런던—BP가 3분기 기초 실적 하락폭을 시장 예상보다 작게 제한하며 선방했다다. 정제(refining)를 중심으로 전 부문 고른 호조가 이어져 원유 가격 약세의 악영향을 상당 부분 상쇄했다. 다만 그룹 차원의 핵심 자산 매각 안건인 윤활유 브랜드 ‘캐스트롤(Castrol)’ 매각에 관해서는 새로 알릴 만한 진전이 없다고 밝혔다.
2025년 11월 4일, 로이터 보도에 따르면, BP는 3분기 실적 발표에서 “정제 마진 개선과 고객·제품 부문 실적 개선이 하락한 원유 가격을 메웠다”는 점을 강조했다. 반면, 200억 달러 규모의 자산 매각 프로그램의 핵심인 캐스트롤 매각 절차와 관련해서는 구체적인 업데이트를 내지 않았다. 이 매각 프로그램은 순부채를 낮추고 포트폴리오를 재편하려는 그룹 전략의 중심축으로 제시돼 왔다.
BP는 전 CEO 버나드 루니(Bernard Looney) 재임기 중 진행한 재생에너지 부문 확장 시도가 기대에 미치지 못한 이후, 수익성 제고와 비용 절감, 그리고 투자 재배치를 통해 석유·가스 본업에 다시 무게를 싣는 전략을 천명해 왔다. 8월에는 석유·가스 생산 자산의 개발·현금화 방안에 대한 전면 검토에 착수했으며, 알버트 매니폴드(Albert Manifold) 신임 이사회 의장은 지난달 취임 직후 “수익성 극대화를 위한 포트폴리오의 보다 깊은 재편”을 주문했다.
앞서 로이터는 5월 복수의 소식통을 인용해 BP가 이미 캐스트롤 매각 절차를 시작했다고 보도한 바 있다. 이에 대해 머리 오클린클로스(Murray Auchincloss) CEO는 로이터와의 통화에서 다음과 같이 말했다.
“관심이 큽니다. 순조롭게 진행 중이며, 준비가 되는 대로 업데이트하겠습니다.”
정제 호조가 실적을 견인
BP는 3분기 기초 대체원가 기준 이익(underlying replacement cost profit), 즉 조정 순이익을 22억 1천만 달러로 발표했다. 이는 회사가 자체 집계한 애널리스트 설문에서의 평균 전망치 20억 2천만 달러를 웃돈 성과이며, 전년 동기(22억 7천만 달러)와 유사한 수준이다. BP의 주요 사업부 모두가 컨센서스를 상회하는 실적을 냈다고 회사는 밝혔다.
특히 고객·제품(customers and products) 부문은 정제 마진 확대의 수혜로 17억 달러의 이익을 내며 전년 동기 3억 8,100만 달러 대비 큰 폭으로 개선됐다. 지난해 같은 기간에는 미국 휘팅(Whiting) 정유공장의 대규모 가동 중단으로 실적이 위축됐었다. 회사에 따르면 고객 부문은 3분기 사상 최고 성과를 기록했으며, 정유 설비 가동가능률(availability)은 약 97%로 나타나 현 포트폴리오 기준 최근 20년 중 가장 우수한 분기를 달성했다.
주가 측면에서 BP 주식은 장 초반 상승폭을 반납하고 그리니치표준시(GMT) 기준 10시 8분에 1.2% 하락했다. 그럼에도 같은 시점 유럽 에너지 기업 전반 지수의 1.9% 하락보다는 양호한 흐름을 보였다. 회사는 분기별 자사주 매입 속도를 3분기 동안 7억 5천만 달러로 유지했다고 밝혔다.
오클린클로스 CEO는 올해 체결됐거나 발표된 자산 매각 계약 규모가 약 50억 달러에 이를 것으로 예상했다. 이는 월요일 발표한 미국 본토 파이프라인 소수지분 매각 등이 기여한 결과라고 설명했다.
