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튬(Lithium) 시장이 다시 출렁이고 있다. 세계 최대 전기차 배터리 업체 중 하나인 CATL(닝더스다이)이 중국 내 주요 광산의 채굴을 전격 중단하면서 공급 차질 우려가 커졌고, 이에 스위스계 투자은행 UBS가 2025~2028년 리튬 가격 전망을 대폭 상향했다.
2025년 8월 12일, 인베스팅닷컴의 보도에 따르면 CATL은 허난성 젠시아워(Jianxiawo) 레피돌라이트 광산의 채굴 허가가 8월 9일부로 만료되자 곧바로 가동을 멈췄다.
회사 측은 “최소 3개월 이상 생산이 중단될 것”이라고 밝혔다.
UBS는 이를 “규제 리스크가 현실화된 사례”로 평가하며, 이번 조치가 리튬 공급망에 미칠 파급 효과를 분석했다.
중국의 ‘안티 인벌루션(anti-involution)’ 규제는 과잉 경쟁 및 무허가·과잉 생산을 정조준하고 있다. 최근 중국 정부는 광산 채굴 허가 요건을 대폭 강화하고, 허가 물량을 초과한 채굴에 대해 대대적인 단속을 벌이고 있다. UBS는 1분석 노트에서 “이미 생산이 중단된 장그 마이닝(Zangge Mining)의 리튬 탄산당량(LCE) 1만1,000톤에 더해, 최대 22만9,000톤의 추가 물량이 허가 미비로 위험에 처해 있다”고 경고했다.
가격 전망 상향 조정
이 같은 리스크를 반영해 UBS는 스포듀민(Spodumene) 가격을 2025~2028년 기간에 16~27% 인상하고, 리튬 화학제품(탄산리튬·수산화리튬) 가격 전망도 5~14% 상향했다. 보고서는 “리튬 가격 하락 사이클의 최악 국면은 이미 지났다”고 평가했으나, 여전히 컨센서스 평균보다는 보수적이라며 추가 상승 여지도 남겨뒀다.
UBS는 호주 리튬 생산업체들의 2분기 실적 발표를 반영해 공급 성장 전망치도 소폭 조정했다. 특히 리오틴토(Rio Tinto)의 캐나다 제임스베이 프로젝트 일정이 기존 2025/26년에서 더 지연될 것으로 보았다. UBS는 “프로젝트 딜레이가 공급 부족을 심화시켜 가격 강세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수요 측면의 견조한 성장
수요 측면에서는 글로벌 전기차(EV) 판매가 6월 한 달 기준 전년 대비 26% 증가했다. 중국은 무려 31% 성장률을 기록해 전체 시장의 64%를 점유했다. 북미 지역은 침체를 겪었지만, 유럽은 26%로 성장세가 가속화됐다. 중국을 제외한 아시아·태평양 지역은 55% 급증해 눈길을 끌었다.
또 다른 수요 축인 배터리 에너지 저장 시스템(BESS) 시장도 폭발적으로 확대되고 있다. UBS는 “2025~2030년 가동 예정인 글로벌 프로젝트 파이프라인이 전년 대비 115% 늘어난 1.6TWh 규모”라고 전했다. 이는 대규모 풍력·태양광 발전 단지의 계통 안정화 수요를 반영한 것으로 분석된다.
용어·배경 설명
① 레피돌라이트(Lepidolite)는 리튬이 풍부한 운모 광물로, 스포듀민 대비 채굴·정제 효율이 떨어지지만 중국 내 매장량이 풍부하다.
② 스포듀민은 호주에서 주로 생산되는 리튬 함량이 높은 광석으로, 최근 리튬 정광 가격의 벤치마크로 활용된다.
③ BESS(Battery Energy Storage System)는 대용량 배터리를 활용해 전력을 저장·방전하는 설비다. 재생에너지 변동성을 완충하는 핵심 인프라로 부상했다.
④ 안티 인벌루션은 ‘과열 경쟁을 억제한다’는 중국식 표현으로, 무허가·과잉 생산 단속 정책을 뜻한다.
전문가 시각과 향후 전망
시장 전문가들은 “규제 불확실성과 프로젝트 지연이 겹치면서 당분간 리튬 가격이 박스권 하단을 지지받을 가능성이 커졌다”고 진단한다. 특히 전기차 시장이 둔화 양상을 보이는 북미에서도 IRA(인플레이션 감축법) 보조금 확대가 예고돼 수요 반등이 예상된다. 이에 따라 중장기 공급망 안정화 전략이 필요한 시기라는 평가가 나온다.
한편, UBS는 “장기적으론 대규모 신규 광산 개발과 재활용(Recycling) 기술 발전이 가격 상단을 제한할 수 있지만, 단기 공급 공백은 피하기 어렵다”고 분석했다. 규제를 통한 구조조정이 마무리되는 시점이 리튬 시장의 새로운 균형점이 될 것이라는 전망도 제시됐다.
결국 CATL의 광산 중단 사례는 중국 내 자원 개발 규제 강화 흐름을 재확인시켰으며, 글로벌 배터리 산업은 공급 다변화와 기술 혁신을 통해 대응책을 마련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