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P, 2분기 실적 전망 상회…“주주 환원 강화 위해 자산·비용 전면 재검토”

영국 에너지 대기업 BP가 2분기 시장 전망을 웃도는 실적을 발표하며 주주 가치 제고를 위한 대규모 구조조정 의지를 다시 한 번 천명했다. 회사는 포트폴리오 전면 재검토와 추가 비용 절감에 나서겠다고 밝혀, 이미 진행 중인 200억 달러 규모 자산 매각·비용 축소 계획보다 더 강도 높은 조치가 뒤따를 것이란 관측을 불러왔다.

2025년 8월 5일, 로이터 통신 보도에 따르면 머리 오치인클로스(Murray Auchincloss) BP 최고경영자(CEO)는 이날 성명에서 “BP는 주주들을 위해 더 나은 성과를 반드시 실현할 것”이라며 “자본 배분 최적화를 위해 모든 사업 자산을 면밀히 점검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비용 구조 전반에 대한 추가 검토(additional cost review) 역시 시작했다”고 덧붙였다.

오치인클로스 CEO는 올해 초 행동주의 펀드 엘리엇 매니지먼트(Elliott Management)의 압박 속에 2027년까지 2,000억 달러 규모 자산 매각지출·부채·비용 축소 계획을 공표했다. 그는 이번 발표에서 “알버트 매니폴드(Albert Manifold) 차기 이사회 의장 내정자와 긴밀히 협의해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매니폴드는 내달 헬게 룬드(Helge Lund) 현 의장을 교체할 예정이며, 룬드는 과거 BP의 공격적 재생에너지 투자 정책에 찬성했다가 비판을 받은 바 있다.


● 핵심 지표 및 세부 실적

BP는 2분기 언더라이잉 리플레이스먼트 코스트(underlying replacement cost) 기준 순이익24억 달러로 전년 동기(28억 달러) 대비 14% 감소했지만, 시장 컨센서스(18억 달러)를 크게 상회했다고 밝혔다.

언더라이잉 리플레이스먼트 코스트*는 유가 변동에 따른 재고평가 손익을 제외해 현금 창출 능력을 파악하기 위한 지표다.
* 영국·유럽 에너지 기업들이 자주 사용하는 비IFRS 지표.

BPA 주가는 발표 직후인 GMT 기준 07시01분2.5% 상승했으며, 같은 시간 유럽 에너지 기업 지수(STOXX 600 Oil&Gas)가 1% 오르는 데 그친 것과 대비됐다.


● 사업 부문별 실적과 전략

고객·제품(customers & products) 부문영업이익이 33% 급증했다. 이는 강력한 오일 트레이딩 실적과 판매 물량 증가, 루브리컨트 자회사 캐스트롤(Castrol) 영업이익 20% 상승 덕분이다. BP는 캐스트롤 지분 매각 방침도 재확인했다.

가스·저탄소 에너지(Gas & Low Carbon) 부문 역시 시장 예상을 넘어섰고, 전년 동기 수준을 약간 상회했다. 이 부문은 BP의 탄소중립 전환 전략 핵심으로 꼽히지만, 석유·가스 가격 변동에 민감하다는 지적이 따른다.

BP는 2025년까지 연간 30~40억 달러 규모 자산 매각(divestment)을 목표로 두고 있으며, 이번 분기까지 누적 30억 달러를 회수했다. 총부채(net debt)는 전분기 대비 10억 달러 감소한 260억 달러로 집계됐다. 회사는 2027년 말까지 부채를 140억~180억 달러 수준으로 축소하겠다고 공언해 왔다.


● 주주 환원 정책 강화

배당금은 1분기 주당 8센트에서 8.32센트로 인상됐다. BP는 3분기 실적 발표 시점까지 7억5,000만 달러 규모 자사주를 추가 매입해 연간 35~40억 달러 수준의 자사주 매입 속도를 유지하겠다고 설명했다.
BP가 투자자 대상 장기 가이던스로 제시한 연간 자사주 매입액.

그러나 BP 주가는 2020년 재생에너지 전환 선언 이후 경쟁사 대비 부진을 면치 못했다. 올 2월 전략 재조정 발표 이후에도 BP 주가는 3.5% 하락한 반면, 동기간 셸(Shell)엑슨모빌(Exxon Mobil) 주가는 각각 2.4% 상승했다.

글로벌 벤치마크 브렌트유(Brent Crude) 평균 가격은 2분기 배럴당 67달러로 1분기 75달러, 전년 동기 85달러 대비 크게 하락했다. 이에 따라 BP는 유가가 안정적으로 10달러 하락할 경우 향후 투자 지출을 25억 달러 추가 삭감할 수 있다는 방침을 재확인했다.


● 업계·시장 평가

시장 전문가들은 BP의 배당 및 자사주 매입 확대가 단기적인 투자 매력을 높일 수 있다는 점에 주목한다. 다만, 지속적인 유가 약세와 구조적 전환 비용이 장기 성장성을 제약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BP 내부적으로도 “추가 지출 삭감은 장기 성장 잠재력을 희생할 수 있다”는 경고가 언급됐다.

또한, 행동주의 투자자인 엘리엇의 압박이 지속될 경우 BP 경영진은 더 공격적인 비용 절감이나 비핵심 자산 매각 카드를 검토할 가능성이 크다. 이는 단기 실적에는 긍정적일 수 있지만, 재생에너지·저탄소 사업 확장 속도를 늦춰 ‘에너지 전환’ 목표 달성 시점을 지연시킬 수 있다는 우려도 병존한다.

BP가 가이던스대로 연간 40억 달러 상각·자사주 매입을 이행할 경우, 배당·자사주 합산 주주환원율은 시가총액 대비 약 7%에 이른다는 계산이 가능하다. 업계 평균(4~5%)보다 높은 수치로, 증권가에서는 “현금창출력이 단기적으로는 과소평가됐다는 의견이 제기된다.


● 용어·배경 설명

언더라이잉 리플레이스먼트 코스트(Underlying Replacement Cost)는 보유 재고의 평가손익을 제외해 영업 활동에서 창출된 순이익을 보여주는 지표다. 전통적인 ‘순익(net income)’보다 유가 변동 영향이 작아 현금 흐름 분석에 유용하다.

캐스트롤(Castrol)은 BP가 100% 보유한 자동차·산업용 윤활유 브랜드다. 글로벌 시장점유율은 약 20%로 추정되지만, BP 내부에서는 ‘정유·화학’ 본업과 시너지가 제한적이라는 이유로 매각 후보에 꾸준히 오르는 자산이다.

한편, 엘리엇 매니지먼트는 공격적 주주행동으로 유명한 미국계 헤지펀드다. 최근에도 글로벌 에너지·원자재 기업 지분을 늘리며 경영 효율화와 주주환원 확대를 촉구하고 있다. BP가 추가 비용 절감을 언급한 배경에도 엘리엇의 전략적 압박이 자리하고 있다는 해석이 지배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