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O 교체 후 급강하 멈춘 보잉, 생산 확대·방산 회생 등 새 도전 직면

[시애틀=로이터]보잉(Boeing Co.)이 사상 최악의 위기에서 벗어난 지 1년 만에 켈리 오트버그 최고경영자(CEO)가 회사의 추락을 멈추는 데 성공했다. 그러나 이제 그는 여객기 생산 확대, 방위·우주 부문 회복, 수익성 개선이라는 세 갈래 과제에 직면해 있다.

2025년 8월 8일, 인베스팅닷컴 보도에 따르면 오트버그는 2024년 1월 신형 737 MAX 기체의 공중 패널 파열 사고로 전임자가 물러난 뒤 구원투수로 영입됐다. 그는 은퇴 생활을 접고 플로리다에서 시애틀로 올라와, 안전·품질·투명성 약속을 내세우며 현장 중심 경영을 선언했다.


위기의 진원지와 첫해 성과

보잉은 2018년과 2019년 각각 발생한 두 차례의 737 MAX 추락 사고로 346명이 사망하면서 신뢰도가 크게 흔들렸다. 여기에 2024년 1월 또다시 일어난 기내 패널 폭발로 위기가 심화됐고, 회사는 현금 유출·명성 추락이라는 이중 고통에 시달렸다.

오트버그 취임 후 1년 동안 회사는 제조 효율·품질을 끌어올리고,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불확실한 통상정책 속에서도 대형 주문을 따내는 등 여러 성과를 거뒀다.

미 법무부(DOJ)와의 합의를 통해 MAX 사고 관련 형사 기소를 철회받았고, 카타르항공(Qatar Airways)으로부터 사상 최대 규모 와이드바디 주문을 확보했으며, 미 공군의 첫 6세대 전투기 ‘F-47’ 사업을 수주했다.

주가도 반등했다. 1년 전 대비 39% 상승했고, 특히 737 생산량이 증가한 최근 수개월 동안 상승 폭이 컸다.


남은 숙제: 생산 확대와 신모델 구상

그러나 보잉은 여전히 적자를 기록하고 있다. 올해 상반기 손실은 6억4,300만 달러에 달했고, 단일 통로기 시장에서는 에어버스(Airbus)에 뒤처져 있다. 우주·방산 프로젝트가 지연되고 부채 압박이 지속되는 가운데, 최대 부품 공급업체 스피릿 에어로시스템스(Spirit AeroSystems)를 인수한 부담도 크다.

오트버그의 즉각적 과제는 737 MAX 생산을 위기 이전 수준 이상으로 끌어올리면서, 장기적으로는 이를 대체할 차세대 기종을 준비하는 것이다. 뱅크오브아메리카 애널리스트 론 엡스타인은 “보잉이 다시 위대한 회사로 거듭날지, 평범한 회사로 남을지가 최대 변수”라고 지적했다.

회사 측은 이번 기사와 관련해 오트버그 CEO 인터뷰를 제공하지 않았다.


조직 문화 전환: ‘Give a damn!’

아이오와주 출신인 오트버그(65)는 항공전자 기업 록웰콜린스(Rockwell Collins)에서 CEO까지 올랐으며, 이후 일련의 인수·합병을 통해 RTX(구 레이시온테크놀로지스)로 편입되는 과정을 진두지휘했다. 직설적이고 ‘일 벌이기보다 문제를 있는 그대로 드러내 해결한다’는 스타일로 유명하다.

그의 전 부하 직원 얀스 티머스는 “적자 프로그램을 논의하던 자리에서 오트버그가 ‘문제는 전부 테이블 위에 올려놓고 처리하자’고 말했는데, 지금 보잉에서도 같은 방식을 쓰고 있다”고 회상했다.

구성원들은 과거 보잉이 비용 절감에 치우쳐 품질과 절차를 희생했다고 토로해 왔다. 오트버그는 결함 감소·공정 불일치 제거·전반적 조립 품질 개선을 최우선 과제로 선언하며 ‘Give a damn!’을 핵심 가치에 추가했다.

알래스카항공(Alaska Airlines) CEO 벤 미니쿠치는 “오트버그는 공장 바닥에서 직접 문제를 살피고 있다”며 “과거 경영진과 분명히 다르다”고 평가했다.


트럼프 대응과 워싱턴 파워 게임

올해 최대 난제 중 하나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의 관계였다. 트럼프는 2월 ‘에어포스원’ 교체 사업 지연과 비용 초과를 공개적으로 질타했지만, 5월에는 카타르항공의 대규모 주문 서명식에 오트버그와 함께 참석해 파열음 진화에 나섰다.

보잉은 제프 쇼키(Jeff Shockey)를 수석 로비스트로 영입했다. 그는 의회와 행정부 업무에 정통한 ‘항공산업의 해결사’로 불리며, 연방항공청(FAA)의 생산 확대 승인과 F-47 개발 지원을 이끌 핵심 인물이다. 항공 컨설팅사 리처드 아불라피아는 “베테랑 로비스트 없이는 어떤 의제도 성사되기 어렵다”고 말했다.


노사 갈등·프로젝트 지연·재무 부담

오트버그는 지난해 서부 해안 공장에서 여객기를 조립하는 3만3,000명 조합원 파업(7주간) 종료에 애를 먹었다. 이번 주 들어서는 방산 부문의 3,200명 노동자까지 파업에 돌입해 내홍이 재연되고 있다.

프로그램 일정도 차질을 빚고 있다. 777-9와 737 MAX 7·10 인증은 또다시 내년으로 밀렸고, 회사는 향후 10년 내 에어버스에 빼앗긴 시장을 되찾을 신형 기체를 출시하지 못하면 장기간 2위에 머물 위험에 노출돼 있다.

오트버그는 2분기 실적 발표에서 “우리는 하루하루 성과를 개선하며 고객과 최종 사용자 신뢰 회복에 집중하고 있다”고 언급, 부담을 낮춰 표현했다.


용어와 배경 설명

* 6세대 전투기는 스텔스·인공지능·지능형 네트워크 전투 능력을 갖춘 차세대 군용기로, 현재 미국·유럽 주요 방산업체가 개발 경쟁 중이다.

* 737 MAX는 보잉의 대표 단일 통로 여객기로, 에어버스 A320neo 시리즈와 시장을 양분해 왔다. 두 차례 치명적 사고 이후 안전성 논란이 지속돼 왔다.


전문가 시각 및 전망

분석가들은 오트버그가 단기적 ‘추락 저지’에는 성공했으나, 구조적 경쟁력을 되살리기 위해선 생산 정상화·노사 협력·기술 투자를 동시에 진행해야 한다고 본다. ‘새로운 737’로 불리는 차세대 중형기 개발 시점이 늦어질 경우, 보잉은 향후 10~15년간 에어버스에 시장 주도권을 내줄 수 있다.

또한 막대한 부채와 방산 부문의 손실이 투자 여력을 제약할 수 있어, 현금 흐름 개선이 관건으로 지목된다. 주가 상승에도 불구하고 실적 회복이 지체되면, 금융시장 신뢰가 다시 흔들릴 수 있다는 경고도 나온다.

“보잉이 다시 비상할지, 아니면 장기 정체에 머물지는 향후 24개월이 결정할 것이다.” (항공산업 컨설턴트 익명)

오트버그 체제 2년 차는 보잉 역사에서 갈림길이 될 전망이다. 회사가 ‘Give a damn!’ 정신을 실천해 안전·품질·혁신 세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을지, 글로벌 항공업계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