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OJ, 추가 금리 인상 채비…시기는 유연하게 열어둬

일본은행(BOJ)식품 가격 상승이 광범위한 물가 압력으로 번질 위험을 처음으로 공식 언급하며, 추가 기준금리 인상을 위한 포석을 본격적으로 깔았다고 분석된다.

2025년 8월 3일, 로이터 통신 보도에 따르면 가즈오 우에다 총재가 이끄는 BOJ는 전날 정책회의 후 열린 기자회견에서 신중한 태도를 유지했으나, 이사회가 채택한 분기별 전망 보고서에는 매파적(통화 긴축 선호) 신호가 다수 포함됐다.

우에다 총재는 “정책 결정은 기저 인플레이션이 2%에 확고히 도달했는지 여부보다, 그 수준에 도달할 가능성이 얼마나 높은지에 달려 있다”면서도 현행 0.5%인 정책금리가 “여전히 매우 낮다”고 강조했다.


1. 전망 보고서가 던진 매파 신호

BOJ는 5월 1일 이전 보고서에서 미국발 관세 충격 가능성을 이유로 ‘매우 높은 불확실성’을 언급했으나, 이번 보고서에서는 ‘매우’라는 단어를 삭제해 우려 수위를 한 단계 낮췄다. 동시에 물가 전망을 상향 조정하고, 물가 리스크 균형을 “대체로 균형”으로 판단해 5월의 “하방 위험 우세” 진단을 거둬들였다.

보고서는 또한 “기업들이 원자재뿐 아니라 노동·물류비까지 전가하면서 가격 상승이 예상보다 길어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는 제2차 파급효과(Second-round effects), 즉 음식료 등 자주 구매하는 품목의 지속적 가격 상승이 임금·기대인플레이션을 통해 물가 전반을 끌어올리는 현상을 일컫는다.

“식품 인플레이션이 당초 일시적 현상으로 여겨졌으나, 최근에는 그 지속성 자체가 정책 변수로 떠올랐다.” — BOJ 전망 보고서 중

2. 시장과 전문가들의 해석

미쓰비시UFJ모건스탠리증권의 무구루마 나오미 채권 전략가는 “모든 회의가 ‘라이브’가 됐다”며, BOJ가 기회만 되면 금리 인상을 단행할 태세라고 진단했다.

스왑 금리(장래 금리 기대를 반영하는 파생상품 가격)는 10월 회의에서 금리를 0.75%로 올릴 가능성을 54%, 12월 회의에서 올릴 가능성을 71%로 각각 시사한다. *스왑 금리란? 채권·파생시장 참가자들이 중앙은행 향후 금리 경로를 예측해 거래한 결과로, 실제 정책금리 변동 기대를 수치로 보여주는 지표다.

3. 관세·글로벌 경기 우려 완화

우에다 총재는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4월 ‘상호주의 관세’를 예고했을 때만 해도 “경제가 절벽에서 떨어질 위험”을 우려하며 긴축 사이클을 잠시 멈췄다. 그러나 7월 미·일 무역 합의 이후 불확실성이 일부 해소돼, BOJ는 다시 정책 정상화 기조로 복귀한 것으로 풀이된다.

4. 물가·임금 동학 가속

BOJ는 지난해 10년 넘게 유지해온 초저금리 기조를 종료하고, 올해 1월 금리를 0.5%로 인상했다. 당시 근거로 제시된 것은 ‘가격 인상을 꺼리던 기업 문화의 변화’였다. 이러한 변화는 최근 더 빨라지는 양상이다.

일본 민간 싱크탱크 테이코쿠데이터뱅크에 따르면, 8월 한 달에만 1,010개 식·음료 품목이 가격을 올렸고, 10월에는 3,000여 품목이 추가 인상될 전망이다.

BOJ워처로 유명한 이와시타 마리 이코노미스트는 “식품 인플레이션은 당분간 꺾이지 않을 것”이라며 “임금 인상세가 더 확실해지면 BOJ가 금리를 올릴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5. 향후 일정과 정책 시나리오

BOJ는 9월, 10월(분기 전망 포함), 12월 세 차례 남은 올해 회의에서 필요시 추가 인상을 단행할 수 있다고 밝혔다. 로이터가 지난달 실시한 설문에서 대다수 경제학자는 연말 전 한 차례 인상을 예상했다.

다만 우에다 총재는 “서두르지는 않겠다”고 언급, 물가·임금·환율·미 관세 동향 등 데이터를 종합해 결정하겠다는 입장을 재확인했다.

6. 용어·배경 설명

Second-round effects: 1차 가격 충격이 임금 인상과 기대 인플레이션을 통해 다른 재화·서비스 가격에도 영향을 미쳐, 물가 상승이 지속·확산되는 현상이다.

스왑 금리(Swap rates): 시장참가자들이 미래 정책금리 수준을 교환(스왑)하기로 계약하면서 형성되는 금리다. 따라서 스왑 금리는 중앙은행의 향후 금리 경로에 대한 집단 지표로 간주된다.

이처럼 일본은행은 식품가격이 주도하는 기조 물가 상승과 기업의 비용 전가 움직임을 주시하며, 추가 인상 카드를 ‘언제든 사용 가능한 상태’로 유지하고 있다. 향후 발표될 임금·물가 지표와 글로벌 무역환경이 결정적 변수로 작용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