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SX, 골드만삭스와 손잡고 전략적 선택지 모색…업계 ‘빅매치’ 촉발되나

미국 3대 화물철도 업체 중 하나인 CSX가 월가 대표 투자은행 골드만삭스를 자문사로 선정하며 본격적인 M&A(인수·합병) 시나리오 검토에 착수했다. 동사는 경쟁사 간 초대형 합병 발표 직후 ‘몸값 방어’와 성장 동력을 동시에 확보하기 위한 전략적 카드가 필요하다는 판단에서다.

2025년 7월 31일, 블룸버그 뉴스 보도에 따르면, CSX는 골드만삭스와 함께 지분 매각·합병·사업 구조조정 등 다양한 전략적 옵션을 다각도로 검토하고 있다. 시장에서는 이번 움직임이 미 연방 규제 기관과 투자자 모두를 겨냥한 ‘선제적 방어’ 성격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이번 결정의 직접적 배경은 업계 1위 유니언 퍼시픽(Union Pacific)노퍽 서던(Norfolk Southern)$85억 달러1에 인수하기로 한 ‘메가딜’이다. 해당 거래가 성사되면 미국 최초의 ‘연안-연안(coast-to-coast)’ 화물철도 네트워크가 구축돼 곡물, 자동차, 에너지 등 핵심 물류 흐름이 대대적으로 재편된다.

“주주 가치를 극대화하고, 성장 기회를 확보하며, 고객 서비스를 강화할 수 있는 모든 기회를 환영한다.”
조 힌리히스(Joe Hinrichs) CSX 최고경영자, 2025년 7월 24일 실적 콘퍼런스콜

힌리히스 CEO의 이 발언은 곧바로 ‘인수 제안 혹은 파트너십’ 가능성을 시사하는 신호로 해석됐다. 실제로 로이터는 일주일 전 CSX가 외부 재무자문사 영입을 검토 중이라고 단독 보도한 바 있다.

‘전략적 옵션’이란?
금융·경영 관점에서 전략적 옵션이란 단순 매각이나 합병뿐 아니라 ▲자사주 매입 ▲특정 노선·자회사 분할 ▲합작법인 설립 ▲대형 물류기업과의 전략적 제휴 등을 포괄한다. 즉, 반드시 회사를 팔거나 사는 선택지만 존재하는 것은 아니다.

골드만삭스는 과거 캐나다 퍼시픽·캔자스시티서던 합병, 버크셔 해서웨이의 BNSF 인수 등 굵직한 철도 거래를 주관하며 업계 전문성을 입증한 바 있다. 이번에도 복수의 시나리오를 ‘데이터룸’에 구축해 CSX 이사회에 제시할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 판도 재편의 파급 효과
미국 화물철도 시장은 전통적으로 7대 클래스Ⅰ(Class-I) 사업자가 전국망을 분점해 왔다. 이 가운데 유니언 퍼시픽-노퍽 서던 빅딜이 성사되면 업체 수는 6곳으로 줄고, 서부·동부를 나눴던 지리적 장벽도 사실상 해체된다. 규제 당국이 ‘독과점’을 이유로 엄격 심사를 예고했지만, 교통 인프라 현대화와 공급망 안정 필요성이 맞물리며 승인 가능성에 무게가 실린다.

CSX는 미국 동남부 및 대서양 연안에 32,000마일(약 5만 1,500㎞)에 달하는 선로를 보유하고 있다. 지난해 매출은 $146억 달러, 영업이익률은 34%로 업계 평균을 상회했다. 그러나 ‘전국망’이 탄생할 경우 화물 배차 경쟁력과 가격 협상력이 약화될 수 있다는게 애널리스트들의 중론이다.


전문가 시각
월가 일부에서는 “CSX가 방어적 인수를 추진하거나, 글로벌 물류·항만 기업과 크로스보더 합작을 선택할 가능성”을 제기한다. 반면 ‘규모의 경제’ 압박을 완화하기 위해 “핵심 자산을 매각해 현금을 확보하고, 친환경·디지털 전환에 집중 투자하는 포트폴리오 슬림화 전략”을 택할 수 있다는 의견도 있다.

만약 CSX가 직접적인 매각 대상이 된다면, 캐나다 국영 철도 또는 사모펀드(PEF) 거버넌스 모델이 거론된다. 시장 금리가 고점에서 완만히 하향 곡선을 그리는 ‘골디락스’ 환경은 대규모 레버리지(LBO)에도 우호적이라는 평가다.


규제 변수
미 연방표면교통위원회(STB)는 지난해 ‘캐나다 퍼시픽-캔자스시티서던’ 딜을 33개월 심사 끝에 조건부 승인한 바 있다. 관행상 ‘안전성·고용·소비자 요금’ 3대 항목이 핵심 심사 기준으로 작동한다. 따라서 CSX가 어떤 경로를 택하더라도 STB와의 사전 교감 및 로비 활동이 관건으로 떠오른다.


전망
CSX 주가는 인수합병 기대감에 최근 5거래일간 12% 급등했다. 시장 참여자들은 ‘결정 시점’을 올 4분기 실적 발표(예정일: 10월 말) 전후로 예측한다. 균형잡힌 물류 생태계를 위해서는 연합·제휴 등 유연한 대응 전략이 불가피하다는 판단에서다.

골드만삭스는 로이터의 논평 요청에 즉각 답하지 않았으며, CSX 역시 공식 입장을 거부했다. 다만 이번 사안은 주주 행동주의 및 사모펀드의 술렁임을 자극하며 화물철도 업계 전체에 ‘도미노’ 효과를 미칠 전망이다.

※ 용어 설명
1$85억 달러(약 11조 2,000억 원)는 거래 금액 기준으로 미국 화물철도 역사상 최대 규모 중 하나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