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중앙은행(ECB)이 2025년 들어 전면적인 수동적 양적 긴축(QT·Quantitative Tightening)을 시행한 가운데, 유럽 은행 간 단기자금시장은 큰 변동 없이 안정적으로 유지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2025년 10월 16일, 인베스팅닷컴의 보도에 따르면, 뱅크오브아메리카(BofA)는 최신 보고서에서 ECB/유로시스템의 대차대조표(Balance Sheet)가 2024년 말 6조4,000억 유로에서 2025년 말 6조 유로로 줄어들 것이며, 2026년 말 5조8,000억 유로, 2027년 말 5조6,000억 유로 수준까지 단계적으로 축소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과잉 유동성(Excess Liquidity)도 비슷한 흐름을 따를 것으로 예상된다. BofA는 2024년 말 2조8,000억 유로로 추정되는 과잉 유동성이 2025년 말 2조5,000억 유로, 이어 2026년 말 2조3,000억 유로, 2027년 말 2조1,000억 유로로 각각 감소할 것으로 진단했다.
수동적 QT란 무엇인가?
수동적 양적 긴축(passive QT)은 중앙은행이 보유 중인 자산의 만기 도래분을 재투자하지 않고 자연스럽게 상환시키는 방식을 뜻한다. 즉, 신규 매입을 중단해 대차대조표 규모를 점진적으로 축소하는 전략이며, 적극적으로 시장에 자산을 매각하는 능동적(active) QT와 구분된다.
ECB는 2025년부터 채권 재투자를 멈추는 방식으로 수동적 QT를 본격화했다. 이에 따라 만기가 돌아온 자산이 중앙은행 재무제표에서 빠져나가면서 전체 대차대조표가 서서히 줄어드는 구조다.
시장 금리 스프레드에 미칠 영향
BofA는
“보유지준(reserves)이 구조적으로 감소함에 따라 유로화 단기금리 구간(front-end) 스프레드가 확대될 것“
이라고 분석했다. 이는 세부적으로 유로 단기금리(€STR) 대비 예치금리(Deposit Facility Rate) 스프레드, 유로은행간제공금리(Euribor) 대비 €STR 스프레드, 그리고 레포(Repo) 대비 €STR 스프레드 모두가 넓어질 수 있다는 의미다.
특히 대차대조표 축소가 시중 은행의 초과지준 레벨을 줄여 단기자금 조달 수급 환경을 바꿀 수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Euribor–€STR 스프레드 확대 거래(widener)에 대한 투자전략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는 것이 BofA의 설명이다.
미·유럽 간 QT 경로 차별화
BofA는 보고서에서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ed)와 ECB의 QT 속도가 다를 것이라고 진단했다. Fed가 상대적으로 더 빠르게 대차대조표 축소를 진행하는 반면, ECB는 유럽 국채시장의 취약성을 고려해 보다 점진적인 접근을 택할 공산이 크다는 것이다.
이 같은 QT 경로의 불일치(divergent QT paths)는 EUR FX–Secured Overnight Financing Rate(ON)를 기초로 한 금리 베이시스(basis)를 구조적으로 강화(타이트닝)시키는 요인으로 지목됐다. 하지만 연말을 앞둔 달러 자금 조달 수요 증가는 단기적으로 베이시스를 다시 확대시킬 위험도 있다고 보고서는 지적했다.
용어 해설
€STR(Euro Short-Term Rate)은 유로화를 기초로 한 무담보 익일물 단기금리다. Euribor는 유럽 은행들 간에 적용되는 대표적 고정금리 기준이며, 복수 만기물 가운데 3개월·6개월물이 파생·대출 시장에서 널리 쓰인다. 레포(Repo)는 채권을 담보로 단기 자금을 빌리는 환매조건부채권 거래를 의미한다.
또한, Secured Overnight Financing Rate(소위 SOFR)는 미국 달러화를 기반으로 한 담보부 익일물 단기금리이고, 여기에 유로화를 교차시켜 차익거래나 헤지 목적의 FX basis를 산출한다.
전문가 시각
본 기자는 ECB의 수동적 QT가 “시장의 예측 가능성”을 높여 변동성을 억제할 것이라고 판단한다. 실제로 QT 시행 초기에 2017~2018년 미국 사례와 달리, ECB는 명확한 가이던스를 통해 국채금리 급등을 방지해 왔다.
그러나 과잉 유동성 축소가 가시화되면, 은행 간 자금 조달 부담이 커지고, 결과적으로 일부 취약 은행의 채권 스프레드가 재차 확대될 위험도 배제할 수 없다. 특히 유럽 주변부 국가(이탈리아·스페인 등)의 국채 스프레드가 다시 민감해질 경우, ECB가 일시적으로 재투자 중단 속도를 늦추는 시나리오도 생각해 볼 수 있다.
또 하나 주목할 점은 EURO-STIR(Short-Term Interest Rate) 선물 시장이다. QT로 초과지준이 줄어들수록 Euribor 선물가격은 추가 하락(금리 상승) 압력을 받을 수 있다. 이에 따라 단기물 금리 상승 베팅 포지션을 보유한 투자자는 손익 관리에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결론 및 향후 관전 포인트
종합하면, BofA는 ECB의 대차대조표가 2027년 말 5조6,000억 유로까지 축소될 것이라는 중장기 전망을 제시했다. 이는 ECB가 글로벌 중앙은행 가운데 상대적으로 완만한 QT 경로를 선택하면서도 시장 안정을 유지할 수 있다는 가설을 뒷받침한다.
향후 투자자들은 ① ECB 회의에서 발표되는 재투자 정책 가이던스, ② 유럽 국채 수급 변화, ③ Euribor–€STR 및 레포 스프레드 추이, ④ EU 은행권 유동성 지표를 면밀히 모니터링할 필요가 있다.
※ 본 기사는 인베스팅닷컴 원문을 바탕으로 작성되었으며, 기사에 포함된 시장 전망과 수치는 뱅크오브아메리카 보고서를 직접 인용한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