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증시가 13일(현지시간) 소비자물가지수(CPI) 발표 직후 일제히 상승세를 탔다.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500 지수는 전장 대비 +1.14% 오른 5,649.21포인트로 마감했고, 다우존스30 산업평균지수는 +1.10% 상승한 41,998.73포인트를 기록했다. 기술주 비중이 큰 나스닥100 지수도 +1.33% 급등해 19,932.44포인트에 거래를 마쳤다.
2025년 8월 13일, 나스닥닷컴의 보도에 따르면, 9월물 E-미니 S&P 선물은 장중 +1.06%, 9월물 E-미니 나스닥 선물은 +1.25% 올랐다. 시장 참여자들은 9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에서 기준금리가 인하될 가능성을 94%로 반영하며 위험자산 매수에 다시 속도를 냈다.
◆ CPI 세부 수치와 정책 기대감
미 노동부가 발표한 7월 헤드라인 CPI는 전년 동월 대비 +2.7%로 컨센서스(2.8%)를 소폭 하회했으나, 근원 CPI는 +3.1%로 예상치(3.0%)를 소폭 웃돌았다. 월간 기준으로는 헤드라인과 근원 모두 +0.2%, +0.3%로 시장 예상에 부합했다. 전문가들은 “헤드라인 지표가 둔화 기조를 유지한 반면 근원 물가가 다소 끈적거려 ‘연착륙 시나리오’에 힘을 실어줬다”는 평가를 내놨다.
물가 지표 발표와 동시에 채권 시장에도 변화가 나타났다. 2년 만기 미 국채 금리는 -4bp 하락한 3.729%로 급락했지만, 10년물 금리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제롬 파월 연준 의장에 대한 추가 압박 발언 이후 낙폭을 반납하며 4.285%에서 보합 마감했다.
◆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과 정책 변수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새벽 소셜미디어 ‘트루스 소셜’에 “연준 건물 공사비와 관련해 파월 의장에 대한 소송을 검토 중”이라고 밝혀 시장을 놀라게 했다. 시장은 연준의 독립성이 훼손될 경우 오히려 인플레이션 위험이 커질 수 있다는 점에 주목하며 장중 한때 채권을 매도했다.
무역전선에서는 트럼프 대통령이 대중(對中) 관세 휴전 기간을 90일 연장하는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아울러 지난주 발표한 반도체·인도·의료·전자 부문 관세 인상 계획이 현실화될 경우, 블룸버그 이코노믹스는 미국 평균 관세율이 2024년 2.3%에서 15.2%까지 치솟을 것으로 전망했다.
◆ 향후 지표‧이벤트 일정
시장 관심은 주간 실업수당 청구(15일), 7월 생산자물가지수(PPI)(15일), 7월 소매판매·제조업 생산·미시간대 소비심리(16일) 등으로 이동하고 있다. 특히 16일 알래스카에서 예정된 트럼프·푸틴 정상회담은 우크라이나 전쟁 종전 여부를 가늠할 ‘분수령’으로 꼽힌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영토 양보는 없다”며 기대치를 낮췄다.
◆ 기업 실적·종목별 움직임
팩트셋에 따르면 S&P500 82% 기업이 2분기 실적을 발표한 가운데, 82%가 시장 예상치를 웃돌아 연간 EPS 증가율이 +9.1%로 4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할 전망이다.
‘매그니피센트 세븐’ 전 종목이 상승 마감한 가운데 메타 플랫폼스가 +3.15%로 가장 큰 폭의 상승을 보였다. 엔비디아는 중국 정부가 AI 칩 H20 사용 자제를 권고했다는 블룸버그 보도에도 +0.57% 상승했다.
반도체주가 나스닥100 강세를 주도했다. NXP, ON세미컨덕터, 마이크로칩 테크놀로지, 텍사스인스트루먼츠가 모두 +5% 이상 급등했다.
항공주도 국제유가 하락 수혜를 받았다. 유나이티드항공이 S&P500 내 +10%로 최대 상승을 기록했고, 아메리칸항공 +12%, 델타항공 +9%로 뒤를 이었다. 반면 스피릿 에어라인즈 모회사 스피릿 애비에이션은 존속 불확실성(going concern) 경고로 -41% 폭락했다.
의류업체 헤인즈브랜즈는 길단 액티브웨어가 최대 50억 달러에 인수를 추진 중이라는 파이낸셜타임스 보도로 +28% 급등했다. 파라마운트 스카이다ンス는 구겐하임이 투자의견 ‘매수’와 목표가 13달러를 제시하자 +8% 이상 올랐다. 스타벅스 역시 베어드의 ‘중립→아웃퍼폼’ 상향 덕에 +1.8% 상승했다.
반면 카디널헬스는 4분기 영업이익이 기대를 밑돌아 -7.2% 하락했고, 게티이미지스는 2분기 실적 가이던스가 실망스러워 -2.3% 밀렸다.
◆ 알기 쉬운 경제용어 해설
CPI(Consumer Price Index·소비자물가지수)는 가계가 구매하는 상품·서비스 가격 변동을 종합해 산출한 물가지표다. 헤드라인 CPI는 전체 품목을, 근원 CPI는 변동성이 큰 에너지·식품을 제외해 장기 인플레이션 추세를 보여준다.
FOMC(Federal Open Market Committee)는 미 연방준비제도 정책결정기구로, 기준금리(FFR)를 정한다. 연착륙은 경기 침체 없이 인플레이션만 완화시키는 정책 시나리오를 뜻한다.
◆ 금리·채권시장 동향
10년 만기 국채선물(9월물)은 장중 CPI 호재로 상승했으나, 트럼프의 파월 의장 비판 발언 이후 2틱 하락 마감했다. 독일 10년물 분트는 +4.8bp, 영국 10년물 길트는 +6.1bp 오르며 유럽 금리도 동반 상승했다.
스와프시장은 9월 ECB 회의에서 -25bp 금리 인하 확률을 단 5%만 반영 중이다.
◆ 시장 전망 및 결론
연준 금리 인하 기대와 무역‧정치 변수가 혼재된 상황에서, 투자자들은 인플레이션과 정책 리스크를 동시에 관찰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물가 둔화세가 유지된다면 9월 금리 인하가 현실화될 것”이라면서도 “무역갈등이 재점화되면 공급 측 물가 압력이 재부상할 수 있다”고 경계했다.
한편 14일 예정된 실적 발표에는 로어홀딩스, 퍼포먼스푸드그룹, 스탠더드에어로, 코히런트, 시스코시스템즈 등이 포함돼 있다. 시장은 특히 기술·방산·소비 섹터 실적이 3분기 방향성을 결정할 촉매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