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CB 블로그 “달러 기반 스테이블코인, 유럽 통화 주권 약화·차입 비용 상승 초래”

프랑크푸르트 — 유럽중앙은행(ECB) 내부 블로그가 달러화에 연동된 스테이블코인의 조기 우위가 유로존의 통화정책 자율성을 흔들고 차입 비용을 높일 수 있다고 경고했다.

2025년 7월 28일, 인베스팅닷컴의 보도에 따르면, ECB 고문 위르겐 샤프(Jürgen Schaaf)는 블로그 게시글에서 “달러 중심 스테이블코인이 세계 결제·저축·정산 시장을 장악할 경우 미국은 더 낮은 금리로 부채를 조달할 수 있는 반면, 유럽은 상대적으로 높은 자금조달 비용을 감수해야 하며 통화정책의 자율권도 제약된다”고 밝혔다.

그는 특히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7월 초 서명한 스테이블코인 규제 법안을 언급하며 “해당 법안은 달러의 기축통화 지위를 공고히 하고, 스테이블코인 시장에서 미국의 선점을 제도적으로 뒷받침한다”고 평가했다.

“달러 지배력은 미국에 전략적·경제적 이점을 안겨주며, 동시에 글로벌 영향력을 확대하는 수단이 된다.” — 위르겐 샤프 ECB 고문

샤프 고문은 이어 “달러 연동 스테이블코인이 유로존 내 결제·저축·정산 수단으로 광범위하게 쓰일 경우 ECB는 통화 공급, 유동성 및 금리 환경에 대한 통제를 잃을 위험이 있다”고 지적했다.


스테이블코인·DLT 용어 설명

스테이블코인은 가상자산(암호화폐)의 일종으로, 1 대 1로 법정통화나 자산에 연동해 가격 변동성을 최소화하도록 설계됐다. 대표적으로 달러와 연동된 테더(USDT)·서클(USDC)이 있다. 분산원장기술(Distributed Ledger Technology, DLT)은 중앙 서버 없이 네트워크 참가자 간 거래 기록을 공유·검증하는 기술로, 결제·송금 속도를 높이고 비용을 낮추는 데 쓰인다.


블로그에 따르면, 달러 기반 스테이블코인의 전 세계 점유율은 압도적이며, 유로 연동 스테이블코인의 시가총액은 3억 5,000만 유로(약 5,200억 원) 미만으로 미미한 수준에 머물러 있다.

ECB 내부 보고서는 유럽이 디지털 유로(euro CBDC) 도입을 지연할수록 달러 지배 구조가 고착화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현재 EU 의회 내 입법 일정 지연으로 디지털 유로 프로젝트가 답보 상태에 놓여 있다.

보고서는 ▲디지털 유로 조속 발행, ▲유로 연동 스테이블코인 생태계 육성, ▲DLT 기반 초저비용 국제 송금 인프라 구축, ▲글로벌 스테이블코인 규제 공조를 긴급 과제로 제시했다.

“공동 규제 틀을 마련하지 못하면 시장 불안정·규제 차익·달러 편중이라는 삼중 리스크가 현실화될 우려가 있다.” — ECB 블로그

전문 기자 시각

기자는 이번 경고를 “디지털 유로 프로젝트의 정치적 타이밍”으로 해석한다. 유로존 내부 대규모 자본 이동과 국경 간 결제를 책임질 ‘유로 기반 디지털 자산’ 부재는 결국 달러 의존 심화를 불러올 수밖에 없다. 유럽 금융당국이 기술적 완성도와 규제 정합성을 동시에 갖춘 디지털 유로 모델을 조속히 확정하지 않을 경우, 유로존 기업·가계의 달러 표시 부채 비중이 확대되고, 이는 ECB가 금리를 조정할 때 정책 파급력이 약화되는 악순환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아울러 “스테이블코인 발행사는 외환보유고와 유사한 자산 풀을 운영하며, 이는 거대 민간 주체가 사실상 자체 통화정책을 수행하는 결과”라는 지적도 유의할 필요가 있다. 달러 스테이블코인으로 결제·저축을 하는 유럽 기업이 늘어날수록, ECB 금리 결정이 실제 경제에 미치는 영향력은 희석될 것이라는 우려다.

결국 유럽이 선택할 수 있는 길은 명확하다. 첫째, 디지털 유로 발행을 위한 법제도를 신속히 통과시키고, 둘째, 민간 주도 유로 스테이블코인 프로젝트가 시장에서 경쟁할 수 있도록 규제 샌드박스를 마련하는 것이다. 동시에 국제결제은행(BIS)·미국 재무부·일본 금융청 등과 협력해 스테이블코인 준비자산의 투명성 기준을 일원화한다면, ‘달러 독주’ 리스크를 완화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