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반도체 기업 마이크론 테크놀로지(Micron Technology, NASDAQ: MU) 주가가 1% 하락했다. RBC 캐피탈 마켓츠 2025 글로벌 테크놀로지 콘퍼런스에서 경영진이 향후 자본지출(capex) 확대 가능성을 시사한 직후 나타난 반응이다. 시장은 장기 수요 강세 신호에도 불구하고 단기 현금흐름과 수익성에 미칠 부담을 선반영한 것으로 해석된다.
2025년 11월 19일, 인베스팅닷컴의 보도에 따르면, 뉴욕에서 진행된 수요일 ‘파이어사이드 챗’ 형식의 대담에서 CFO 마크 머피(Mark Murphy)는 현재 연간 기준(런 레이트) 180억 달러 규모의 자본지출이 2026년 이후까지 이어질 것으로 보이는 시장 타이트니스와 다년 계약 때문에 “압력(pressure)”을 받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는 현 수준보다 지출 상향 가능성이 열려 있음을 시사한다.
같은 자리에서 CTO 스콧 드보어(Scott DeBoer)는 마이크론의 기술 경쟁력에 대해 “회사 역사상 가장 강한 위치에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감마 노드(gamma node)의 수율이 성숙 단계에 접어들었으며, 향후 2년에 걸친 제품 램프(양산 확대)가 예정돼 있다고 설명했다. 기술 로드맵의 가시성과 실행력이 동시에 확인됐다는 평가가 뒤따랐다.
그러나 기술 전망이 긍정적임에도 투자자들은 자본 소요 확대에 대한 경계심을 드러냈다. 머피 CFO는 다년 고객 계약이 사업 가시성을 높여준다고 강조하면서도, 투자는 “극도로 엄격하게(extremely disciplined)” 집행하겠다고 말했다. 다만 그는 지출 증가가 불가피해 보인다고 덧붙여, 규모와 타이밍에 대한 시장의 관심을 더욱 키웠다.
제품 로드맵 측면에서 드보어 CTO는 마이크론이 3D DRAM 기술에서 리더십을 보유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한 지난 1년간 데이터센터용 SSD 부문에서 상당한 성장을 달성했다고 밝혔다. 더불어 마이크론이 업계에서 처음으로 PCIe Gen 6를 선도하고 있다고 언급했다.
단기 실적과 관련해 머피 CFO는 2분기가 1분기보다 더 나은 마진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했다. 메모리 신제품 측면에서는 HBM4가 2분기에 출하를 시작하고, 하반기에 생산이 본격 확대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언제 HBM‑3e의 물량을 추월할지에 대해서는 구체적 시점을 밝히지 않았다.
재무 측면에서는 사업 환경 개선에 힘입어 “현금흐름이 유의미하게 증가”하고 있다고 머피 CFO가 전했다. 그는 부채가 “안정화됐다(has calmed down)”고 평가하면서, 회사가 단기적으로 순현금(net cash) 상태에 도달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핵심 발언 인용
“현재 180억 달러 런 레이트의 자본지출은 압력을 받을 것이다.” — 마크 머피 CFO
“마이크론은 지금이 역사상 가장 강한 기술적 위치다. 감마 노드 수율이 성숙했고, 향후 2년간 제품 램프가 이어질 것이다.” — 스콧 드보어 CTO
“우리는 투자에 있어 극도로 엄격하다. 다년 계약은 가시성을 높이지만, 지출 증가는 불가피해 보인다.” — 마크 머피 CFO
“현금흐름이 유의미하게 증가하고 있으며, 부채는 안정화됐다. 순현금 전환이 임박했다.” — 마크 머피 CFO
용어 풀이와 맥락
– 런 레이트(run rate): 현재 분기 또는 최근 기간의 추세를 연간 기준으로 환산한 지표다. 여기서는 연간 180억 달러 수준의 자본지출 페이스를 뜻한다.
– 시장 타이트니스(tightness): 수요 우위 또는 공급 제약이 지속돼 재고가 낮고 가격이 견조해지는 환경을 말한다. 머피 CFO는 이러한 타이트니스가 2026년 이후까지 이어질 수 있다고 시사했다.
– 다년 고객 계약: 주요 고객과 수년에 걸쳐 물량·가격·우선공급 등을 합의하는 장기 계약이다. 이는 설비 투자 결정을 뒷받침하는 수요의 가시성을 높여준다.
