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최대 전기차(EV) 업체 BYD가 헝가리 신공장의 본격 양산 시점을 2026년으로 연기하고, 초기 2년 동안은 계획 대비 낮은 가동률을 유지할 것으로 알려졌다. 반면 터키의 신규 공장은 예정보다 빠르게 가동을 시작해 생산량을 크게 늘릴 방침이다.
2025년 7월 22일, 인베스팅닷컴이 로이터통신 단독 보도를 인용해 전한 바에 따르면, 이번 생산 전략 조정은 BYD 내부 소식통 2명 이상의 증언을 통해 확인됐다. 회사 측은 공식 입장을 내놓지 않았지만, 소식통들은 “허가받지 않은 정보 공개를 피하기 위해” 익명을 조건으로 발언했다.
헝가리 세게드(Szeged) 공장: 4억 유로 투입, 그러나 ‘저속 시동’
헝가리 남부 세게드에 건설 중인 4억 유로(약 4조 6,400억 원) 규모의 공장은 최초 설계 기준 연 15만 대 생산 능력을 갖출 예정이었다. 그러나 소식통들은 “2026년 한 해 동안 생산량이 수만 대 수준에 그칠 것이며, 2027년에도 계획치 이하를 기록할 것”이라고 전했다. 장기적으로 BYD는 세게드 공장 최대 생산 능력을 30만 대까지 확장할 목표다.
세게드 공장 지연의 주요 원인으로는 중국 본사 생산 거점에서 제작 중인 생산 라인 설비(tooling)의 후속 일정이 밀린 점이 꼽힌다. 당초 설비는 2025년 9월 설치를 목표로 준비됐으나, 최근 수개월 사이 일정이 뒤로 밀렸다는 설명이다. 또한 헝가리의 상대적으로 높은 인건비·에너지비 역시 초기 가동률을 제한하는 요인으로 분석된다.
터키 마니사(Manisa) 공장: ‘저비용·고효율’ 전략 전환
반면 BYD는 터키 서부 마니사에 건설 중인 10억 달러(약 1조 3,000억 원) 규모 신공장을 통해 2027년 15만 대 이상의 생산을 추진하고, 2028년에는 또 한 차례 대규모 증산을 계획하고 있다. 소식통 가운데 한 명은 “터키 공장은 2026년 말 이전에 시험 생산에 돌입해, 2027년에는 헝가리 공장을 능가하는 물량을 유럽 시장에 공급할 것”이라고 말했다.
터키는 이미 도요타, 스텔란티스, 포드, 현대차, 르노 등 글로벌 완성차 기업이 생산 거점으로 활용해온 전통적 ‘저비용 제조 허브’다. 2025년 3월 터키 정부는 중국 체리(Chery)의 연간 20만 대 규모 공장 투자(10억 달러)를 승인한 바 있어, BYD의 공장 신설도 이러한 분위기와 맥을 같이한다.
EU 관세 압박·노동비 격차가 결정적 요인
유럽연합(EU)은 중국산 전기차에 반보조금(anti-subsidy) 관세를 부과하고 있다. BYD가 중국 공장에서 생산해 유럽에 수출하는 차량에는 기본 10% 관세에 더해 총 27%의 관세가 적용된다. 헝가리 공장을 통해 현지 생산·판매하면 관세를 피할 수 있지만, 앞서 언급한 인건비·에너지 비용 부담이 만만치 않다. 이에 BYD는 EU와 관세 동맹을 체결하지 않았지만 물류·인건비가 저렴한 터키를 적극 활용해 무관세 수출 효과를 노린다는 전략이다.
‘반보조금 관세’란 국가 보조금을 받은 외국 기업이 자국 시장에서 부당하게 가격 우위를 취하지 못하도록 부과하는 추가 관세다. 이는 자유무역협정(FTA)과 별개로 시행되며, 미국·EU가 중국산 제품에 빈번히 적용하고 있다.
소식통 A: “터키 공장 생산량은 2027년 단숨에 15만 대를 훌쩍 넘어설 것이고, 2028년에는 또 한 번 대폭 확대될 것이다.”
어떤 차종을 어디서 만들까?
차종 배치 역시 흥미롭다. 소식통 B는 헝가리 세게드에서 Atto 3, Dolphin 그리고 초저가 모델 Seagull을 생산할 것이라 밝혔고, 또 다른 소식통은 Atto 2, Atto 3, Dolphin 생산을 예고했다. 터키 마니사 공장에서는 Seal U 순수 전기 SUV, Sealion 5(전기 또는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미정)와 더불어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모델인 Seal U DM-i, Seal 06 DM-i가 라인업에 포함될 전망이다.
플러그인 하이브리드(PHEV)는 배터리 충전이 가능한 내연기관+전기 모터 혼합 구동 방식을 의미한다. 순수 전기차 대비 주행·충전 인프라 부담이 낮지만, 일부 국가에서는 완전전동화 목표 정책과 충돌해 규제 대상이 되기도 한다.
급증하는 유럽 수요…그러나 ‘딜러망’ㆍ’인재’ 확보는 과제
S&P 글로벌 모빌리티 분석에 따르면, BYD의 유럽 판매량은 2024년 8만 3,000대에서 2025년 18만 6,000대로 두 배 이상 증가할 전망이다. 또한 2029년에는 40만 대에 육박할 것으로 예측된다. 가격 경쟁력은 강점이지만, BYD는 현지 딜러 네트워크 부족, 유럽 시장 경험을 갖춘 경영진 부재, 하이브리드 모델 위주 제품 구성 등으로 ‘전략적 시행착오’를 겪어 왔다.
BYD는 브라질 공장 가동을 확대 중이지만, 중국 건설업체를 고용하는 과정에서 노동 착취 의혹으로 브라질 검찰에 피소되며 이미지 타격을 입었다.*노동 착취 의혹은 현재 조사 단계로, 법원의 판결은 나오지 않았다.*
〈기자 해설〉 BYD의 ‘다변화’ 전략, 득실은?
헝가리에서 터키로의 부분적 생산 이관은 BYD가 유럽 내 고임금·고에너지비 구조를 우려하고 있음을 방증한다. 이는 곧 EU가 의도했던 “현지 투자 유치→양질의 일자리 창출” 선순환과 배치될 수밖에 없다. 반면 터키는 EU 관세 장벽을 피해 가면서도 인건비 메리트를 누릴 수 있는 절묘한 ‘제3의 선택지’다. BYD가 터키 생산 비중을 확대하면, 향후 EU·터키 간 통상·관세 협상에서 새로운 변수가 될 수 있다.
또한 세게드 공장의 생산 지연은 배터리·반도체 공급망 문제 또는 유럽 전력 비용 상승 리스크가 겹친 복합 결과일 가능성이 있다. BYD 입장에서는 초기 저속 가동을 통해 유럽 시장 수요 변동성을 관찰한 뒤, 안정적일 때 설비 투자와 인력을 본격 확대하려는 것으로 풀이된다.
투자자 관전 포인트는 크게 두 가지다. 첫째, 터키 공장의 빠른 증산이 EU 내 가격 경쟁을 더욱 격화시킬지 여부. 둘째, 헝가리 공장이 장기적으로 30만 대 풀캐파를 달성할 수 있을지다. 만약 세게드가 계획만큼 속도를 내지 못한다면, 헝가리 정부와 EU 집행위원회가 BYD에 추가 인센티브나 규제 완화 카드를 제시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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