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크푸르트(독일) — 로이터 통신에 따르면, 유로존 기업들에 대한 은행 대출 수요가 지정학적·무역 갈등에도 불구하고 지난 분기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2025년 7월 22일, 로이터 통신 보도에 따르면, 유럽중앙은행(ECB)이 유로존 주요 은행 155곳을 대상으로 실시한 분기별 설문조사 결과 기업 대출 수요가 전분기에 이어 다시 상승했으며, 현재 분기에도 추가 증가가 예상된다고 밝혔다.
은행 대출은 유로존 기업들이 자본을 조달하는 주요 창구다. ECB가 금리를 신속히 인하해 온 지난 1년 동안 대출 흐름이 점진적으로 회복됐고, 기업들도 미국과의 무역 갈등 속에서도 비교적 긍정적인 전망을 유지했다.
“대출 수요는 금리 하락의 지원을 받았지만, 글로벌 불확실성과 무역 긴장으로 일부 제약을 받았다”고 ECB는 설명했다.
통화정책 전망
ECB는 오는 목요일 통화정책 회의에서 기준금리를 동결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 다만 올해 후반 추가 완화 가능성을 열어둘 방침이며, 시장에서는 ECB가 차기 회의에서 최소 한 차례 추가 인하를 단행할 것으로 여전히 전망하고 있다.
신용 기준(크레딧 스탠더드)은 은행 내부의 대출 승인 가이드라인을 의미한다. 지난 분기 기업 대출에 대한 이러한 기준은 예상과 달리 ‘변화 없음’으로 나타났으며, 은행들은 현 분기에도 거의 변동이 없을 것이라고 응답했다.
ECB는 “경제 전망과 관련된 인식된 위험은 여전히 신용 기준을 강화하는 요인으로 작용했지만, 지정학적 불확실성과 무역 긴장과 직접 연결된 추가 조이는 없었다”고 덧붙였다.
업종별로는 상업용 부동산, 제조업, 도·소매업, 건설업에서 신용 기준이 강화됐고, 대부분의 서비스업에서는 소폭 완화됐다.
주택담보대출 수요는 지난 분기 ‘상당한’ 증가세를 이어갔으며, 은행들은 3분기에 빠른 증가세가 지속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주택담보대출에 대한 신용 기준은 소폭 강화됐지만, 은행들은 현 분기에 다소 완화될 것으로 예측했다.
반면 개인 소비자 대출 부문에서는 지난 분기 기준이 더 뚜렷하게 강화됐고, 은행들은 앞으로도 추가 강화가 이어질 것으로 전망했다.
전문가 해석 및 시사점
이번 조사 결과는 금리 인하가 실제 대출 수요를 자극하고 있음을 재확인한다. 금리가 내려가면 기업의 차입 비용이 낮아져 투자·운영 자금 조달이 수월해진다. 그러나 ECB가 지적했듯이, 글로벌 교역 질서의 불확실성은 여전히 투자 심리를 제약하는 잠재적 변수다.
특히 상업용 부동산과 제조업에서 신용 기준이 강화된 것은, 해당 부문이 경기 변동에 민감해 은행들이 리스크 관리 차원에서 보수적으로 대응하고 있음을 시사한다. 반면 서비스업에서 일부 완화가 나타난 것은 내수 중심 소비와 디지털 경제 확대가 상대적으로 안정적인 수익 흐름을 제공하고 있기 때문으로 읽힌다.
주택담보대출 수요가 꾸준히 증가하는 배경에는 저금리 환경과 일부 회원국의 주택 부족 문제가 자리하고 있다. 다만 부동산 가격 과열 우려는 향후 거시건전성 규제 강화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에서 주의가 필요하다.
소비자 신용 기준이 연속적으로 강화되는 흐름은 가계부문의 채무 건전성 우려와 연동돼 있다. 팬데믹 이후 민간 소비가 회복되는 과정에서 과도한 개인대출 확대를 방지하려는 규제적 성향도 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결국 ECB는 물가 목표 달성과 금융 안정이라는 두 과제를 조율해야 하는 복합적 상황에 직면했다. 당장 추가 금리 인하 여지는 남아 있지만, 대출·부동산 시장의 과열 신호가 커질 경우 속도 조절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힘을 얻고 있다.
이번 분기 실제 대출 흐름이 조사 결과대로 이어질지, 그리고 9월 이후 ECB의 통화 정책이 어떤 방향을 택할지에 따라 유로존 경제의 회복 경로가 달라질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