– 파이어사이드 챗(fireside chat): 공식 발표가 아닌 대담 형식의 세션으로, 경영진이 전략과 시장 상황을 비교적 자유롭게 공유하는 방식이다.
– 감마 노드(gamma node)와 수율(yield): 감마는 마이크론의 특정 공정 세대 명칭으로, 수율 성숙은 동일 웨이퍼에서 양품이 나오는 비율이 충분히 높아져 상업적 생산에 유리함을 의미한다.
– 제품 램프(product ramp): 신제품 생산을 시험생산에서 대량양산으로 끌어올리는 과정이다. 통상적으로 원가 절감과 수율 개선이 동시에 진행된다.
– 3D DRAM: 셀을 수직 적층하는 차세대 DRAM 구조를 가리킨다. 동일 면적 대비 용량을 키워 고대역폭·고용량 수요에 부합한다.
– PCIe Gen 6: 차세대 고속 입출력(인터커넥트) 규격으로, 데이터 전송 대역폭을 크게 확장한다. 데이터센터 SSD와 가속기 간의 병목을 줄이는 데 의미가 크다.
– HBM‑3e vs HBM4: HBM은 고대역폭 메모리로 AI·HPC 등에 쓰인다. HBM‑3e는 현세대의 강화 버전이며, HBM4는 차세대 규격으로 출하 시작은 2분기, 하반기 램프가 예정돼 있다. 다만 HBM4가 HBM‑3e 물량을 추월하는 시점은 미정이다.
시장 해석과 파장
메모리 업황이 타이트해질수록 판매 단가와 믹스 개선으로 마진 확장이 가능해지지만, 동시에 설비 투자 확대와 첨단 공정 전환 비용이 뒤따른다. 마이크론의 경우, 다년 계약이 뒷받침하는 수요 가시성은 긍정적이지만, 자본지출 상향 압력이 단기 잉여현금흐름과 자본 효율에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점이 투자심리를 제약한 것으로 보인다. 이번에 확인된 “2분기 마진 개선”과 “현금흐름 유의미한 증가”는 펀더멘털 상향의 근거로 해석되나, 증설·전환 타이밍과 HBM4 램프 속도가 향후 밸류에이션 변동성을 좌우할 수 있다.
특히 데이터센터 SSD의 견조한 성장과 PCIe Gen 6 선도는 AI 워크로드 확산에 따른 I/O 병목 해소와 저장장치 요구 증가에 부합한다. 이는 구성 비중의 고부가가치화를 돕는 요인이다. 한편, HBM4의 상용 출하 개시는 고대역폭 메모리 포트폴리오를 강화하지만, HBM‑3e 대비 물량 역전 시점이 불투명하다는 점은 생산 믹스 관리의 불확실성을 남긴다.
재무적으로는 부채 안정화와 순현금 전환 기대가 리스크 완충 역할을 할 수 있다. 이는 향후 자본 배분 유연성을 높여 배당·자사주·전략 투자 등 선택지를 넓힌다. 다만, 머피 CFO가 언급했듯 투자 증가는 불가피해 보이는 만큼, 투자 규율과 수익성 방어의 균형이 관건으로 떠오른다.
체크 포인트
– 자본지출 가이던스의 구체화: 180억 달러 런 레이트 대비 상향 폭과 집행 시기.
– HBM4 램프: 2분기 출하 개시 이후 하반기 생산 확대 속도, 고객 다변화 여부.
– 마진 트렌드: CFO가 언급한 2분기 마진 개선의 지속성, 제품 믹스 변화 영향.
– 현금흐름·순현금: 유의미한 현금흐름 증가가 실제 순현금 전환으로 이어지는 시점.
– 기술 리더십 유지: 3D DRAM·PCIe Gen 6에서의 선도적 지위 지속 여부.
종합하면, 마이크론은 기술적으로는 감마 노드 성숙과 3D DRAM·PCIe Gen 6 선도, HBM4 출하 등 모멘텀이 명확하다. 다만, 자본지출 상향 압력이 단기 주가 변동성의 근원이 되고 있다. 이번 콘퍼런스 발언은 수요 강세와 투자 확대라는 양면을 동시에 부각하며, 시장은 마진 개선과 현금흐름 증대가 투자 부담을 상쇄할 수 있을지에 주목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