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CB 물가 목표 재확인…유로존 7월 소비자물가 2% 안팎 전망

유로존(19개 회원국)의 소비자물가가 7월에도 유럽중앙은행(ECB)의 2% 물가안정 목표를 거의 벗어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독일·프랑스·이탈리아·스페인 등 주요국이 발표한 예비치가 시장 예상치를 대체로 충족하거나 소폭 하회하면서, ECB가 지난 1년간 단행해 온 급격한 금리 인하 기조에 당장 제동이 걸릴 요인은 크지 않은 것으로 분석된다.

2025년 7월 31일, 로이터통신 보도에 따르면 이날 공개된 각국 지표를 종합할 경우 오는 8월 1일 발표될 유로존 전체 7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전년 동월 대비 1.9~2.0% 수준이 유력하다. 이는 지난 6월 정책회의에서 기준금리를 2%까지 낮춘 ECB가 제시한 “중장기적 물가 목표와 상승·하락 리스크가 균형을 이루는 구간”과 정확히 맞물린다.

국가별로 보면 독일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6월 2.0%에서 7월 1.8%로 둔화돼 시장 컨센서스(1.9%)를 소폭 밑돌았다. 이탈리아는 1.8%에서 1.7%로 떨어졌지만 예상치(1.6%)를 상회했으며, 프랑스는 직전월과 같은 0.9%를 기록, 예상치 0.8%를 웃돌았다. 스페인은 2.3%에서 2.7%로 오르며 변동성을 보여줬다.

Oxford Economics는 “각국 예비치를 단순 합산하면 유로존 7월 물가는 ECB 목표인 2% 안팎에서 형성될 것”이라며 “결과적으로 ECB는 추가 금리 조정에서 속도 조절을 선택할 여지가 크다”고 평가했다.

ECB는 올해 6월까지 12개월 만에 총 4차례 금리를 인하하며 기준금리를 종전 4%에서 2%로 절반 수준으로 낮췄다. 그러나 크리스틴 라가르드 총재를 비롯한 정책위원들은 “글로벌 교역 둔화와 지정학적 변수의 파급력을 더 지켜보겠다”며 추가 인하에 신중한 태도를 견지하고 있다.


• 서비스 vs 에너지·재화 물가

정책위원들은 특히 서비스 부문의 고른 가격 상승에너지·재화 가격의 약세가 상쇄 효과를 내며 전체 물가를 2% 안에 가두고 있다는 점에 주목한다. 여기에 유로화 강세임금상승률 둔화가 복합적으로 작용, 추가적인 디스인플레이션 압력을 제공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다만 미국과 중국 간 관세·무역분쟁이 복잡해지면 국제 공급망 재편으로 중장기적 비용 상승 요인이 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ECB는 “당장은 관세가 교역량·성장률을 낮춰 물가에 하방 압력을 주지만, 기업 가치사슬이 새로 짜이는 과정에서 구조적 인플레이션이 재부상할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 시장이 보는 금리 경로

채권·스왑시장 참가자들은 올해 안 추가 금리 인하 가능성50% 미만으로 평가한다. 반면 2026년 말께 첫 금리 인상에 베팅하는 포지션이 점차 늘어나는 상황이다. 이는 “1년 반가량 2%를 소폭 밑돌 것”이라는 ECB 내부 전망과 궤를 같이한다.

해당 전망이 현실화되면 ECB는 2027년 초부터 물가가 다시 2%를 상회할 수 있다는 ‘리플레이션(reflation)’ 시나리오에 대비해 통화정책을 재조정할 필요가 있다. 국방·인프라 투자 확대 같은 정부 재정지출 확대도 가격 상승 압력으로 작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 용어 해설

디스인플레이션은 물가 상승률이 둔화되는 현상을 뜻한다. 물가 수준이 실제로 하락(디플레이션)하는 것과는 구분해야 한다.

관세(tariff)는 수입품에 부과하는 세금으로, 자국 산업 보호가 목적이지만 상대국 보복 관세를 유발해 교역량 감소·성장 둔화로 이어질 수 있다.

리플레이션(reflation)은 경기부양 정책 등으로 물가가 다시 상승세를 보이기 시작하는 국면을 말한다.


• 기자 해설

ECB가 2% 목표를 사실상 달성했다고 판단하면서도 추가 완화에 신중한 이유는, 2010년대 디플레이션 경험 탓에 물가 하방 위험을 결코 과소평가할 수 없기 때문이다. 또한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일본은행(BOJ)과의 정책 공조, 글로벌 통화 기축 질서 등 외부 변수를 고려하면, 섣부른 긴축·완화 모두 금융시장에 큰 파장을 줄 수 있다.

결국 향후 유로존 물가 경로는 에너지 가격 변동성서비스 부문 임금 협상 결과, 그리고 글로벌 공급망 재편 속도가 결정짓게 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