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크푸르트] 유럽중앙은행(ECB)이 6년 이상 장기화된 부실채권(NPL)을 보유한 소규모 금융기관에 대해 충당금을 대폭 확대하도록 요구하며 규제 수위를 높였다.
2025년 9월 15일, 로이터(Reuters) 보도에 따르면 ECB는 새 가이드라인을 통해 이른바 ‘중요성이 낮은 기관(LSI·Less Significant Institutions)’도 대형 은행과 동일한 수준으로 충당금 적립 스케줄을 따르도록 했다. 이는 부실채권 커버리지 비율을 대형 은행 수준으로 끌어올려 금융 시스템의 복원력을 강화하겠다는 의도다.
“일부 소규모 은행은 오랫동안 이어진 NPL 보유로 여전히 구조적 부담을 안고 있으며, 잠재 손실을 흡수할 비용을 충분히 쌓지 못하고 있다.”
라고 샤론 도네리 ECB 감독위원회 위원은 블로그를 통해 지적했다.
주요 내용 요약
이번 지침은 2019년 4월 26일 이전에 발생한 대출을 대상으로 단계적으로 적용되며, 2028년 말까지 완전히 시행된다. NPL 비율이 미미한 은행은 적용에서 제외된다. ECB는 10월 27일까지 업계 의견 수렴 절차를 거칠 예정이다.
세부 지침 및 배경
소규모 은행들은 기존 ECB 규정에서 일정 부분 면제돼 왔으나, 1.7%였던 NPL 비율이 최근 2.3%로 상승하며 감독 당국의 경고등이 켜졌다. 이에 따라 ECB는 △장기 연체 대출에 대한 단계적 100% 충당금 적립 △부실채권 매각·정리 로드맵 제출을 의무화한다.
용어 설명
• NPL(Non-Performing Loan)은 원리금이 90일 이상 연체된 채권을 의미한다.
• 커버리지 비율은 적립된 충당금이 총 부실채권 대비 어느 정도인지 나타내는 지표로, 비율이 높을수록 잠재 손실 흡수력이 크다는 뜻이다.
시장·산업 영향 분석
이번 조치로 유로존 2,000여 개 LSI 가운데 특히 부동산·소매금융에 노출된 지역은행들이 자본비용 압박을 받을 전망이다. 한국 투자자 입장에서는 유럽 금융섹터 ETF나 코코본드 등 관련 상품 변동성 확대를 주의해야 한다.
전문가들은 “장기적으로는 금융시스템 안정성에 긍정적이나, 단기적으로는 순이익 감소와 배당 축소가 불가피하다”면서도, 충당금 선제 확충으로 리스크 프리미엄 축소 효과가 나타날 수 있다고 전망했다.
필자의 시각
ECB의 이번 방침은 ‘빅뱅’식 일괄 리스크 정리라기보다는 ‘계단식 스트레스 테스트’에 가깝다. 2028년이라는 충분한 유예 기간을 부여해 시장 충격을 최소화하면서도, 은행별 경영 개선 이행 상황을 지속 점검하겠다는 메시지를 명확히 한 셈이다. 특히 유로존 금리 인상 사이클이 마무리 국면에 접어들면서 자산 건전성 검증에 방점이 찍히고 있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향후 관전 포인트는 ① 충당금 적립 속도와 ② 부실채권 매각 시장의 유동성이다. 과거 그리스·이탈리아 은행권 사례에서 보듯, NPL 패키지 거래 가격이 지나치게 낮게 형성될 경우 자본 훼손이 심화될 수 있다. 반대로 투명성 제고와 규제 일관성 확보 시 은행들의 국제 자본조달 비용이 줄어드는 선순환도 기대된다.
투자자는 ECB의 산업별·국가별 NPL 세분 데이터를 면밀히 주시할 필요가 있다. 최근 에너지·운송업 대출 연체율이 상승 조짐을 보인다는 점에서, 특정 섹터 익스포저가 큰 은행들은 더욱 엄격한 감독을 받을 가능성이 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