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BO, 트럼프 정부 NIH 예산 삭감 시 신약 출시 4.5% 감소 전망

미 의회예산국(CBO)트럼프 행정부가 제안한 국립보건원(NIH) 예산 대폭 삭감이 장기적으로 미국 내 신약 개발 속도를 늦출 것이라고 경고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예산이 줄어들면 임상시험 단계에 진입할 후보물질과 최종 시판 허가를 받는 신약 수가 모두 감소해 환자 접근성·제약 산업 경쟁력·의료비 절감 효과 등 다층적 영향이 우려된다.

2025년 7월 18일(현지시간), 로이터 통신 보도에 따르면 트럼프 행정부는 2026회계연도 예산안에서 NIH 지원금을 40%인 180억 달러 삭감하고, 미국 식품의약국(FDA) 예산도 55억 달러로 5.5% 줄이는 방안을 제시했다. 이는 과학·의료계 연구비용 구조에 직접적인 충격을 주어 제약·바이오 업계의 연구개발(R&D) 습관과 투자 흐름을 근본적으로 재편할 가능성이 크다.

CBO 필립 스와젤 국장은 민주당 의원들의 질의에 답한 서한에서 “NIH의 전임상 연구(external preclinical research) 자금이 10% 삭감될 경우, 30년 동안 시장에 나오는 신약 수가 연평균 4.5% 정도(연 2개 내외) 감소할 것”이라고 밝혔다. 구체적으로는 첫 10년에는 1개, 두 번째 10년에는 9개, 세 번째 10년에는 20개의 후보물질이 줄어드는 것으로 분석됐다.

“전임상(preclinical) 단계는 세포·동물실험 등 기초 안전성‧효능을 확인하는 초창기 프로세스다. 이 구간이 흔들리면 파이프라인 전반이 왜곡돼 임상 1상 진입 자체가 지연된다.”

CBO는 예산 삭감으로 인한 파급효과가 단계별로 지연돼 나타나므로 초기에는 체감도가 낮을 수 있으나, 20~30년 후에는 누적 충격이 급격히 확대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CBO는 임상단계(1~3상)에 대한 예산 감축도 신약 승인 건수를 감소시켜 더 빠르게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했으나, 이번 서한에서는 구체적 수치를 제시하지 않았다. 대신 CBO는 “약물 개발 모형을 업데이트해 추가 시나리오를 분석 중”이라며 향후 데이터를 공개하겠다고 예고했다.

민주당은 NIH 예산을 35~38% 줄였을 때의 영향을 추가로 문의했지만, CBO는 “역사적 데이터만으로는 신뢰할 만한 예측을 제공하기 어렵다”고 밝혀 세부 산출은 보류했다.


FDA 심사 지연과 인력 구조조정

행정부는 FDA 인력 3,500명을 감축했다가 일부를 재고용했지만, 전체적으론 대규모 구조조정이 이뤄졌다. 의원들은 “FDA의 신약 심사 기간을 9개월 연장할 때 시장 진입률이 어떻게 변하는가”도 질문했다. 이에 대해 CBO는 첫 10년 3개, 두 번째·세 번째 10년 각각 10개의 신약이 줄어들 것이라고 계산했다.

CBO는 또 “심사 지연은 수치로 환산되지 않은 추가적 R&D 의사결정, 투자 철회, 글로벌 경쟁력 약화 등의 간접 효과를 낳을 것”이라며, 모델에 반영되지 않은 질적 피해를 경고했다.


용어 해설 및 배경

전임상 연구란 인체 대상 임상을 시작하기 전 단계로, 약효·독성·대사 경로를 동물·세포 모델에서 평가해 임상 1상 돌입 가능성을 가늠한다. 이 과정에서 실패하면 이후 비용이 큰 임상 단계로 넘어갈 수 없으므로, 초기 자금 지원이 시장 전체 혁신성을 좌우한다.

미 의회예산국(CBO)은 미국 연방 의회의 공식 예산 분석 기관으로, 정당과 무관한 독립기구다. 경제·재정 정책 제안이 미칠 비용·성장·고용 효과를 장기 전망 모델로 산출해 의회 입법 판단에 근거 자료를 제공한다.


전문가 시각 및 시장 영향

국내 제약·바이오 업계 관계자들은 “미국이 생명과학 분야의 최대 자금 공급처 역할을 해왔다는 점에서, NIH·FDA 예산 축소는 글로벌 파이프라인·벤처투자 흐름에 직격탄”이라며 우려를 표했다. 특히 국내 기업들도 미국 임상센터·학계 연구비를 통해 신약 후보를 검증해 왔기에, 파트너십 비용 상승과 일정 지연이 현실화될 가능성을 경계하고 있다.

투자은행(IB)들은 “예산 삭감→신약 감소→수익 감소→R&D 투자 축소로 이어지는 부정적 피드백 루프가 형성될 수 있다”고 진단한다. 다만, 일부 대형 제약사는 자체 현금을 활용해 공백을 메우려 할 수 있어, 자본력 격차가 더 벌어질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향후 과제

NIH와 FDA 예산은 미국 의회 승인 절차를 거쳐야 한다. 공화당 주도의 예산 삭감 시도와 민주당의 연구비 방어 전략이 맞부딪치면서, 바이오 연구 생태계가 정치 지형에 따라 출렁일 가능성이 크다. CBO는 모델 업데이트 작업이 끝나는 대로 복수 시나리오를 추가 공개할 예정이어서, 정책·투자 결정의 핵심 근거 자료로 활용될 전망이다.

결국 예산 축소 논의가 현실화될 경우, 혁신 의약품 출시 지연에 따른 환자 복지 손실의료비 장기 증가라는 부메랑이 미국 경제에 돌아올 수 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따라서 장기적 성장동력과 단기 재정 절감 사이에서 균형점을 찾기 위한 초당적 협의가 요구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