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CB 정책위원들, 12월 회의 앞두고 물가·금리 목표 놓고 격돌 예고

FLORENCE(이탈리아)/FRANKFURT(독일) – 유럽중앙은행(ECB) 정책위원들이 물가 상승률 목표치통화정책 경로를 두고 오는 12월 회의에서 본격적인 논쟁을 벌일 전망이다.

2025년 10월 30일, 로이터 통신 보도에 따르면 ECB는 26일 열린 통화정책회의에서 기준금리를 세 차례 연속 연 2%로 동결했다. 동시에 정책 기조가 “좋은 위치(good place)“에 놓여 있다는 기존 평가를 재확인하며, 유로존 경제가 불확실성에도 완만한 회복력을 보여주고 있다고 진단했다.

경제 성장세에 대해서는 대체로 낙관적인 시각이 우세했지만, 인플레이션 경로를 둘러싼 시각차는 컸다. ECB는 내년 물가상승률이 2% 목표를 하회한 뒤 2027년 말 재차 상승할 것으로 예상한다. 그러나 일부 위원은 ▲2028년부터 세워지는 첫 장기전망치에서 추가 하락 증거가 확인될 경우 ▲즉각적인 금리 인하 논의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주목

반면 다른 그룹은 “장기 전망치는 불확실성이 크므로 절대시할 수 없다“며, 목표치 대비 0.20∼0.30%p(20∼30bp) 정도의 미미한 하회는 용인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ECB 대변인은 구체적인 논평을 거부했다.


정책 논쟁의 핵심은 ‘허용 오차’

이번 논의는 중앙은행이 목표물가에서 얼마나 벗어날 수 있는지에 관한 철학적 질문으로 귀결된다. ECB는 올해 초 공개한 통화정책 전략에서 “일정 범위의 이탈“을 허용하면서도, 그 범위를

“편차의 원인·규모·지속성에 따라 달라지는 ‘상황 의존적(context-specific)’ 개념”

으로 규정해 정확한 기준을 제시하지 않았다. 이 때문에 위원들 간 해석 여지가 남아 있다는 설명이다.

현재 ECB는 물가 전망을 점(포인트) 추정치상·하단 구간으로 제시한다. 크리스틴 라가르드 ECB 총재는 26일 기자회견에서 “정책의 ‘좋은 위치’는 고정된 개념이 아니라“고 강조하며, 목표 하회 위험을 목표 초과 위험만큼 대칭적으로 다룰 것이라고 밝혔다.

주목

기준금리·포워드가이던스 전망

시장에서 주목하는 12월 회의의 관전 포인트는 1) 2028년 물가·성장 전망2) 이를 근거로 한 선제적 금리 조정 여부다. 특히 일부 비둘기파(완화 선호) 위원은 3년물 전망치목표 대비 지속적인 하락을 시사할 경우 포워드 가이던스(미래 정책 약속)를 조정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매파(긴축 선호) 측에서는 “20~30bp 정도의 목표 하회통화정책으로 굳이 대응할 필요가 없는 마진“이라고 반박한다. 과거 장기 전망 오차, 팬데믹·우크라이나 전쟁 등 예측 불가능한 충격을 근거로 든다.


용어 해설: ‘bp(베이시스포인트)’란?

금융시장에서는 1bp(basis point)를 0.01%포인트로 정의한다. 예컨대 25bp는 0.25%포인트를 의미한다. 중앙은행이 물가목표와 ‘20~30bp 하회’라고 말할 때, 이는 목표치보다 0.20~0.30%포인트 낮다는 뜻이다.


전문가 시각 및 전망

일각에서는 ECB가 내년 상반기까지 금리를 유지하면서 데이터 의존적 접근을 이어갈 것으로 본다. 반면 물가 하방 압력이 예상보다 강해지면, 2025년 1분기 이전에도 선제적 인하 논의가 촉발될 수 있다는 관측도 제기된다.

결국 정책의 분기점은 12월에 공개될 2028년 전망치에서 ‘목표 달성 vs. 미달’이 어떻게 판가름나는지에 달려 있다. 이와 함께 ▲라가르드 총재의 기자회견 발언 수위, ▲실질 임금에너지 가격의 추세도 주목받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