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NBC UK 익스체인지: 영국 상장 리츠 저평가, 인수·합병 열풍 확산

영국 리츠(REIT) 시장이 기록적인 저평가 구간에 진입하면서, 글로벌 사모펀드와 동종 기업 간의 인수·합병(M&A) 경쟁이 급격히 달아오르고 있다. 특히 미국계 사모펀드 KKR이 지역 의료 부동산 회사 어슈라(Assura) 인수전에서 고배를 마시고, 동종사 프라이머리 헬스 프로퍼티스(PHP)가 승리한 사례는 상징성이 크다.

2025년 8월 20일, CNBC 뉴스 보도에 따르면, 영국 투자자들은 현금보다는 주식교환 방식을 택한 PHP의 제안을 받아들이며 저평가된 리츠 자산에 대한 장기적 가치 회복을 기대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는 단순 현금매각을 제안한 KKR·스톤피크 컨소시엄의 오퍼를 거부한 결정적 요인이 됐다.

PHP가 제시한 거래 총액은 18억 파운드(약 2.4억 달러)로, 대부분 PHP 주식과 일부 현금으로 구성됐다. 인수전 막판 PHP 주가가 하락해 명목가치 기준으론 KKR·스톤피크 제안보다 오히려 낮았음에도, 주주들은 장기간 안정적 배당과 시너지 효과를 선택했다. 앞으로 영국 경쟁시장청(CMA)의 심사를 통과해야 하는 절차적 리스크가 남아 있으나, 이번 사례는 영국 리츠 업계의 구조 개편이 주주친화적 방향으로 흘러가고 있음을 보여준다.


리츠(REIT)란 무엇인가?

리츠(Real Estate Investment Trust)는 부동산 투자회사를 뜻하며, 투자자가 주식을 사듯 소액으로 다수의 부동산 포트폴리오에 투자할 수 있는 집합투자기구다. 영국 리츠는 법적으로 90% 이상의 과세소득을 배당으로 지급해야 해 배당 안정성이 높고, 순자산가치(NAV) 대비 주가가 얼마나 할인·프리미엄되는지가 핵심 투자 지표가 된다.

이번에 인수 대상이 된 어슈라는 전국 600여 개의 GP(지역의사) 클리닉·의료센터를 보유해 NHS(국가보건서비스) 임대료 비중이 97%에 달한다. CEO 조너선 머피는 2024년 연차보고서에서 “계약 기반 임대 수입은 25억 파운드이며, 가중평균 잔여 임대기간은 12.7년”이라며 현금흐름이 매우 예측 가능함을 강조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슈라 주가는 KKR의 인수 관심이 알려진 2월 당시 NAV 대비 21% 할인 상태였다. NHS가 사실상 정부 신용을 담보하는 임차인임에도 이런 할인율이 유지된 점은 시장 왜곡을 방증한다.

런던 도심 이미지

저평가를 노린 사모펀드·전략적 투자자들의 러시

어슈라 사례는 빙산의 일각이다. 최근 몇 년간 영국 리츠 업계에는 잇단 적대적·우호적 인수가 이어졌다. 물류 창고 특화 트리택스 빅박스 리츠는 2024년 2월 9억2400만 파운드에 UK 커머셜 프로퍼티 리츠를 인수했고, 현재는 웨어하우스 리츠 인수를 추진 중이다. 그러나 블랙스톤이 4억8900만 파운드를 제시하며 맞불을 놓아 치열한 3파전 양상이다.

또 다른 성장주자인 런던메트릭 프로퍼티는 2023년 CT 프로퍼티 트러스트(1억9900만 파운드)에 이어, 2024년엔 테마파크 부지로 유명한 LXI(19억 파운드)를 품으며 FTSE100 편입에 성공했다. 공동창업자 겸 CEO 앤드루 존스는 “시가총액 10억 파운드 미만 소형 리츠는 상장사로서 존재 의미가 약하다”며 규모의 경제와 주식 유동성을 강조했다.

그리니치 파크 전망대

리테일·쇼핑몰에 주력하는 뉴리버 리츠도 2024년 말 1억4700만 파운드에 캐피털&리저널을 인수했고, 학생숙소 1위 업체 유나이트 그룹은 2025년 8월 엠피릭 스튜던트 프로퍼티를 7억2300만 파운드에 사들였다. 인수 대상 기업 모두 NAV 대비 묵직한 디스카운트에 거래되던 종목들이다.


전통 대형사들의 향후 전략은?

이처럼 니치(특화) 부문 리츠가 몸값을 키우는 동안, 영국 상업용 부동산 양대 산맥인 랜드 시큐리티스(Landsec)브리티시 랜드는 상대적으로 합종연횡에서 한 발 떨어져 있다. 여러 분야에 동시에 투자해 컨글로머릿 할인 우려가 제기되는 가운데, 각사 CEO(마크 앨런·사이먼 카터)와 라자드 출신 회장 윌 러커가 어느 시점에 대규모 포트폴리오 조정이나 매각·합병 카드로 대응할지가 시장의 관심사다.

한편 코로나19 이후 재택근무 확대오피스 시장은 극심한 침체를 겪었으나, 캐나리워프 소유주 브룩필드·카타르투자청 컨소시엄은 3년 만에 보유 오피스 빌딩 가치가 첫 반등세를 보였다고 밝혔다. 오피스 자산이 리츠 인수전에서 소외돼 왔음을 감안할 때, 향후 이 부문에서도 대형 거래가 재개될 가능성이 제기된다.


시장·금융 환경: 금리·환율·지수 동향

FTSE100 지수는 최근 한 주 0.4% 상승하며 9,189.22포인트로 사상 최고 마감가를 경신했다. 소매업체 JD스포츠버버리가 상승세를 주도했다. 파운드화는 미국 달러 및 유로 대비 소폭 강세를 보였고, 투자자들은 영란은행(BOE)의 금리 인하 속도 전망을 하향 조정했다. 이에 따라 10년 만기 길트금리는 4.585%에서 4.72%로, 2년물은 3.897%에서 3.958%로 상승했다.

향후 일정으로는 8월 20일 발표되는 7월 CPI, 8월 21일 플래시 PMI, 8월 22일 소비자신뢰지수가 예정돼 있다.


전문가 시각 및 함의

분석가들은 영국 리츠 시장이 “디스카운트 바닥”에 근접했다고 평가한다. 금리 피크아웃과 함께 NAV 대비 할인 폭 축소가 예상되며, 상장 리츠들의 자본비용이 낮아짐에 따라 내부 성장 전략외형 확장 인수 간 균형점이 재조정될 전망이다. 그러나 리츠 수 감소는 장기적으로 투자 선택지를 제한해 지수 추종 ETF 운용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견해도 공존한다.

실적 변동성에 민감한 개인투자자라면 배당 안정성·차입비율·가중평균 임대기간(WALE)을 꼼꼼히 점검해야 한다. 특히 의료·학생주거·물류센터처럼 구조적 수요가 뚜렷한 분야와 달리, 오피스·리테일 리츠는 거시 변수에 따라 회복 속도가 다를 수 있다.

결론적으로 이번 어슈라 인수전은 주주들이 단기 현금화보다 장기 가치창출에 베팅했음을 보여주며, 영국 증시의 디리스크(de-risk) 기류재상장(리-에쿼티제이션) 회복 가능성을 동시에 시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