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CPI가 크게 “놀라움” 없자 달러 약세…시장, 9월 기준금리 인하에 베팅
미국 달러화가 물가 지표 발표 이후 하락세를 이어가며 연방준비제도(연준·Fed)의 조기 완화 가능성이 부각됐다.
2025년 8월 13일, 나스닥닷컴의 보도에 따르면 달러 인덱스(DXY)는 전일 대비 -0.43% 미끄러지며 102선 초반까지 밀렸다. 연방기금(FF) 선물 시장에서 9월 16~17일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 때 -25bp(0.25%포인트) 인하 가능성은 96%로 뛰었고, 다음 회의(10월 28~29일)에서도 58%가량 인하를 점치는 분위기다.
같은 날 발표된 7월 미국 소비자물가지수(CPI)는 전월 대비 +0.2%로 시장 예상에 부합했다. 연율 기준 헤드라인 CPI는 +2.7%로 6월과 같았고, 컨센서스였던 +2.8%에는 못 미쳤다. 다만 근원(식료품·에너지 제외) CPI는 전월 대비 +0.3%로 예상치와 일치했고, 연율은 6월 +2.9%에서 +3.1%로 상승해 시장 예상치(+3.0%)를 소폭 웃돌았다.
“코로나19 이후 CPI가 기록했던 저점은 헤드라인 +2.3%, 근원 +2.8%였다. 이번 지표는 그보다 높은 수준이지만, 연준이 목표로 삼는 2%대 초반과 비교하면 여전히 완만하다”는 평가가 월가에서 나온다.
정치 변수: 트럼프, 파월 의장에 법적 압박 시사
시장이 달러 매도에 나서는 가운데, 미국 10년 만기 국채 수익률은 4.289%(+0.4bp)로 소폭 올랐다. 전날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소셜미디어 ‘트루스 소셜’에서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을 상대로 한 소송 검토를 언급하며, 정치 리스크가 금리 불확실성을 자극했기 때문이다. 시장은 트럼프 행정부가 파월 의장을 압박해 인위적으로 금리를 낮출 가능성을 경계하고 있다.
무역정책: 관세 확대·연장에 글로벌 경제 긴장
무역 전선에서도 변수가 이어졌다. 트럼프 대통령은 만료 예정이던 중국산 제품 관세 유예(타리프 트루스)를 추가 90일 연장했다. 이에 앞서 7일에는 반도체 수입에 100% 관세를 예고했다. 미국 내 생산 계획을 증명하면 면제받을 수 있으나, 전자제품에 들어가는 반도체에는 별도 세금이 매겨진다. 또한 인도산 제품 관세를 25%에서 50%로 두 배 인상했고, 의약품에도 조만간 관세를 매기겠다고 공언했다.
블룸버그 이코노믹스에 따르면, 이러한 조치가 모두 시행되면 미국의 평균 관세율은 15.2%로 뛰어 2024년 관세 발표 전 2.3% 대비 일곱 배 가까이 늘어나게 된다.
주요 통화 동향
EUR/USD는 달러 약세에 힘입어 +0.52% 상승했다. 그러나 유럽 경제가 미·중 관세 전쟁의 부수적 피해를 입을 수 있다는 점에서 유로 강세 폭은 제한적이다. 오는 9월 11일 유럽중앙은행(ECB) 통화정책회의에서 -25bp 인하 가능성은 금리스와프 시장에서 5%에 불과하다.
USD/JPY는 전반적인 달러 약세에도 불구하고 -0.30% 하락했다. 일본은 대미 수출 의존도가 높아, 미 정부의 관세 확대가 경기 하방 압력으로 작용할 것이라는 우려가 엔화 매도세를 억누르고 있다.
금·은 가격: 관세 면제에도 금리 인하 기대가 지지
12월물 금 선물(GCZ2)은 온스당 $5.70(-0.17%) 하락, 9월물 은 선물(SIU2)은 $0.215(+0.57%) 상승 마감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금 수입에는 관세를 부과하지 않겠다“고 밝히면서 공급 불안이 완화된 영향이다. 반면 CPI 이후 금리 인하 기대와 우크라이나·중동 지정학 리스크는 안전자산 수요를 일정 부분 떠받쳤다.
한편 상장지수펀드(ETF) 내 금 보유량은 이틀 전 2년 만에 최고치, 은 보유량은 3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해 펀드 매수가 귀금속 가격을 지지하고 있다.
전문가 시각 및 용어 풀이
FF 선물(Federal Funds Futures)은 시장 참여자들이 연준의 정책금리를 예상해 거래하는 파생상품으로, 해당 가격 변화를 통해 금리 인하·인상 확률을 추정한다. CPI(Consumer Price Index)는 소비자가 구입하는 상품·서비스 가격 변동을 측정하는 지표로, 연준의 물가 목표를 가늠하는 핵심 자료다.
이번 CPI가 “중립” 수준으로 평가된 데 반해 근원지표가 다소 상방 압력을 나타냈다는 점은 정책 결정에 미묘한 신호를 던진다. 그러나 시장은 성장 둔화와 통관세 인상에 따른 경기 리스크를 더 중시해 조기 완화에 무게를 두고 있다.
향후 관건은 트럼프 행정부의 대(對)연준 압박과 관세 전략이 인플레이션 기대에 어떤 영향을 미치느냐이다. 정치·무역 변수 결합은 달러·채권·귀금속 시장 간 변동성을 더욱 키울 수 있어 투자자들의 리스크 관리가 요구된다.
본 기사에서 인용된 시장 가격과 수치는 2025년 8월 13일(현지 시각) 기준이다. 투자 판단은 독자 본인의 책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