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CB 마흘루프 “추가 금리 인하엔 전망의 실질적 변화 필요”

유럽중앙은행(ECB) 정책 스탠스추가 인하는 ‘설득력 있는 변화’가 전제

프랑크푸르트(로이터) — 유로존 경기가 현재까지 예상 경로대로 전개되고 있으며, 이 경로에서 유의미하고 설득력 있는 변화가 확인되지 않는 한 추가 기준금리 인하를 뒷받침할 근거가 부족하다고 가브리엘 마흘루프(Gabriel Makhlouf) ECB 통화정책이사회(거버닝카운슬) 위원이 20일 밝혔다다.

2025년 11월 20일, 로이터 보도에 따르면, 아일랜드 중앙은행 총재이기도 한 마흘루프 위원은 인터뷰에서 “실물경제에서 벌어진 일을 감안할 때 전망의 큰 변화는 없을 것이라는 게 내 기대다. 실제 결과는 우리의 전망과 대체로 일치하고 있다”고 말했다다.

ECB는 6월에 지난 1년 사이 여덟 번째 금리 인하를 단행한 뒤 현재까지 금리를 동결해 왔다다. 이후 정책 결정자들 사이에서는 관세 불확실성,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전쟁, 그리고 미국에서 유럽으로의 중국 무역 전환 등 대외 변수 속에서 추가 지원이 필요한지 여부를 두고 논쟁이 이어지고 있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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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전망치(포워드 가이던스)와 2028년 초안

다음 달 ECB는 새로운 경제전망치를 공개할 예정이며, 여기에는 처음으로 2028년에 대한 초기 수치가 포함된다다. 다만 마흘루프 위원은 이 전망치가 “극적인 변화”를 담을 가능성은 낮다고 선을 그었다다.

“추가 인하에는 설득력 있는 증거가 필요”

마흘루프 위원은 기준금리의 현 수준에 대해 “지금 위치에 만족한다”며, ECB의 반복된 표현을 빌려 정책이 “좋은 지점(good place)”에 있다고 재확인했다다. 그러면서도 그는

“움직이려면 매우 설득력 있는 근거를 봐야 한다”

고 강조했다다.

ECB는 오랫동안 유로존 성장률이 1%대 초반에 머무르고, 인플레이션은 내년 2% 아래로 내려갔다가 그 다음해 이후 목표치(2%)로 복귀할 것이라고 전망해 왔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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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각에서는 2026년 물가가 낮게 나올 경우, 기업과 노동조합의 가격·임금 책정 행태에 변화가 생겨 저물가가 고착화될 수 있다는 점을 우려해 왔다다. 이는 팬데믹 이전의 저인플레이션 국면과 유사한 상태가 반복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다.

인플레이션에 대한 신중한 낙관

그러나 마흘루프 위원은 이런 우려를 완화하며, 목표치 하회(undershooting) 위험과 상회(overshooting) 위험이 균형을 이루고 있다고 말했다다. 그는

“내년 수치가 보여주는 흐름과 관련해 나는 전혀 불안하지 않다. 그 다음 해에 다시 돌아올 것이기 때문이다. 우리는 전망의 작은 편차에 과도 반응하지 말아야 하며… 기대 인플레이션은 앵커(고정)돼 있다”

고 설명했다다.

또한 그는 목표 대비 소폭 하회 자체보다 지속적이고 큰 폭의 하회가 더 문제가 될 수 있다고 지적하면서, 단순 수치가 아닌 기저 요인을 함께 봐야 한다고 덧붙였다다.

“전망치가 1.8%라면, 나는 그것을 두고 더 크게 걱정하지 않을 것이다.”


다음 회의와 시장 기대

ECB는 12월 18일에 다음 통화정책 회의를 개최한다다. 금융시장 참여자들은 이번 회의에서 금리 인하 가능성을 거의 없다고 보고 있으며, 일부는 2026년 중반쯤 3분의 1 정도의 인하 가능성을 점치고 있다다. 반면, 로이터 설문에 응한 경제학자들수년간 동결 전망을 유지하고 있다다.

