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CB, 기준금리 2%로 동결…2027년 물가상승률 전망도 하향

LONDON/프랑크푸르트 – 유럽중앙은행(ECB)이 12일(현지시간) 예상대로 기준금리를 2.0%로 유지했다. 그러나 차기 통화정책 경로에 대해서는 구체적인 단서를 제시하지 않아, 인플레이션이 목표치(2%)를 하회할 것이라는 전망에도 불구하고 추가 부양책이 필요할 수 있다는 시장의 기대가 이어졌다.

2025년 9월 11일, 로이터 통신 보도에 따르면, ECB의 최신 경제전망에서 2027년 소비자물가상승률(CPI) 예상치가 1.9%로, 지난 6월 제시된 2.0%에서 0.1%p 낮아졌다. 근원물가(에너지·식품 제외) 전망치도 1.8%로 하향 조정돼 목표치(2%)를 밑돌았다.

결정 직후 외환시장에서 유로화는 잠시 약세를 보였으나 곧 반등해 달러당 $1.1728로 0.3% 상승 마감했다. 단기국채(만기 2년 이하) 금리는 1.985%로 3bp(0.03%p) 상승했으며, 범유럽 주가지수인 STOXX는 전 거래일 대비 0.3% 올랐다.

주목

주요 발언 및 투자은행 코멘트

SIMON DANGOOR 골드만삭스자산운용 채권매크로 전략 헤드:

“ECB는 무역 역풍과 낮은 인플레이션 흐름이 좀 더 명확해질 때까지 서둘러 금리를 인하하지 않을 것이다. 우리는 하방 리스크를 고려해 올해 12월 마지막 한 차례 인하를 전망하지만, 동결 가능성도 근소한 차이로 존재한다. 독일의 재정 확대와 네덜란드 연금 개혁으로 장기물 금리가 더 오를 여지가 있어 커브 스티프닝(장단기 금리차 확대) 전략이 유리하다.”

MARK WALL 도이체방크 유럽 수석 이코노미스트:

“헤드라인 인플레이션 단기 전망이 소폭 상향돼 2026년 목표치 하회 폭이 줄었지만, 2027년 근원 전망치 1.8%는 목표치 하회 기간이 길어질 수 있음을 시사한다. 정책 당국이 이 숫자에 서둘러 반응하지 않을 것이며 금리 동결 기조가 이어질 것으로 본다.”

ARNE PETIMEZAS AFS 그룹 리서치 디렉터:

“2027년 근원 CPI가 1.8%로 낮아졌다는 소식에 유로/달러가 일시적으로 약세를 보였다. 2027년 수치를 정확히 예측할 수 있는 이는 아무도 없지만, 이로 인해 매파보다 비둘기파(완화 선호)가 우위를 점할 수 있다.”

JACK ALLEN-REYNOLDS 캐피털이코노믹스 부수석 유로존 이코노미스트:

주목

“예상대로 예금금리가 2.0%로 동결됐고, 향후 정책 경로에 대한 가이던스도 없었다. 올해 추가 금리조정은 없을 가능성이 높지만, 2026년엔 다시 완화가 재개될 위험이 더 커 보인다.”

IRENE LAURO 슈로더스 유로존 이코노미스트:

완화 사이클이 종료됐다는 우리의 전망을 ECB가 확인해 준 것 같다. 무역 불확실성이 완화되면서 유로존의 회복 속도가 빨라질 것이다. 다만 정치적 불확실성, 특히 프랑스의 재정 리스크는 잠재 위험 요소다.”

FRANCESCO PESOLE ING FX 전략가:

“유로화가 약보합을 보인 것은 예상된 결과다. 2026년 GDP 전망치 하향 등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라가르드 ECB 총재가 프랑스 재정 문제를 고려할지 여부가 분트(독일 국채) 시장 변동성을 좌우할 수도 있다.”

MARCHEL ALEXANDROVICH 솔트마시 이코노믹스 이코노미스트:

“금리 동결은 놀랍지 않다. 다만 2026·2027년 인플레이션 전망 하향은 연말로 갈수록 ECB가 약한 완화 기조를 유지할 수 있음을 시사한다.”

SYLVAIN BROYER S&P글로벌 레이팅스 EMEA 수석 이코노미스트:

“ECB의 금리 인하는 마무리됐다. 서비스·식품 인플레이션이 고착화돼 소비심리가 위축되고 있어, 유로화 약세를 유도하기 위한 정책금리 인하는 무의미하다.”


용어 해설

근원물가(Core Inflation)는 에너지·식품처럼 가격 변동성이 큰 품목을 제외해 물가의 기조적 흐름을 파악하도록 설계된 지표다. 중앙은행이 통화정책 판단 시 주목하는 핵심 지표다.

커브 스티프닝은 장기물 금리 상승폭이 단기물보다 커져 수익률 곡선이 가팔라지는 현상이다. 경기 개선 기대 또는 재정 확장 등 요인이 반영될 때 나타나며, 장기채 보유비중이 큰 투자자에게 위험·기회 요인이 된다.


전문가 해석 및 전망

이번 회의에서 ECB는 유로존 경기 회복세가 아직 견고하지 않다는 점과 정치·재정 리스크를 예의주시하고 있음을 시사했다. 물가 전망이 지속적으로 목표치를 밑돌 경우, 시장금리는 이미 상당 부분 ‘완화 베팅’을 반영할 가능성이 크다.

다만 소비자물가가 공급 측 요인이 아닌 임금·서비스 부문에서 상대적 강세를 보이는 상황은 통화당국의 고민을 더 복잡하게 만든다. 전문가들은 “타이트한 노동시장—특히 독일·네덜란드—가 실질임금 상승을 견인하면, ECB가 섣불리 완화로 방향을 틀기 어려울 것”이라고 분석한다.

향후 통화정책은 ①프랑스 재정 건전성 논의독일 재정지출 확대순자산매입프로그램(앱p) 재설계 여부 등을 둘러싼 거시·정치 변수에 크게 좌우될 전망이다. 따라서 투자자들은 정책 이벤트 리스크 관리와 함께 단기채 익스포저를 통한 유동성 확보, 장기채·금리 스왑을 활용한 커브 전략을 병행할 필요가 있다는 조언이 나온다.

궁극적으로 ECB는 “데이터 의존” 기조를 재확인했으며, 다음 행보는 12월 통화정책회의에서 보다 구체화될 수 있다. 시장이 주목해야 할 변수는 에너지 가격 변동성, 임금 합의, 재정정책 조정 등으로, 이는 인플레이션 경로와 유로화 흐름을 동시에 결정할 핵심 요인으로 꼽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