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중앙은행(ECB) 정책위원인 이자벨 슈나벨(Isabel Schnabel)이 향후 단기간 내에는 금리 인상이 예상되지 않는다는 입장을 밝혔다.
2025년 12월 22일, 인베스팅닷컴의 보도에 따르면, 슈나벨 위원은 독일 일간지 프랑크푸르터 알게마이네 차이퉁(Frankfurter Allgemeine Zeitung)이 운영하는 팟캐스트에서 진행된 인터뷰에서 이같이 말했다. 인터뷰에서 슈나벨은 단기적 전망기저에 깔린 인플레이션 압력이 여전히 통화정책에 중요한 변수라고 지적했다.
“나는 당분간 금리 인상을 기대하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또한…궁극적으로는 금리를 다시 올려야 할 인플레이션 압력이 존재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슈나벨은 인터뷰에서 현재 경제에서 인플레이션 압력이 디스인플레이션(물가 상승률 둔화)을 능가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는 단기적으로는 기준금리가 안정적으로 유지될 수 있으나, 중장기적으로는 중앙은행이 통화긴축을 재개할 가능성이 크다는 의미이다.
“나는 단지 작동하는 힘들 가운데 인플레이션을 유발하는 요인들이 더 많다고 믿는다.”
용어 설명
본문에 등장하는 디스인플레이션(disinflation)은 물가상승률 자체가 마이너스로 전환되는 디플레이션(deflation)과는 다르다. 디스인플레이션은 물가상승률이 낮아지는 현상을 뜻하며, 즉 물가 상승세는 계속되지만 그 속도가 둔화되는 상황을 말한다. 반대로 인플레이션 압력은 원자재 가격, 임금 상승, 수요 회복 등 다양한 요인으로 가격 상승세가 지속되거나 재가속화될 가능성이 있는 상태를 뜻한다.
슈나벨의 발언의 의미
슈나벨의 발언은 두 가지 핵심 포인트를 담고 있다. 첫째, 단기적 정책 스탠스는 완화적이지 않지만 당장 긴축을 예고하지도 않는다는 점이다. 이는 중앙은행이 현재의 물가 수준과 경제 지표를 면밀히 관찰하면서 정책 결정의 시점을 신중히 판단하겠다는 신호로 해석된다. 둘째, 중장기적으로는 추가 금리 인상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이는 인플레이션이 다시 가속화할 경우 ECB가 통화정책을 재조정할 준비를 하고 있음을 시사한다.
정책적 함의와 시장 영향 분석
첫째, 유로존 채권시장 관점에서 보면 단기적으로는 금리 인상 기대가 완화되며 단기 금리 변동성은 축소될 가능성이 있다. 그러나 슈나벨이 지적한 대로 인플레이션 압력이 유지되면 장기 금리(장기 국채 수익률)는 다시 상승 압력을 받을 수 있다. 채권 투자자들은 이러한 신호를 통해 기간 구조(수익률곡선)의 변화에 대비해야 할 것이다.
둘째, 외환시장에서는 유로화의 방향성이 단기적으로는 제한적일 수 있다. 즉, ECB가 당분간 금리를 동결 유지할 것이라는 신호는 유로화의 즉각적 강세를 제한한다. 하지만 인플레이션이 다시 강해지고 ECB가 금리 인상으로 대응할 가능성이 현실화된다면 유로화는 중기적으로 강세 흐름을 보일 가능성이 있다.
셋째, 주식시장과 실물경제에 대한 영향이다. 단기적으로는 금리 인상 우려가 완화되면 위험자산 선호가 유지될 수 있지만, 장기적으로 인플레이션 대응을 위한 금리 인상 가능성이 커지면 자본비용 상승을 통해 기업 이익률과 밸류에이션에 하방 압력을 줄 수 있다. 특히 이자 비용에 민감한 금융·부동산 섹터는 금리 변화에 따른 실적 변동성이 커질 수 있다.
ECB의 향후 시나리오
ECB의 정책 경로는 향후 발표될 인플레이션 지표(소비자물가지수 CPI 등), 노동시장 지표(실업률·임금상승률), 그리고 글로벌 공급망 상황 변화에 따라 달라질 것이다. 만약 물가상승률이 다시 가속화하고 임금 상승 압력이 커진다면 ECB는 통화긴축 재개를 검토할 가능성이 있다. 반대로 수요 둔화와 함께 디스인플레이션 신호가 확실해진다면 현재의 동결 기조가 장기간 유지될 수도 있다.
전문적 관찰 포인트
시장 참가자들이 주목해야 할 핵심 지표는 다음과 같다. 첫째, 유로존의 CPI 및 근원 CPI(에너지·식품 제외) 추이. 둘째, 임금 상승률 및 노동시장 강도(실업률, 고용지표). 셋째, 에너지 및 원자재 가격의 흐름으로, 이는 공급 측면의 인플레이션 압력을 판단하는 중요한 변수다. 이들 지표가 모두 인플레이션 상승 신호를 보이면 ECB의 금리 인상 가능성이 현실화될 확률이 높아진다.
결론
슈나벨의 발언은 단기적으론 금리 인상 기대를 억제하지만, 중장기적으론 인플레이션 압력에 따라 금리 인상이 재개될 수 있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이는 시장에는 일시적 안정감을 주는 반면, 정책 불확실성은 완전히 사라지지 않았음을 의미한다. 따라서 투자자와 기업은 단기적 자금조달 비용의 안정 가능성을 인식하되, 인플레이션 재가속 시나리오에 대비한 리스크 관리 전략을 유지할 필요가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