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싱턴발—현장에 모여 있던 군중이 지켜보는 가운데, 제복을 입은 탈레반 대원들이 마흐무드 하비비(37) 씨가 탑승한 도요타 랜드크루저를 에워쌌다. 다른 대원들은 그의 카불 시르푸르 아파트를 부수고 들어가 노트북과 서류를 들고 나왔다.
2025년 8월 9일, 로이터 통신 보도에 따르면 하비비와 운전사는 탈레반 비밀경찰로 악명 높은 정보총국(GDI)General Directorate of Intelligence 어깨 패치를 단 무장요원들에게 눈가리개를 한 채 끌려갔다고 여러 목격자가 진술했다.
구금 부인과 상반되는 증거
탈레반 정부는 하비비를 구금한 사실이 없다고 주장하지만,
미국 정부가 확보한 목격자 진술과 휴대전화 위치 데이터는 그와 배치된다.
하비비는 2022년 8월 10일 체포된 뒤 3년째 행방이 묘연하다.
미국 연방수사국(FBI)이 석방 교섭을 주도하고 있으며, 미 국무부는 “하비비의 억류가 아프가니스탄과의 추가 관여를 모색하는 데 중대한 장애물”이라고 밝혔다.
알카에다 수괴 제거 10일 후 체포
하비비는 알카에다 지도자 아이만 알자와히리가 미군 드론으로 사살된 지 10일 만에 카불로 돌아왔다가 구금됐다. 미국 정보당국은 그가 작전에 관여했다는 증거가 없다고 본다.
배경 설명: 헬파이어 R9X 미사일은 파편 대신 칼날을 전개해 목표만 제거하는 드론 탑재 탄두다. 2022년 7월 31일, 자와히리는 이 미사일 두 발에 맞아 사망했다.
카메라 한 대가 촉발한 의심
미 정보당국 관계자 2명은 CIA가 하비비가 근무한 버지니아 소재 ARX 커뮤니케이션즈의 자회사 Asia Consultancy Group(ACG) 보안망을 침투해, 기지국 CCTV 한 대로 자와히리를 찾아냈다고 밝혔다.
해당 카메라는 당시·현재 탈레반 내무장관인 시라주딘 하카니와 연관된 주택을 비추고 있었고, CIA는 영상을 통해 자와히리의 거처를 확인했다. 이를 토대로 조 바이든 대통령은 드론 타격을 승인했다.
GDI 본부에서 포착된 휴대전화 신호
미 정부는 2023년 6월과 8월 두 차례 GDI 본부에서 하비비의 휴대전화 전원이 켜진 사실을 탐지했다. 또 다른 ACG 직원은 석방 전 GDI 본부에서 하비비가 “CIA 소속이냐”고 심문받는 소리를 들었다고 증언했다.
구금 과정
체포 당일, 하비비는 뉴저지행 짐을 싸던 중 ACG 사무실이 급습당했다는 전화를 받았다. 그는 아파트를 나서자마자 차량 안에서 체포됐고, 곧이어 GDI 대원들이 아파트 문을 부수고 들어와 노트북을 요구했다.
현장에서 ACG 직원 30명이 함께 체포됐지만, 하비비와 또 한 명을 제외하고 모두 풀려났다. 2022년 9월 17일, 아프간 통신부는 “GDI 조사 완료 후 면회 여부를 결정하겠다”고 회신해 사실상 구금을 인정했으나, 2025년 7월 3일 탈레반 대변인 자비훌라 무자히드는 “그를 구금한 기록이 없다”고 반박했다.
개인 이력
카불 카르테 파르완 출신인 하비비는 언어 실력을 바탕으로 2008년 UN 항공기구에 입사했고, 2017년 아프간 민간항공장관을 지냈다. 2021년 미국 시민권을 취득했으며, 구금 전까지 카불과 미국을 오가며 ACG의 항행통제 사업을 총괄했다.
미국의 대응
미 정부는 그를 “인질”로 분류하고 500만 달러 현상금을 제시했지만, 탈레반은 지난해 관타나모 수감자 모하마드 라힘 알아프가니와의 맞교환 제안을 거부했다.
전문 용어·기관 해설
- GDI: 탈레반 정권의 비밀경찰 조직으로, 구 구(舊) 국가정보국(NDS)을 대체해 체제 안보를 담당한다.
- Hellfire R9X: 고폭탄 대신 6개의 날이 돌출돼 표적만 제거하는 특수 미사일.
- ACG: 통신·보안 시설 구축을 담당하는 ARX 커뮤니케이션즈 산하 아프간 법인.
향후 전망
현재까지 네 명의 다른 미국인이 탈레반에 체포·석방됐지만, 공식적으로 확인된 아프간 내 미국인 억류자는 하비비 한 명이다. 미국 당국은 “그의 석방이 양국 관계 개선의 최단 경로”라 판단하지만, 탈레반의 일관된 부인은 협상 난항을 예고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