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CB, 9월까지 추가 금리 인하 미룰 가능성…무역 불확실성과 유로 강세가 변수

유럽중앙은행(ECB)이 기준금리를 추가로 인하하기까지 9월까지 기다릴 가능성이 높다는 전망이 나왔다. 영국의 경제조사기관 캐피털 이코노믹스(Capital Economics)는 최근 보고서를 통해 무역 교섭 불확실성과 유로화 강세를 감안할 때 7월 회의에서는 금리 동결로 기우는 분위기라고 분석했다.

2025년 7월 4일, 인베스팅닷컴의 보도에 따르면, ECB는 지난 6월 8번째 연속 인하를 단행해 예치금리(deposit rate)를 25bp(basis points) 내린 2.0%로 조정했다. 그러나 연내 추가 인하 여부에 대해서는 직접적인 가이던스를 제시하지 않았다.

ECB는 성명에서 “유로권 인플레이션이 목표치(2%)로 안정되고 있으나, 글로벌 무역 긴장이 지속됨에 따라 경제 전망의 불확실성이 커졌다”고 밝혔다. 특히 미·EU 간 관세 협상이 지연되는 점이 투자·수출에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시장 참가자들은 ECB의 6월 결정이 이미 예상 범위 내였다는 점에서, 향후 통화정책 경로에 더 큰 관심을 보여 왔다. 인플레이션이 2% 부근으로 내려왔다는 사실만 놓고 보면, 7월 회의에서 긴축 사이클을 잠시 멈춘 뒤 2025년 말 이전 한 차례 추가 인하가 가능하다는 시나리오가 거론돼 왔다.

그러나 캐피털 이코노믹스의 프란치스카 팔마스(Franziska Palmas) 이코노미스트는 “ECB가 9월까지 정책 완화를 미룰 가능성이 훨씬 크다”고 지적했다.

무역 변수도 여전히 불안 요인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추진한 ‘상호주의 관세(Reciprocal Tariffs)’ 유예 조치는 7월 9일 만료된다. 백악관은 과거 EU의 ‘불공정 무역 관행’을 문제 삼아 유럽산 제품에 관세를 매겼으며, 유예 연장 여부가 아직 불투명하다.

이번 주 워싱턴에서 열린 미·EU 무역 회담에서도 양측은 ‘원칙적 합의’를 목표로 논의를 벌였으나, 세부 내용은 합의에 이르지 못했다. EU는 자동차·농산물 등 핵심 산업에 대한 즉각적 관세 완화를 요구하고 있다.

로이터와 파이낸셜타임스(FT)는 “10% 기본 관세를 수용하는 대신 특정 분야 관세를 낮추는 안”이 거론됐다고 전했다. 하지만 브뤼셀 일각에서는 10% 자체를 낮춰야 한다는 강경론도 제기되고 있다.


ECB는 관세 불확실성이 기업 투자·수출을 단기적으로 위축시킬 수 있다고 진단하면서도, 국방·인프라 지출 확대가 중기 성장 동력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캐피털 이코노믹스는 “협상 연장 또는 매우 모호한 예비 합의가 이뤄질 가능성이 크다”고 예측했다.

유로화 급등도 통화당국의 고민 사항이다. FT는 일부 ECB 내부자가 올해 들어 무려 14% 오른 유로화를 우려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미국 정책 불확실성 속에 투자자들이 유럽 자산으로 이동하면서 유로화가 강세를 보였다는 분석이다.

한 고위 중앙은행 관계자는 “유로가 과도하게 강세를 띠면 인플레이션이 목표치 아래 머물 위험이 있다”고 FT에 전했다. 통화가치 상승은 수입물가를 낮춰 물가 상승률을 끌어내릴 뿐 아니라, 유럽산 제품의 수출 가격 경쟁력을 약화시켜 경기 전반을 둔화시킬 수 있다.

경제 성장세가 미지근한 상황에서 관세·환율 리스크가 겹치자 일부 정책위원은 불안감을 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루이스 데 긴도스(ECB 부총재)는 블룸버그TV 인터뷰에서 “유로/달러 환율이 1.18달러 수준은 용인할 수 있지만, 1.20달러를 넘어서는 ‘오버슈팅’은 정책당국이 간과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용어 해설
1 예치금리(Deposit Rate): 시중은행이 ECB에 초과지준을 예치할 때 적용받는 금리로, 유로존 단기금리의 하단을 형성한다.
2 bp(Basis Point): 금리·수익률 변동 폭을 나타내는 단위로, 1bp는 0.01%p에 해당한다.
3 상호주의 관세: 자국 제품이 해외에서 받는 관세 수준만큼 상대국 제품에도 동일률의 관세를 매기겠다는 정책.

전문가 시사점
무역 불확실성과 환율 변수는 ECB의 통화정책 유연성을 제약할 가능성이 있다. 특히 금리 인하 효과가 실물경제로 전이되기 전, 유로화 강세가 인플레이션 기대를 끌어내릴 경우 오히려 추가 부양 여력이 줄어들 수 있다. 이에 따라 9월 회의 전까지 발표될 유로존 소비자물가지수(CPI)미·EU 무역협상 추이가 정책 결정의 관건이 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