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PI 둔화 시 美 연준 0.5%p 인하 기대…JP모건 “25bp씩 순차 인하가 현실적

【뉴욕=인터내셔널 이코노믹 리뷰】 미국 8월 소비자물가(CPI)가 예상보다 크게 둔화될 경우 시장이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50bp(0.50%p)’ 전격 인하 가능성을 가격에 반영할 수 있다는 관측이 제기됐다. 다만 JP모건 자산운용은 실제 회의에선 ‘25bp(0.25%p)씩 단계적 인하’가 더 합리적이라는 판단을 내놓았다.

2025년 9월 11일, 인베스팅닷컴의 보도에 따르면, JP모건 자산운용의 글로벌 채권부문 최고투자책임자(CIO)인 이언 스틸리(Iain Stealey)는 블룸버그TV 인터뷰에서 “다음 몇 차례 회의에서 25bp씩 인하하는 편이 훨씬 이치에 맞는다”고 밝혔다. 그는 시장이 일시적으로 0.50%p 인하 시나리오를 반영하더라도 이는 ‘과도한 기대’에 가깝다고 선을 그었다.

스틸리 CIO는 “연준 위원 누구도 50bp라는 과감한 카드에 대해 공개적으로 신호를 준 적이 없다”면서 “현재 채권금리가 하락세를 보이는 근본 원인은 정치적 압력이 아니라 노동 시장의 약화에 따른 연준의 ‘신뢰할 만한 대응(credible action)’ 기대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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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익률 하락, ‘정책 전환 선반영’
그는 이어 “채권시장은 정책 전환을 이미 선제적으로 반영하고 있다”며 “고용 지표 둔화로 실질금리가 떨어지고 있어 연준이 속도 조절에 나설 수 있는 여지가 충분하다”고 진단했다.

리스크 자산과 채권의 매력 비교
JP모건 자산운용은 위험조정수익률 기준으로 현재 채권주식보다 매력적이라고 평가했다. 다만 연준이 금리를 인하할 경우 유동성 공급 효과로 주식 등 위험자산도 일정 부분 지지를 받을 것이라는 전망을 함께 제시했다.

관세가 이끄는 ‘묻지마 물가’
이날 보고서에서 눈길을 끈 또 다른 대목은 관세(tariffs) 요인이 향후 몇 개 분기에 걸쳐 물가상승을 자극할 가능성이다. 스틸리 CIO는 “가구·인테리어, 의류, 레저용 상품 등 굿즈(재화) 항목에서 관세로 인한 가격 전가가 계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시장조사업체들이 집계한 컨센서스에서도 “관세로 촉발된 공급 측 압력이 2025년 초까지 이어질 것”이라는 예측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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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세는 기업에게 있어서 사실상의 추가 비용이며, 이는 최종 판매가격에 단계적으로 내재화될 수밖에 없다.”

항공료ㆍ숙박비, 계절 효과로 추가 압박
분석가들은 항공권 요금호텔·모텔 숙박비 또한 계절적 성수기 영향으로 상승 압력이 여전하다고 지적했다. 특히 여름 성수기 반영이 늦게 잡히면서 9월 수치에도 일정 부분 영향을 줄 가능성이 거론된다.

오늘 밤 21시 30분(한국시간) CPI 발표
미국 노동부는 11일 오전 8시 30분(동부시간) 8월 CPI를 공개한다. 지난달 발표된 7월 CPI는 전년 대비 3.2% 상승해 시장예상(3.3%)을 소폭 하회한 바 있다. 투자자들은 이번 수치가 2%대 중반까지 내려올 경우 연준이 ‘빅컷’ 카드를 테이블 위에 올리는지 여부를 주목하고 있다.


➤ 용어 풀이: ‘bp’(basis point)
bp는 ‘1bp=0.01%p’로, 금리·수익률 변동 폭을 정밀하게 표시할 때 쓰인다. 예를 들어 25bp는 0.25%포인트, 50bp는 0.50%포인트를 뜻한다.

➤ CPI란 무엇인가
CPI(Consumer Price Index·소비자물가지수)는 미국 가계가 구매하는 상품과 서비스의 가격 변동을 측정한 지표다. 연준은 CPI를 통화정책 판단의 핵심 자료로 활용한다. 특히 ‘근원 CPI’(식품·에너지 제외)는 수요 압력을 가늠하는 잣대로 여겨진다.

기자 해설 · 전망
연준의 다음 공개시장위원회(FOMC)는 2025년 9월 17~18일에 열린다. CPI가 시장 예상치를 밑돌면 채권시장은 ‘50bp 인하’ 베팅을 늘리겠지만, 스틸리 CIO의 언급처럼 실제 결정은 25bp에 그칠 가능성이 높다. 50bp를 단행하려면 ▲노동시장 급랭 ▲금융불안 재발 ▲정책 신뢰 훼손 방지 등 ‘세 가지 조건’이 동시에 충족돼야 한다는 시각이 우세하다.

특히 최근 발표된 미국 비농업부문 고용(Non-Farm Payrolls) 증가 폭은 15만 명대로 둔화돼 시장을 긴장시키고 있다. 하지만 핵심 PCE 물가가 여전히 4%대 중반을 유지한다는 점을 감안하면, 연준이 빅컷에 나서기엔 물가 안정 목표와 상충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주식·채권 전략 포인트
단기 채권 ETF: 금리 인하 사이클 초입에서 상대적으로 가격 변동성이 낮고, 채권형 ETF는 매력적인 배당수익률을 제공할 수 있다.
배당주・디펜시브 섹터: 금리 하락기엔 현금흐름이 견조한 배당주, 필수소비재, 유틸리티 섹터가 방어적 대안이 될 수 있다.

결론
관건은 “물가가 얼마나 빠르게 2% 목표에 근접하느냐”다. CPI 둔화가 확인될 경우 채권금리 추가 하락과 달러 약세가 동시에 전개될 수 있으며, 이는 신흥국 자산에도 훈풍을 불어넣을 수 있다. 그러나 물가 하방 압력이 기대에 미치지 못하면 연준은 ‘더 길고 높은’ 금리 기조를 유지할 공산이 커 투자자들의 리스크 관리가 요구된다.

향후 발표될 미국 생산자물가지수(PPI), 개인소비지출(PCE) 물가 등 후행·동행 지표가 연준의 최종 판단을 좌우할 변수라는 점도 기억할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