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크푸르트발—유럽중앙은행(ECB)이 이번 주 통화정책회의에서 기준금리를 동결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로이터가 23일(현지시간) 보도했다. ECB는 지난 1년 동안 일곱 차례 연속 인하를 단행해 정책금리를 4%에서 2%로 절반 수준으로 낮췄으나, 미ㆍEU 간 관세 협상이 안갯속에 빠지면서 추가 결정을 유보하는 분위기다.
2025년 7월 23일, 인베스팅닷컴의 보도에 따르면 ECB는 물가상승률을 2% 목표로 되돌려 놓은 이후 현 상황을 모니터링하며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8월 1일 시한 이후 유럽연합(EU)에 부과할 관세 수준을 지켜보고 있다. ECB가 지난달 발표한 세 가지 시나리오 가운데 가장 부정적인 경우조차도 예상치 못했던 ‘최대 30% 관세’ 카드가 거론되면서, 라가르드 총재와 정책위원들은 성장률과 인플레이션 경로를 한층 낮춰 잡고 있다.
“무역 합의가 가시화되지 않는 상황에서 시장은 ECB가 이번 회의에서 쉬어갈 것으로 보고 있다“고 ABN암로 인베스트먼트솔루션스의 크리스토프 부셰 최고투자책임자(CIO)는 말했다.
EU 외교관 두 명은 22일 “양측이 15% 범용 관세에 근접한 합의점을 찾아가고 있다”고 전했다. 이는 일본(15%), 인도네시아(20%), 영국(10%) 등 이미 타결된 사례를 참고해 마련된 안으로, 국가별로 차등률을 적용하자는 미측 구상과 EU의 보복 가능성을 절충한 결과다.
투자자들은 올해 말, 특히 12월에 추가 1회 인하를 염두에 두고 있지만 관세 수준이 높아질 경우 금리경로는 재조정될 수 있다. 뱅크오브도쿄미쓰비시UFJ(MUFG)의 헨리 쿡 유럽 담당 이코노미스트는 “관세가 10% 수준으로 마무리돼도 디스인플레이션이 광범위하게 진행될 여지가 남아 추가 완화가 필요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BNP파리바의 선진국 경제 연구 책임자 폴 홀링스워스는 “10%로 일괄 적용될 것이란 기존 전제와 달리, 국가마다 상이하고 더 높은 관세율이 유력해졌다”며 “이는 성장뿐 아니라 물가에도 하방 압력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ECB는 미국발 관세가 성장률을 낮추고, EU가 맞대응을 하지 않는다면 중기적으로 인플레이션까지 끌어내릴 것으로 가정하고 있다. 실제로 유로존 경제는 이미 거의 제로 성장 상태이며, 기업들은 미래 경기 회복을 기대하면서도 수익성 악화 우려를 나타내고 있다.
도이체방크 이코노미스트들은 “유럽에 대한 위험은 여전히 하방으로 기울어 있으며, 무역 충격이 노동시장까지 번질 경우 디스인플레이션 위험이 커진다”고 분석했다.
그러나 모든 지표가 부정적인 것은 아니다. 은행 대출 수요가 늘고 있으며, 정책 불확실성이 아직 실물 경기나 금융시장 전반의 급격한 침체로 연결되지는 않았다. 4월 일시적인 주가 조정 이후 투자자들은 무역 변수에 상당 부분 적응했고, 독일 정부의 확장적 재정정책도 유럽 증시를 사상 최고치 부근으로 끌어올렸다.
미국 정책 혼선도 역설적으로 유로존으로 자금을 끌어들이는 요인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연방준비제도(Fed)를 거듭 비판하면서 달러가 약세를 보이자, 이달 초 유로화는 달러당 1.1829달러로 2021년 9월 이후 최고치를 찍었다.
ECB 내부의 매파로 꼽히는 이자벨 슈나벨 집행이사도 “관세로 인한 물가 상승 가능성을 주시해야 하며, 추가 인하 문턱은 매우 높다”고 경고했다.
하지만 강(强) 유로는 수출 가격 경쟁력을 약화해 오히려 물가를 끌어내릴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이에 대해 바클레이스 프라이빗뱅크의 줄리앙 라파르그 수석시장전략가는 “라가르드 총재는 ECB가 환율 목표를 두고 있지 않음을 강조하되, 환율에 따른 인플레이션 하방 압력이 커질 경우 조치를 취할 준비가 돼 있음을 시장에 확신시킬 것”이라고 내다봤다.
용어ㆍ배경 설명
디스인플레이션은 물가 상승률이 낮아지는 현상을 의미한다. 인플레이션이 마이너스로 전환되는 디플레이션과 달리, 여전히 물가가 오르지만 그 속도가 둔화되는 상태다. ECB가 추가 완화를 고려하는 이유는 바로 이 디스인플레이션이 장기화될 경우 소비와 투자가 움츠러들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30% 관세는 미국이 수입품에 부과하는 세금을 기존보다 30%P 높인다는 의미다. 관세율이 급등하면 수출업체 가격경쟁력이 약화돼 교역량이 줄고, 국내 소비자 물가에도 영향을 미친다. ECB는 이러한 충격이 성장과 물가 모두를 제약할 것으로 본다.
요약하자면, ECB는 물가·성장 경로가 목표 범위에 있지만 대미 관세 협상이라는 외부 변수로 인해 7월 회의에서 금리를 동결할 공산이 크다. 관세 수준과 형태가 결정되는 순간, ECB의 연말 정책 경로도 더욱 명확해질 전망이다. 시장은 12월 추가 인하 가능성을 가격에 반영하고 있으나, 관세가 높아지거나 강(强)유로 상황이 지속될 경우 정책 기조가 바뀔 여지도 상존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