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소비자물가지수(CPI) 발표 직후 증시 상승―금리 인하 기대 고조
12일(현지시간) 미국 주요 주가지수는 S&P 500이 0.44% 상승한 가운데 다우존스 산업평균지수가 0.36%, 나스닥 100이 0.52% 올랐다. 같은 시각 9월물 E-미니 S&P 선물은 0.56%, E-미니 나스닥 선물은 0.61% 각각 상승세를 보였다.
2025년 8월 12일, 나스닥닷컴의 보도에 따르면 이날 장 초반 증시는 7월 CPI가 시장 예상치와 대체로 부합하면서 9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에서 연방준비제도(Fed)의 25bp 금리 인하 가능성이 93%로 높아진 점이 호재로 작용했다. 월요일(11일) 88%였던 인하 가능성은 하루 만에 5%p 상승했다.
헤드라인 CPI는 전월 대비 0.2% 올라 시장 예상과 일치했다. 전년 동월 대비로는 2.7% 상승해 6월(2.7%)과 동일했으며, 예상치(2.8%)를 0.1%p 하회했다. 반면 근원 CPI는 전월 대비 0.3% 증가해 예상치에 부합했지만, 전년 대비 3.1%로 6월(2.9%)보다 높고 컨센서스(3.0%)를 웃돌았다. 이는 코로나19 이후 최저 수준(헤드라인 2.3%, 근원 2.8%)에서 소폭 반등한 수치다.
무역·지정학 변수: 관세 유예 및 미·러 정상회담 대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전날 미·중 관세 휴전 기한을 11월 10일까지 90일 연장하는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CNBC 보도를 통해 사전 예고됐던 내용으로, 협상 시간 확보가 목적이다.
또한 엔비디아(Nvidia)와 AMD는 중국에 수출하는 저전력 AI 칩 매출의 15%를 미국 정부에 납부하는 조건으로 수출 허가를 받았다. 그러나
블룸버그통신이 “중국 정부가 엔비디아 H20 프로세서를 정부 관련 업무에 사용하지 말 것을 자국 기업들에 권고했다”고 전하며 불확실성이 재부각됐다.
이번 주 시장의 또 다른 관전 포인트는 알래스카에서 열릴 트럼프–푸틴 정상회담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우크라이나 전쟁 종식을 위한 탐색적 만남“에 지나지 않는다며 성과 기대치를 낮췄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 역시 영토 양보 가능성을 일축, 조기 종전 기대를 떨어뜨렸다.
추가 관세 정책: 반도체·인도·제약 분야 압박
관세 이슈도 연일 이어졌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주 반도체 수입품에 100% 관세를 매기겠다고 발표했다. 다만 미국 내 생산 계획을 제시할 경우 면제받을 수 있다. 전자제품 완제품에도 별도 세금이 적용된다. 러시아산 원유 수입 문제로 인도에 부과되는 관세는 25%에서 50%로 두 배 인상됐다. 제약 제품 관세도 단기간 내 발표될 예정이다.
블룸버그 이코노믹스는 이 같은 조치가 모두 실행될 경우 미국 평균 관세율이 2024년 2.3%에서 15.2%로 급등할 것으로 추산했다.
주요 경제 일정 및 지표 전망
이번 주 예정된 주요 지표는 다음과 같다. 14일 발표되는 신규실업수당 청구건수는 전주 대비 1,000건 감소한 22만5,000건이 예상된다. 7월 생산자물가지수(PPI)는 전년 대비 2.5%(헤드라인), 2.9%(근원)로 각각 상승폭 확대가 전망된다. 15일에는 7월 소매판매가 전월 대비 0.5%, 자동차를 제외한 소매판매가 0.3% 증가할 것으로 관측된다. 같은 날 7월 제조업 생산은 전월 수준을 유지할 것으로, 미시간대 소비심리지수 예비치는 62.0으로 소폭 상승이 점쳐진다.
※ 용어 설명
• CPI(Consumer Price Index): 소비자가 구입하는 상품·서비스 가격 변동을 측정하는 지표로, 인플레이션 흐름을 판단하는 핵심 자료다.
• PPI(Producer Price Index): 생산 단계에서의 물가 변동을 나타내며 뒤늦게 소비자물가에 반영될 가능성이 높다.
• E-미니 선물: S&P 500, 나스닥100 등 주요 지수를 소형 계약 단위로 거래하는 파생상품으로, 장외 시간대 시장 방향성을 가늠하는 지표로 활용된다.
국채·글로벌 금리 동향
10년 만기 미 국채 9월물 가격은 5틱 하락, 수익률은 4.302%로 1.8bp 상승했다. 기대 인플레이션 지표인 10년물 브레이크이븐 인플레이션율은 2.380%로 2bp 하락해 물가 우려를 일부 완화했다.
유럽에서는 독일 10년물 국채 금리가 2.4bp 올라 2.720%, 영국 길트 금리는 4.9bp 상승한 4.614%를 기록했다. 시장은 9월 11일 예정된 유럽중앙은행(ECB) 회의에서 25bp 금리 인하 확률을 6% 수준으로 반영하고 있다.
기업 실적 및 개별 종목 움직임
블룸버그 인텔리전스 집계에 따르면 S&P 500 기업들의 2분기 순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9.1% 증가할 전망이다. 사전 예상치(2.8%)를 크게 웃돌며 4년 만의 최대 폭을 기록할 것으로 보인다. 이미 82%의 기업이 실적을 발표했으며, 이 중 82%가 시장 추정치를 상회했다.
‘매그니피센트 세븐’ 가운데 이날 메타 플랫폼스가 2% 넘게 상승하며 가장 강한 흐름을 보였다. 아마존과 엔비디아만 보합권 내 약세다. 엔비디아는 중국 정부의 H20 칩 사용 자제 권고 소식이 부정적으로 작용했다.
하네스브랜즈는 길던 액티브웨어가 최대 50억 달러 가치로 인수 협상 중이라는 파이낸셜타임스 보도에 힘입어 30% 급등했다. 새로 상장한 파라마운트 스카이댄스는 구겐하임이 투자의견 ‘매수’와 목표주가 13달러를 제시하며 3% 뛰었다.
반면 카디널 헬스는 회계연도 4분기 영업이익이 기대에 못 미치면서 9% 이상 하락했다. 게티이미지 역시 2분기 실적과 가이던스가 실망스럽다는 평가로 4% 약세다.
전문가 시각 및 전망
시장 참여자들은 “CPI가 큰 변동 없이 안정세를 보여준 만큼 9월 첫 번째 금리 인하 시도에 대한 연준 내부 공감대가 넓어질 것”으로 내다본다. 다만 근원 CPI가 3%를 웃돌아 단기 낙관론은 자제해야 한다는 견해도 제기된다.
무역정책 측면에서는 트럼프 행정부가 연일 고율 관세 카드를 꺼내고 있어 기업들의 공급망 재편 압력이 커질 전망이다. 특히 반도체·제약·전자 등 첨단 제조업이 영향을 받을 가능성이 높다.
지정학 변수로는 트럼프–푸틴 회담이 주목된다. 실질적 휴전 합의가 도출될 경우 유럽 경기와 에너지 가격에 긍정적이지만, 당사국 간 입장차로 즉각적인 돌파구가 마련되기는 쉽지 않다.
결국 향후 증시 방향성은 연준의 구체적 가이던스, 관세 정책의 세부 조정, 그리고 우크라이나 사태 전개에 달려 있다. 투자자들은 선별적 접근과 리스크 관리가 요구되는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