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K 허치슨 홀딩스(헝콩 증권거래소 코드: 0001)가 발표할 중간 실적과 함께, 미국 자산운용사 블랙록이 주도하는 컨소시엄에 228억 달러(약 31조 원) 규모로 항만 사업부를 매각하려는 계획의 진척 상황이 투자자들의 최대 관심사로 떠올랐다.
2025년 8월 14일, 로이터통신 보도에 따르면, 이 홍콩 복합기업은 홍콩 시각 오후 5시(그리니치표준시 09:00)에 실적발표회를 열고 경영진 간담회를 진행할 예정이다. 이번 행사는 3월 매각 계획 발표 이후 경영진을 공식 석상에서 질의할 수 있는 첫 기회라는 점에서 업계의 이목이 집중된다.
통상적으로 CK 허치슨은 연간 실적 발표 직후 애널리스트·언론 브리핑을 개최해 왔지만, 올해 3월에는 파나마 운하 인근 2개 항만을 포함해 23개국 43개 항만을 매각한다는 방침을 공표한 직후에도 별도 브리핑을 생략해 시장에 궁금증을 남겼다.
매각 대상은 블랙록과 이탈리아 해운 재벌 잔루이지 아폰테가 운영하는 MSC(지중해 해운사)가 이끄는 컨소시엄이다. 그러나 중국 당국과 일부 관영 매체는 ‘국가 안보상 우려’를 이유로 강하게 반발해 왔으며, CK 허치슨은 지난 7월 28일 공시를 통해 “컨소시엄 측과 중국계 ‘주요 전략 투자자’를 추가하는 방안을 논의 중”이라고 밝혔다.
“규제 승인 확보를 위해서는 거래 구조 변경이 불가피하며, 필요한 시간을 충분히 확보하겠다.” — CK 허치슨 7월 28일 공시 중
로이터가 입수한 복수의 소식통에 따르면, 외부에서 거론되는 COSCO(중국해운그룹)이 유력 후보로, 해당 국영기업은 지분 확대를 타진 중인 반면 기존 컨소시엄은 소수 지분 참여를 선호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COSCO는 지난달 로이터의 논평 요청에 답하지 않았다.
전문가들은 중국 투자자 편입이 성사될 경우 파나마 운하 통제권에 대한 중국 측 안보 우려를 완화하고, 거래 승인 가능성을 높일 것이라고 분석한다. 과거 도널드 트럼프 미국 전 대통령은 파나마 운하에서의 중국 지분 철수를 공개적으로 요구한 바 있다. 미국 전체 컨테이너 물동량의 40% 이상(연간 약 2,700억 달러 규모)이 이 운하를 통과한다는 점은 지정학적 민감도를 배가시킨다.
실적 발표를 앞둔 이날 CK 허치슨 주가는 홍콩증시에서 0.2% 하락해, 같은 시간 항셍지수의 0.1% 하락폭과 비슷한 흐름을 보였다.
UBS는 지난달 보고서에서 올해 상반기 기저이익이 6% 증가할 것으로 전망했다. 항만‧리테일 부문의 성장과 달러 약세가 유가 하락세를 상쇄할 것으로 분석했다. 반면, 영국 이동통신 자회사 ‘3UK’ 합병 완료에 따른 일회성 손실은 순이익에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지적도 덧붙였다.
Morgan Stanley는 지난달 CK 허치슨 주식을 ‘비중 확대(Overweight)’로 제시하며, 잠재적 전략 거래, 매력적인 밸류에이션, 견조한 재무구조를 투자 포인트로 꼽았다.
용어 해설 및 배경
파나마 운하는 태평양과 대서양을 연결하는 82km 길이의 인공 운하로, 글로벌 해상 물류의 병목지점으로 통한다. COSCO는 중국 국영 종합 해운·항만 그룹으로, 해상 운송·조선·터미널 운영까지 수직계열화를 이룬 세계 1위권 업체다. 항만 매각이 성사될 경우, COSCO는 아시아·유럽뿐 아니라 미주 지역 허브까지 영향력을 확대할 수 있어, 미·중 간 전략적 신경전이 재점화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기자 해설·전망
CK 허치슨의 항만 사업은 글로벌 물동량 둔화에도 안정적 캐시플로를 창출해 왔다는 점에서 그룹 실적의 ‘현금엔진’ 역할을 수행해 왔다. 이를 통째로 매각한다는 결정은 포트폴리오 경량화를 통해 통신·인프라·소매 등 핵심 사업 재투자를 가속화하려는 전략적 행보로 읽힌다. 다만, 규제 리스크가 거래 구조에 변수를 만들어 일각에서는 거래 무산 가능성도 제기한다.
특히 중국 국유기업이 지분을 확보할 경우, 패키지 구조조정 및 지분 희석으로 블랙록·MSC의 내부수익률(IRR)이 하향 조정될 가능성이 있어 투자 스키마 재협상이 불가피하다. 반대로 중국 측 참여를 배제하면 각국 규제기관 및 파나마 정부의 심사 과정에서 ‘전략 자산을 외국계가 독점한다’는 역풍을 맞을 가능성이 커, 어느 쪽이든 이해관계자 간 복잡한 셈법이 불가피하다.
결과적으로 CK 허치슨이 이날 실적발표에서 제시할 거래 일정표와 재무적·전략적 정합성에 대한 설명이 투자 심리에 중대한 변곡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시장은 경영진이 구체적인 규제 시나리오, 지분 구조 변경, 배당 정책과의 연계성 등을 얼마만큼 투명하게 공개하는지 주목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