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CB 카지미르 “9월 금리 인하, 노동시장 붕괴 등 대형 변수 없이는 어렵다”

프랑크푸르트로이터—유럽중앙은행(European Central BankㆍECB)이 추가 금리 인하에 서두르지 않겠다는 방침을 재확인했다. 슬로바키아 중앙은행 총재이자 ECB 통화정책위원인 페테르 카지미르는 “예상을 뒤엎는 대규모 경제 충격이 없다면 9월에는 행동에 나서기 어렵다”고 28일(현지시간) 강조했다.

2025년 7월 28일, 인베스팅닷컴 보도에 따르면, 카지미르는 자신의 블로그에 올린 글에서 “노동시장이 무너진다는 명확한 징후가 나타나야만 9월 인하를 검토할 수 있다”고 밝혔다. 그는 올해 6월 이후 ECB가 기준금리를 3.75%2.00%로 두 차례 인하했지만, 그 이후 추가 완화에 대한 문턱은 상당히 높아졌다고 설명했다.

ECB는 지난주 시장의 예상대로 금리를 동결한 뒤, 유로존 경기에 대해 ‘완만하지만 긍정적’이라는 평가를 내놓았다. 이에 따라 투자자들은 올해 안에 추가 완화가 이어질 가능성을 낮춰 잡았고, 국채 금리와 유로화 환율도 이에 맞춰 조정됐다.

“향후 공개되는 지표에서 특별한 변화가 없을 것으로 본다. 노동시장이 급격히 흔들린다는 등 분명한 경고음이 들리기 전까지는 9월에 손을 쓸 이유가 없다.” — 페테르 카지미르 ECB 정책위원

그의 시각은 지난주 로이터가 전한 ECB 내부 소식통의 평가와 일치한다. 당시 소식통들은 “이미 두 차례 인하를 단행한 상황에서 9월 추가 인하는 매우 높은 진입장벽이 있다”고 말했다.

ECB HQ

한편, 27일 체결된 EU–미국 간 무역 합의는 기업들의 불확실성을 줄여주는 호재로 평가된다. 그러나 카지미르는 “가격(물가)에 미칠 정확한 영향은 아직 알 수 없다”면서 “새로운 환경이 인플레이션에 어떤 변화를 가져올지 시간을 두고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다.

정책위원 내 주요 쟁점인 ‘목표치(2%) 이하로의 물가 과도 하락 가능성’에 대해서도 그는 선을 그었다. “물가가 일시적으로 2% 아래로 내려갈 수 있으나, 지속·심각한 디플레이션 위험은 없다”는 게 그의 진단이다.

현재 ECB 연구진은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2026년 말 1.8%까지 내려갔다가 2027년에 반등할 것으로 전망한다. 일부 이사들은 “목표 이하 구간이 길어지면 기대 인플레이션도 떨어져 저물가 고착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를 제기하지만, 카지미르는 “그럴 조짐은 보지 못했다”고 못 박았다.

그는 또 글로벌 공급망 재편새로운 병목(bottleneck)을 일으킬 경우, 오히려 물가 상방 압력이 커질 위험성도 있다고 덧붙였다.


용어 해설

• 노동시장 붕괴(unravelling in the labour market): 실업률 급등, 고용 창출 중단 등으로 일자리 기반이 급속히 악화되는 현상이다. 중앙은행은 경제 전반의 체력을 판단할 때 고용지표를 핵심 신호로 활용한다.

• 기대 인플레이션(expectation): 가계·기업·금융시장 참여자가 향후 물가 수준을 어느 정도로 예상하느냐를 뜻한다. 목표치 아래로 물가가 장기간 떨어지면, ‘물가가 영구적으로 낮다’는 인식이 굳어져 소비·투자 위축과 디플레이션을 초래할 수 있다.


전문가 시각

시장 전문가들은 카지미르 총재가 언급한 “노동시장 붕괴”‘경기 침체의 가장 마지막 방어선’으로 본다. 고용이 버텨주는 한 소비가 유지되고, 이는 인플레이션을 지탱한다. 따라서 ECB가 연준(Fed)보다 보수적인 완화 속도를 택하고 있는 배경에도 탄탄한 고용지표가 자리한다. 반면, 글로벌 교역 불확실성과 공급망 리스크는 물가 상방 요인이므로, ECB가 조기·과도한 완화에 나섰다가는 ‘물가 재가속’이라는 역풍을 맞을 수 있다는 점도 함께 고려된다.

요약하면 ECB는 “인플레와 성장 사이의 신중 모드를 고수한다. 9월 결정은 앞으로 두 달간 발표될 고용·임금·서비스물가가 판가름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