원유 가격 하락, 업종 전반 압박… 거래·정제·생산이 방어
3분기에는 브렌트유 평균 가격이 전년 대비 13% 하락하면서 업종 전반의 이익을 짓눌렀다. 이에 따라 사우디 아람코, 셸, 토탈에너지 등 경쟁사들의 분기 이익도 감소했다. 다만 업계 전반에서 거래 부문 성과, 정제 마진 개선, 그리고 생산량 증가가 가격 하락의 충격을 완화하는 완충 역할을 했다.
BP의 3분기 영업현금흐름은 78억 달러로 전년 동기 68억 달러를 상회했다. 회사가 사전에 가이던스한 바와 같이, 순부채는 직전 분기 대비 약 260억 달러 수준에서 안정적으로 유지됐다. BP는 2027년 말까지 순부채를 140억~180억 달러 범위로 낮춘다는 목표를 제시하고 있다.
용어 설명과 맥락
– 기초 대체원가 이익(Underlying Replacement Cost Profit): 석유·가스 기업이 원유·제품 재고의 시가 변동 효과를 제거하고, 일회성 요인을 제외해 본업의 반복 가능한 수익력을 보여주는 지표다. 한국어 뉴스에서 흔히 ‘조정 순이익’으로 번역된다.
– 정제 마진(Refining Margin): 원유를 휘발유·경유 등 제품으로 정제했을 때의 제품 판매가와 원유 투입가의 차이다. 유가 급락기에는 투입가가 낮아져 마진이 확대될 수 있다.
– 정유 설비 가동가능률(Availability): 계획·비계획 정지 시간을 제외하고 실제로 설비가 가동 가능한 시간의 비율을 뜻한다. 높은 가동가능률은 생산 효율과 비용 경쟁력 개선으로 직결된다.
– 브렌트유(Brent): 북해산 원유의 대표 벤치마크로, 국제 원유 가격의 기준으로 널리 쓰인다. 기사에 언급된 전년 대비YoY 13% 하락은 3분기 평균 가격을 비교한 수치다.
분석: ‘정제’가 벌충한 약한 유가, 관건은 포트폴리오 재편 속도
이번 실적의 핵심은 두 가지다. 첫째, 정제 부문과 고객·제품 부문의 구조적 회복이 원유 가격 하락의 부정적 레버리지를 흡수해 컨센서스 상회를 이끌었다는 점이다. 미국 휘팅 정유공장의 작년 대규모 셧다운 기저 효과와 함께, 97%에 근접한 가동가능률은 비용·볼륨 면에서 의미 있는 개선 신호다. 둘째, 자본 배분과 포트폴리오 재편이 실적의 향방을 가를 변수로 남아 있다. 회사는 연내 약 50억 달러의 자산 매각을 전망하고, 자사주 매입 7억 5천만 달러를 유지해 주주환원 신뢰를 이어가고 있다.
그러나 캐스트롤 매각에 관한 구체적 로드맵 부재는 여전히 투자자 관심의 초점이다. 경영진이 언급했듯 관심은 ‘강하다’고 하지만, 규모가 큰 비핵심 자산의 매각은 가격·구조·세무 이슈 등 복합 변수를 안고 있어 통상 시간이 걸린다. 업종 차원에서는 브렌트유 약세가 이익 전망의 하방을 누를 수 있으나, 동시에 정제 마진과 트레이딩 성과가 방어막 역할을 지속할 수 있다. BP의 순부채 260억 달러 수준과 2027년 말 140억~180억 달러 목표 사이의 간극을 메우는 과정에서, 매각 대금 유입, 현금흐름 창출력, 배당·자사주 매입의 균형이 핵심 체크포인트가 될 것이다.
요약하면, 3분기 BP는 ‘예상보다 나은 방어’를 보여줬다. 하지만 포트폴리오 리셰이핑이 얼마나 신속하고 질서 있게 진행되느냐가 향후 몇 분기 동안 주가와 밸류에이션 리레이팅의 촉매가 될 전망이다. 현재로서는 정제·트레이딩의 탄탄한 체력이 원유 가격의 탄력적 변동을 상쇄해 주는 구도를 유지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