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은행(BOJ)이 올해 4분기 추가로 기준금리를 인상할 것이라는 관측이 시장에서 한층 무게를 얻고 있다. 로이터 통신이 73명의 이코노미스트를 대상으로 실시한 최신 설문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63%가 오는 분기 중 기준금리를 최소 0.25%p(25bp) 올려 0.75% 수준에 도달할 것으로 전망했다. 이는 불과 한 달 전 동일 조사(54%)보다 9%p 늘어난 수치다.
2025년 8월 21일, 로이터 통신 보도에 따르면 미국 고용시장 둔화로 연방준비제도(Fed)의 내달 금리 인하 기대가 부상했음에도, 일본은행의 완만한 긴축 기조는 지연되지 않을 것이라는 데 70%의 전문가가 동의했다. 시장은 여전히 연말까지 0.25%p 추가 인상을 가격에 반영하고 있다.
설문에 참여한 71명 중 45명(63%)은 10월 통화정책회의에서 인상을 예상했고, 40명 가운데 38%는 구체적 시점으로 10월을 선택했다. 이어 30%가 내년 1월, 18%가 올 12월을 꼽았다. BOJ는 9월 중순 열릴 차기 회의에서는 92%(67명 중 67명)가 ‘동결’을 예상했다.
해석이 필요한 용어
Basis Point(bp)는 금리·수익률 변동폭을 세분화해 표시할 때 쓰는 금융 용어로, 1bp는 0.01%p에 해당한다. 따라서 25bp는 0.25%p를 의미한다.
전망 근거 및 시기 선택 배경
T&D자산운용의 나미오카 히로시 수석전략가는 “10월에는 미국 통화정책 방향과 일본 정치 일정을 모두 확인한 뒤 대응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같은 달 발표되는 BOJ 분기 전망보고서와 전국 지점장 회의 직후 열리는 정책회의 일정도 의사결정을 용이하게 한다는 분석이다.
일본은행은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2% 목표를 3년 넘게 상회하는 상황에도, 미·일 금리 차, 미국 관세정책이 실물경제에 미칠 잠재적 충격 등을 의식해 긴축 속도를 조절해 왔다. 그러나 물가 오버슈트가 장기화하면서 노조·기업의 임금 인상 압력이 누적되고, 장단기 금리차가 커진 예·적금 수익률 역전 현상 등이 가계·금융시장 불균형을 키운다는 지적도 적지 않다.
설문 부가 질문: 무역·재정 이슈
“미·일 무역협정은 대체로 긍정적” – 응답자 29명 중 22명(76%)
이코노미스트 29명 중 22명은 일본과 미국 간 무역협정을 ‘전적으로’ 혹은 ‘어느 정도’ 찬성한다고 답했다. 반면, 지난해 참의원 선거에서 소비세 인하를 내건 야당 세력이 의석을 늘린 이후 재정 지출 확대 압력이 커진 데 대해 31명 중 21명(68%)이 “우려된다”고 답했다.
노무라증권 모리타 교헤이 수석이코노미스트는 “하원 선거에서 여당이 과반을 잃은 이후 단기 인기 위주의 정책 선택이 쉬워졌다”며 “재정건전성 훼손 위험이 커지고 있다”고 경고했다. 다만 스미토모미츠이은행의 다케모토 준야 선임이코노미스트는 “금리 상승이 본격화하는 환경에서 여당이 과도한 적자 확대를 용인할 가능성은 낮다”고 선을 그었다.
차기 총리와 정책 연속성
후보별 경제정책이 중·장기 성장에 가장 유리할지에 대해선 의견 일치를 보지 못했다. 응답자들은 고이즈미 신지로, 기시다 후미오 등 잠재 후보군을 거론했으나 뚜렷한 우위는 나타나지 않았다.
이는 정책 일관성 변동성이 높아질 수 있음을 시사한다. 정치·통화·재정이 뒤엉킨 복합 리스크가 시장 변동성을 자극할 경우, 외환시장에서는 엔화 가치가 단기적으로 널뛰기를 반복할 수 있다는 관측도 제기된다.
전문가 시각과 향후 변수
① 인플레이션 모멘텀 – 에너지·식품을 제외한 근원물가가 2% 중반을 유지할 경우 BOJ의 추가 긴축 명분은 강화된다.
② 미국 Fed 정책 – 9월 Fed가 인하에 돌입하면 미·일 금리차 축소가 진전돼, BOJ의 급격한 긴축 필요성은 일부 완화될 수 있다.
③ 내년 임금교섭 – 2026년 춘투 결과가 물가-임금 나선을 정착시키는지 여부가 중·장기 금리경로에 결정적이다.
현재 스왑시장은 연말까지 25bp 추가 인상을 70% 내외 확률로 반영하고 있다. Fed의 선제 인하가 현실화해도 “BOJ는 완전 고립형 통화정책을 추구하기 어렵다”는 게 시장의 중론이다.
결론 및 전망
결국 10월 인상설은 BOJ가 내부·외부 환경을 두루 점검할 ‘골든 타임’에 방점을 찍는다. 그러나 미·중 무역갈등, 일본 내 정치 지형 변화, 글로벌 공급망 재편 등 불확실성이 여전히 상존한다. 금융시장은 연말까지 정책 시그널에 극도로 민감하게 반응할 가능성이 높다.
투자자들은 일드커브변동성(수익률 곡선 변동폭), 글로벌 채권자금 흐름, 엔화 환율을 주시하면서, BOJ가 장기금리 상단 조정 등 비전통적 수단을 병행할지 여부를 가늠해야 한다. 단기채권·금리 파생상품을 활용한 헤지 전략 수요도 커질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