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크푸르트 — 유럽중앙은행(ECB)의 최신 분석에 따르면, 중국이 유럽 시장에 초저가로 잉여 상품을 대량 수출하는 주요 요인은 미국 관세가 아니라 중국의 내수 부진인 것으로 드러났다. ECB는 화요일 발표한 이코노믹 불리틴(Economic Bulletin) 기고에서, 이러한 저가 공세가 유럽 내 생산자에게 부담을 주고 있으며, 그 기저에는 중국 내 수요 위축이 자리 잡고 있다고 밝혔다.
2025년 11월 11일, 로이터 통신 보도에 따르면, 미국의 대중 관세 강화로 중국이 새로운 수출 시장을 모색하는 가운데, 유럽연합(EU)은 중국발 수입 급증에 대응해야 한다는 압력을 점점 더 크게 받고 있다. 그러나 ECB는 최근의 무역 긴장 고조가 중국의 대EU 수출 증가를 설명하는 전부가 아니며, 수출 증가는 이미 그 이전부터 진행되고 있었다고 지적했다.
“미국과 중국 간 무역 긴장의 격화는 중국 수출의 유럽으로의 추가 전용(diversion)으로 이어질 수 있다.”
ECB는 이렇게 전망하면서도,
“다만 중국의 대EU 수출 증가는 최신 긴장 국면 이전에 이미 나타났고, 오히려 중국의 내수 수요 약화가 시작된 시점과 궤를 같이한다.”
고 덧붙였다.
ECB는 현재의 흐름이 2021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고 분석했다. 당시 중국의 주택시장 둔화가 국내 수요를 위축시키며, 수입 의존도가 높은 부문인 주거 투자에 부담을 주기 시작했다는 설명이다. 이로 인해 중국 내에서 팔리지 못한 재화가 축적됐고, 기업들은 이를 외부 시장으로 돌릴 유인을 갖게 되었다고 봤다.
동시에, 국가 주도 제조업 투자가 성장 안정화를 목표로 확대되면서 과잉설비(excess capacity)가 누적됐다. 그 결과 중국 내 기업 간 가격 전쟁이 심화되었고, 수익성 압박을 받는 기업들은 해외 시장으로 판매를 재배치하는 전략을 취했다는 것이 ECB의 주장이다. 이는 유럽 시장에서의 초저가 경쟁을 촉발하거나 강화하는 배경이 됐다는 해석이다.
“해외로 영역을 확장하려면 기업은 경쟁력을 확보해야 한다.”
ECB는 이어,
“기업은 통상적으로 단기 한계비용과 가격을 낮추거나, 이익률 축소—일부 경우 손실 감수—를 통해 이를 달성한다.”
고 적시했다. 즉, 단기적으로 손익을 훼손하더라도 시장점유율을 확보하기 위한 저가 전략이 광범위하게 동원되고 있다는 뜻이다.
아울러 중국 내에서는 소비 부진, 무역 정책, 그리고 핵심 품목의 자국 내 생산 확대라는 전략적 초점 등 여러 요인이 결합해 수입 수요를 구조적으로 억제하고 있다고 ECB는 지적했다. 이러한 경향은 중국의 수입 행태가 장기적으로 변화하고 있음을 시사하며, 결과적으로 무역수지 격차가 확대되는 경로를 남길 수 있다고 분석했다.
핵심 개념 해설
덤핑(dumping): 통상 자국 내 가격이나 정상가격보다 매우 낮은 가격으로 외국 시장에 상품을 판매하는 행위다. 단기간 시장점유율 확대를 위해 활용되며, 수입국의 산업에 피해를 줄 수 있어 반덤핑 관세 등 무역구제 조치의 대상이 된다.
과잉설비(excess capacity): 실제 수요를 상회하는 생산능력이 누적된 상태를 뜻한다. 설비 가동률 저하와 가격경쟁 심화를 초래하며, 국내 판매가 어려울 경우 해외 수출 확대로 이어지기 쉽다.
단기 한계비용: 한 단위 추가 생산에 드는 비용으로, 기업이 가격을 낮출 때 한계비용 이하 판매를 감수하는 일도 발생한다. 이는 단기 손실-장기 점유율 전략의 전형이다.
맥락과 시계열: ‘관세’보다 ‘내수’
ECB의 결론은 시점에 주목한다. 미국의 대중 관세 강화가 중국 수출의 유럽 전용을 자극할 수 있다는 점을 인정하면서도, 대EU 수출 증가가 이미 긴장 고조 이전부터 진행돼 왔다는 것이다. 이는 주택경기 둔화(2021년)로 촉발된 중국의 내수 수축이 핵심 동인이었음을 시사한다. 즉, 외부 충격(관세)보다 국내 경기요인이 수출 압력을 형성하는 데 더 큰 역할을 했다는 해석이다.
