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사회보장제도(Social Security)를 보편적 기본소득(Universal Basic Income·UBI)으로 대체할 수 있을까라는 질문은 겉보기에는 단순해 보인다. 가난한 노년층의 생활 안정을 지원하고 은퇴 불안을 해소할 뿐 아니라, 저소득층 전반을 빈곤에서 구제할 수 있다는 기대가 깔려 있기 때문이다.
2025년 8월 9일, 나스닥닷컴이 인용한 금융 전문 매체 GOBankingRates의 보도에 따르면, 해당 매체는 생성형 인공지능 서비스 ChatGPT에게 ‘UBI가 사회보장제도를 대체할 수 있는가’라는 질문을 던졌고, AI가 제시한 답변과 전문가 논평을 종합해 기사를 작성했다.
ChatGPT는 “쉽지 않으며 가까운 시일 내에는 불가능하다”는 단정으로 답변을 시작했다. 이어 “UBI는 만능 해결책도, 재앙도 아니다. 신중한 설계와 안정적 재원이 전제될 때 의미 있는 도구가 될 수 있다”라고 덧붙였다.
▶︎ 프로그램 간 차이점 명확화
AI는 먼저 양 제도의 성격을 구분했다. 사회보장제도는 근로자가 납부한 급여세(payroll tax)로 운영되는 목적형 사회보험으로, 은퇴·장애·유족 연금을 제공한다. 반면 UBI는 소득이나 근로 이력과 무관하게 전 국민에게 동일 금액을 지급하는 보편 현금 이전 제도다.
“사회보장을 UBI로 대체하려면 ‘획득한 권리(earned benefit)’에서 ‘보편적 권리(universal entitlement)’로 전환해야 한다. 이는 철학적·정치적으로 대단히 큰 도약이다.” — ChatGPT
▶︎ 일자리 의욕 저하 논란
‘UBI 도입 시 사람들이 일을 덜 하게 될까?’라는 질문에 대해 ChatGPT는 “다수의 파일럿 연구 결과, 대부분은 일을 완전히 그만두지 않고, 근로 형태를 조정하는 수준”이라고 설명했다. 구체적인 사례로 핀란드·캐나다·캘리포니아·알래스카 실험을 언급하며 “근로 시간 감소폭은 작으며, 삶의 만족도와 건강 개선 효과가 나타났다”고 요약했다.
그러나 2024년 발표된 전 세계 최대 규모의 무작위 대조 연구1는 상반된 결과를 제시했다. 샘 올트먼(OpenAI CEO)이 일부 자금을 지원한 이 실험에서, 저소득층 1,000명은 월 1,000달러를 3년간, 대조군 2,000명은 월 50달러를 받았다. 그 결과, 실험군의 노동시장 참여율은 2%p 하락했고, 주당 근로시간이 1.3~1.4시간 감소했으며, 배우자 역시 비슷한 수준으로 근로를 줄였다. 연간 소득은 UBI를 포함해도 1,500달러가량 감소했고, 실업 지속 기간은 1.1개월 길어졌다.
다만 연구진은 “삶의 만족도·심리적 안녕감 지표는 유의미하게 개선됐다”고 보고했다. ChatGPT가 요약한 ‘소폭 감소·삶의 질 개선’이라는 기존 통찰과 완전히 배치되지는 않는 대목이다.
▶︎ 막대한 재원이 최대 난제
ChatGPT는 비용 문제를 가장 큰 걸림돌로 지목했다. 사회보장제도도 이미 막대한 예산이 소요되지만, 전 국민에게 동일 급여를 지급하는 UBI는 그 규모를 훨씬 뛰어넘는다는 것이다.
AI는 미국 사회보장국(SSA) 2025 회계연도 예산 자료를 인용해, SSA·SSI·SSDI 지출 총액이 약 1조5,000억 달러에 달할 것이라고 전했다. UBI가 기존 복지 프로그램을 전면 대체하지 않는 한, 대규모 증세 또는 적자 재정 없이는 재정 조달이 불가능하다는 결론이다.
1 National Bureau of Economic Research(NBER) 발표, ‘Universal Basic Income Study’, 2024.
▶︎ 전문가 시각 — “기술 발전이 UBI 필요성 키운다”
스탠퍼드리뷰의 애널리스트 테디 가네아는 UBI가 비현실적이라는 지적에 반박했다. 가네아는 “연 1만8,000달러 수준의 UBI로도 ‘하루아침에 빈곤을 종식’시킬 수 있다”고 주장하며, 고소득층에게는 단계적으로 지급액을 축소하는 음의 소득세(Negative Income Tax)형 모델을 제안했다.
그는 2024년 미국 인구의 75%가 연소득 7만5,000달러 미만이라는 점에 주목해, 이들에게 평균 9,000달러를 지급해도 연간 비용은 2조5,000억 달러 미만으로 추산했다. 이는 현재 메디케이드·푸드스탬프 등 복지예산과 유사하며, 일부 잔여 재원으로 사회보장 적자를 보전하거나 교육 예산을 증강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ChatGPT가 코딩이나 고객 응대 자동화보다 더 큰 업적을 낳을 수도 있다. AI가 촉발한 자동화 공포가 오히려 UBI 도입을 앞당길지 모른다.” — 테디 가네아
▶︎ 용어 설명
보편적 기본소득(UBI) — 정부가 국적·소득·고용 상태와 무관하게 모든 시민에게 정기적으로 동일 금액을 지급하는 제도다. 복잡한 선별 기준이 없고 행정비용이 낮다는 장점이 있으나, 막대한 재원이 필요하다는 점이 가장 큰 논쟁거리다.
사회보장제도(Social Security) — 1935년 제정된 미국 연방 제도로, 근로자 급여세로 기금을 조성해 퇴직·장애·유족에게 연금을 지급한다. 한국의 국민연금과 유사하지만, 미국 내에서도 기금 고갈 우려가 지속적으로 제기된다.
▶︎ 전망과 과제
AI의 분석과 학계·언론 전문가 의견을 종합하면, UBI가 사회보장을 즉각적으로 완전 대체할 가능성은 낮다. 그러나 자동화와 인공지능의 확산, 사회·경제적 불평등 심화가 지속될 경우, UBI가 부분적·단계적으로 도입될 여지는 남아 있다.
결국 열쇠는 정치적 합의와 재원 조달 방식이다. 마진 세율 조정, 부유세·로봇세, 탄소세 등 신규 세목이 논의되고 있으며, 복지 프로그램 통합 또는 음의 소득세 형태가 절충안으로 거론된다.
핵심은, ‘보편적’이라는 이상과 ‘지속 가능성’이라는 현실을 어떻게 조화시킬 것인가다. 미국 의회와 행정부, 그리고 유권자들의 판단이 향후 10년의 복지 패러다임을 결정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