마흘루프 위원은 불확실성이 여전히 풍부하다는 점을 들어, ECB가 ‘회의별(meeting-by-meeting)’ 접근을 고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다. 환경이 빠르게 악화할 수 있는 만큼, 정책 당국은 진로 수정 가능성을 항상 열어두어야 한다는 설명이다다.


거시 리스크 점검: 단일 이슈 아닌 ‘조합’이 부담

그는 글로벌 교역 질서의 재편, 동부 전선에서의 전쟁(우크라이나), 과대평가된 미국 주식, 완화되는 신용심사 기준, 불투명한 사모(민간) 신용 시장의 급팽창, 그리고 정치 환경의 불확실성 등을 동시 고려해야 할 위험으로 꼽았다다. 마흘루프 위원은

“나를 긴장하게 만드는 것은 개별 사안이 아니라 이들의 조합이다. 12월이 되더라도 이러한 불확실성의 상당 부분은 해소되지 않을 것

이라고 말했다다.


용어·맥락 해설

• ECB 거버닝카운슬(Governing Council): 유로존 20개국의 통화정책을 결정하는 핵심 기구다. 각국 중앙은행 총재들과 ECB 집행이사들이 참여해 기준금리, 자산매입, 대출제도 등을 표결로 정한다다.

• 전망치 하회(undershooting)·상회(overshooting): 목표 물가(2%) 대비 실제 또는 전망 인플레이션이 지속적으로 낮거나 높은 상태를 의미한다다. 통화정책은 두 위험을 균형 있게 관리해 물가를 목표에 수렴시키는 데 초점을 둔다다.

• 회의별(meeting-by-meeting) 접근: 사전에 고정된 경로를 공언하지 않고, 각 통화정책 회의마다 최신 데이터와 위험 평가에 기초해 결정을 내리는 방식이다다. 불확실성이 높은 환경에서 정책 유연성을 확보하는 장점이 있다다.

• 중국의 무역 전환(무역 디버전): 대외 환경 변화로 중국발 수출 흐름이 미국에서 유럽으로 일부 재배치되는 현상을 말한다다. 특정 산업군에는 가격·공급·경쟁 구도를 바꾸는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어 무역·물가에 파급 효과를 낳는다다.

• 사모(민간) 신용 시장: 은행 외부에서 비상장 대출을 제공하는 투자 기법·펀드를 일컫는다다. 공시가 제한적이고 가격발견이 불투명할 수 있어, 급격한 확대는 금융안정 리스크로 해석되기도 한다다.


의미와 시사점

이번 발언의 핵심추가 금리 인하의 전제조건으로 전망 경로의 ‘물질적(실질적) 변화’를 제시했다는 점이다다. 이는 현재의 금리 수준이 데이터와 전망에 부합한다는 ECB의 시각과 맥락을 같이 한다다. 동시에, 물가가 단기적으로 2%를 하회하더라도 기대 인플레이션이 고정돼 있고 이어지는 해에 복귀가 예상된다면 과도한 정책 반응은 자제한다는 접근을 재확인했다다.

시장 측면에서는 12월 18일 회의에서의 동결 기조가 광범위하게 전망되는 가운데, 2028년을 포함한 신규 전망치정책 경로에 대한 추가 힌트를 제공할지에 관심이 모인다다. 다만 마흘루프 위원은 “극적인 변화” 가능성을 낮게 본다고 언급해, 정책 메시지의 연속성이 유지될 개연성이 커졌음을 시사한다다.

종합하면, ECB는 성장 1%대 초반, 인플레이션 2% 수렴이라는 기본 시나리오를 유지하되, 교역 재편·지정학·자산가치·신용여건·정치다요인 리스크의 결합을 면밀히 주시하며 회의별 판단을 지속할 전망이다다. 이는 유럽 경제·시장 이해관계자에게 데이터 민감도정책 유연성이 높은 환경이 당분간 이어질 수 있음을 의미한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