이러한 구조에서 국가 주도형 제조 투자는 단기 성장 안정화에는 도움이 되지만, 수요 둔화와 결합할 경우 공급 과잉과 가격 전쟁을 촉발해 저가 수출을 확대하는 결과를 낳는다. 기업은 비용 절감과 가격 인하, 이익률 축소를 결합해 해외에서의 경쟁력을 확보하려 하며, 그 주요 무대 중 하나가 유럽 시장이라는 점이 기사 전반의 함의다.
유럽에 대한 시사점
첫째, 정책 타이밍이 중요하다. 대중 관세와 무역 긴장에 따라 변동하는 단기적 전용 효과만을 주목할 경우, 이미 진행된 구조적 요인—중국 내수 부진과 과잉설비 누적—을 간과할 수 있다. ECB의 분석은 무역 방어 수단 논의와 함께 공급-수요 불균형의 근본 원인을 동시 고려해야 함을 시사한다.
둘째, 유럽 내 산업 경쟁력을 훼손할 수 있는 저가 공세의 압력은 미국 관세와 무관하게 지속될 소지가 있다. 이는 특정 품목이나 산업의 문제를 넘어, 가격 전이와 디스인플레이션 압력 등 광범위한 가격환경 변화로 이어질 수 있다. 수입 가격 하락은 소비자에겐 이익이지만, 유럽 생산기지의 채산성과 투자 유인에는 부담을 줄 수 있다.
셋째, 중국의 수입 수요 약화와 국산화 전략은 유럽의 대중 수출에도 역풍으로 작용할 수 있다. ECB가 지적했듯 이는 중국의 수입 행태에 구조적 변화가 진행 중임을 뜻하며, 무역수지 격차 확대 가능성을 시사한다. 유럽은 공급망 다변화와 내생적 경쟁력 강화를 병행 검토할 필요가 있다.
해석의 쟁점과 한계
ECB는 인과의 우선순위를 내수 요인에 두었지만, 향후 미-중 무역 긴장이 추가로 고조될 경우 유럽으로의 수출 전용이 가속될 수 있다는 점도 분명히 했다. 즉, 구조적 요인(내수 부진·과잉설비) 위에 정책 요인(관세·비관세 장벽)이 얹혀지는 이중 충격 시나리오를 배제할 수 없다. 또한, 품목별·산업별 이질성이 커서, 특정 산업에서는 가격 인하 폭이나 손익 훼손 정도가 더 클 수 있다.
그럼에도 본문에서 가장 중요한 메시지는 명확하다. 유럽으로의 중국발 저가 물량 증가는 ‘어제’ 갑자기 생긴 현상이 아니다는 점이다. 2021년 주택경기 둔화 이후 누적된 수요 위축과 설비 과잉이 만든 구조적 압력이 가격 인하·마진 축소를 동반한 공격적 수출 전략으로 연결돼 왔다는 것이 ECB의 관찰이다.
기사 원문 주요 문장 번역
• “미국 관세가 아니라 약한 내수 수요가 중국이 유럽 시장에 초저가로 잉여 제품을 덤핑하는 주된 이유다.”
• “미-중 무역 긴장 고조는 중국 수출의 유럽 전환을 더 부추길 수 있다. 그러나 대EU 수출 증가는 최근 긴장 이전부터 시작됐고, 중국 내수 약화의 시작과 시점을 같이한다.”
• “현재의 추세는 2021년 중국의 주거 부문 둔화에서 비롯됐다. 이 부문은 수입 민감도가 높아 내수 위축의 직접 타격을 받았다.”
• “국가 주도 제조 투자 확대는 과잉설비와 가격 전쟁을 낳아, 기업이 해외 판매 재배치에 나서도록 했다.”
• “기업은 해외에서의 경쟁력 확보를 위해 단기 한계비용·가격 인하 또는 이익률 축소·손실 감수를 택한다.”
• “중국의 약한 소비와 무역 정책, 핵심 품목의 국내 생산 집중은 수입 수요를 억제해 수입 행태의 장기 변화를 시사하며, 무역 격차 확대 흐름을 남긴다.”
종합
ECB의 이번 이코노믹 불리틴 분석은 유럽이 직면한 중국발 저가 수입 이슈의 핵심 원인을 중국 내부의 경기 구조에서 찾는다. 주택경기 둔화 → 내수 위축 → 과잉설비 → 가격 전쟁 → 해외 재배치라는 연결 고리를 통해, 미국 관세라는 외생 변수와 무관하게 대EU 저가 수출이 이미 진행 중이었음을 보여준다. 이는 유럽의 정책 대응이 단기적 무역조치와 더불어, 구조적 수급 불균형을 겨냥한 중장기 전략을 필요로 함을 시사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