를 포함한 구조 재편에 돌입했다. 회사 내부 관계자들은 “해외 부문의 인력 수백 명이 재배치되거나 단계적으로 감원될 것”이라고 전했다.

“프랑스 내 신규 원전 착수 시점이 임박해 있어, 제한된 자원을 자국 프로젝트에 집중하는 것이 최우선 과제”라고 폰타나 CEO는 프랑스 의회 청문회에서 밝혔다.

그는 취임 이후 수차례에 걸쳐 프랑스 정부가 추진하는 6기 이상의 차세대 EPR2 원전 건설을 ‘국가 전략산업 1순위’로 지목해 왔다.


◇ 해외 사업 조정 세부 내용
EDF가 보유한 ‘인터내셔널 디비전(International Division)’은 중국 타이산, 핀란드 올킬루오토, 영국 힝클리포인트 C 등 굵직한 해외 원전 프로젝트를 수행해 왔다. 그러나 새 전략에 따라 회사는 앞으로 네덜란드·스웨덴·핀란드EU 역내 국가 입찰에만 집중할 계획이다.

반면 폴란드·인도·캐나다 등 비(非)유럽 지역에서는 입찰 준비를 전면 중단한다. 실제로 폴란드 정부가 추진 중인 6~9GW 규모 신규 원전 프로젝트와 관련해, EDF는 이달 초 “예비 사업성 검토를 종료한다”는 내부 통보를 마쳤다.

이번 조정은 비용 절감인력 재배치에 초점을 맞춘다. EDF 고위 임원은 “글로벌 공급망 병목과 고금리 환경 속에서, 현금 지출을 줄여 재무 건전성을 높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다른 임원은 “역내 집중 전략을 통해 기술 표준화와 규제 대응 비용을 절감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 배경: 프랑스 정부·EU 에너지 정책과의 연계성
프랑스 정부는 2050년까지 자국 내 원전 발전 비중을 50% 이상 유지하는 청정에너지 로드맵을 수립했다. 이에 따라 대통령령으로 EPR2 차세대 원전 6기를 우선 건설하고, 최대 14기까지 확대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EDF의 ‘프랑스 중심’ 전략은 이러한 국가정책과 궤를 같이한다.

또한 EU의 녹색분류체계(EU Taxonomy)가 2022년 원전을 ‘전환 활동’으로 조건부 포함시키면서, 유럽 내 원전 생태계가 다시 주목받고 있다. 전문가들은 “EU 내부 수요가 늘어난 상황에서 굳이 멀리 떨어진 시장에 자원을 분산할 필요가 없다는 것이 EDF 경영진의 계산”이라고 해석한다.


◇ 국제 경쟁 구도 변화 예상
EDF의 후퇴로 한국의 한국수력원자력(KHNP), 미국 웨스팅하우스 등 글로벌 사업자들이 폴란드·인도·캐나다 시장에서 경쟁우위를 확보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한 에너지 컨설팅업체 애널리스트는 “EDF의 기술력과 브랜드 파워는 막강했지만, 이번 전략조정으로 입찰자가 줄어드는 효과가 발생할 것”이라며 “가격·기술조건 협상력이 다른 기업들에 유리하게 변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반면 EU 역내에서는 프랑스·핀란드·스웨덴이 모두 동일한 규제와 표준을 공유하므로, EDF의 ‘지역 집중’이 오히려 프로젝트 수주 가능성을 높일 것이라는 평가도 있다.


◇ 용어 풀이 및 배경 설명
EPR2는 ‘Evolutionary Power Reactor 2’의 약자로, 3세대+ 가압수형 원자로(EPR)의 개량형 모델이다. 기존 EPR 대비 설계 단순화, 건설 기간 단축, 안전 계통 최적화 등을 통해 경제성과 안전성을 동시에 개선한 것이 특징이다.

EDF는 1946년 설립된 프랑스 국영 전력회사로, 전 세계 원전 시장 점유율 약 10%(2023년 기준 산업 추정치)를 보유한 거대 사업자다. 최근 프랑스 정부가 100% 지분 재국유화를 완료해, 자국 에너지 안보 차원에서 전략적 기능이 더욱 강화됐다.


◇ 시장과 투자자 관점
EDF는 파리 증권거래소(EPA: EDF)에서 거래되며, 원전 사업 수주 의존도가 높은 기업 특성상 발주 일정·규제 변화·금리 등에 따라 실적 변동성이 크다. 이번 해외 사업 축소는 단기적으로 매출 감소 압력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있으나, 장기적으로는 재무 구조 개선위험 분산 효과를 통해 투자 매력도를 높일 수 있다는 평가가 공존한다.

특히 핵심 기술 인력을 프랑스·EU 프로젝트로 재배치하면, 시공 기간 단축과 품질 관리에 긍정적 영향을 줄 수 있다. 업계 관계자는 “프랑스 국내 원전 프로그램이 속도를 내야 재무레버리지 관리가 가능하다”면서 “해외 확장보다 자국 프로젝트 성과를 통해 시장 신뢰를 회복하려는 전략”이라고 풀이했다.


◇ 향후 일정과 관전 포인트
EDF 경영진은 올 하반기 안에 해외 인력 재배치 계획우선순위 프로젝트 로드맵을 확정해 프랑스 정부 및 투자자에게 보고할 예정이다. 또한 네덜란드·스웨덴·핀란드에서 예정된 신규 원전 입찰은 2025~2026년 본격 진행될 것으로 예상되며, EDF의 수주 경쟁력이 장기적으로 시험대에 오른다.

시장 전문가는 “EU 역내 원전 규제 동기화가 속도를 낼수록, EDF의 설계·운영 경험이 부각된다”면서도 “프로젝트 자금조달 구조와 장기 전력구매계약(PPA) 조건이 관건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결론적으로, EDF의 이번 ‘해외 사업 재편’은 자국 중심의 에너지 정책 기조와 글로벌 공급망 변동성에 대응하기 위한 전략적 선택으로 풀이된다. EU 내부에서는 수주 가능성을 높이고, 역외 시장에서는 경쟁사 지형을 재편하게 될 이 결정이 중장기적으로 국제 원전 생태계에 어떤 결과를 가져올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