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ofA, “EU 국방예산 확대, 생각만큼 빠르고 간단하지 않을 것”

[유럽 방위비 테마 리포트] 유럽연합(EU) 회원국들이 수년간의 예산 동면을 끝내고 국방비 지출을 늘릴 조짐을 보이고 있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고조된 지정학적 긴장이 방위력 재정비를 압박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뱅크오브아메리카 증권(BofA Securities) 경제팀은 대부분의 EU 회원국이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신규 목표를 충족하려면 “빠르고 간단한 길은 없다”고 경고한다.

2025년 8월 9일, 인베스팅닷컴 보도에 따르면 BofA는 최근 보고서에서 “방위비 조정은 생각보다 더디고, 재정 현실과 빈틈없는 조율 없이는 불가능하다”고 강조했다. 특히 남유럽 주요 국가들의 재정 여력이 이미 한계에 이르러, 추가 지출은 곧바로 부채 증가 압력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고 진단했다.

BofA가 실시한 시뮬레이션에 따르면, 국내총생산(GDP)의 3.5%라는 NATO 합의 기준을 2028년까지 달성할 경우, 포르투갈·그리스 등과 함께 남유럽 국가들의 정부부채 비율이 기준 시나리오 대비 2.4~4.1%p 상승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 은행은 “특히 스페인과 이탈리아의 경우, 이미 높은 국가채무가 구조적 위험을 키우고 있다”고 분석했다.

목표치를 5%까지 끌어올리면 상황은 더욱 심각해진다. 보고서는 “부채 지속 가능성에 대한 의문이 본격화될 것”이라며, 스페인·이탈리아의 재정 부담을 “우려스럽다”고 표현했다.


현재 프랑스와 이탈리아는 EU의 과도 적자 절차(Excessive Deficit Procedure·EDP) 하에 놓여 있다. 이 절차는 재정적자·국가채무가 EU 기준을 초과할 때 집행위원회가 시정 조치를 요구하는 감독 장치다. 스페인 역시 재정 통합이 지연되면서 “재정 건전성에 취약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EU 차원의 재정 완충장치로 거론되는 National Escape Clause(NEC)Security Action for Europe(SAFE) 역시 아직 본격 가동 단계에 진입하지 못했다. 두 제도는 ReArm Europe Plan/Readiness 2030 아래 출범했으나, 핵심 회원국들의 대규모 예산 반영으로 이어지지 못한 상태다.

구체적으로 프랑스·이탈리아·스페인은 NEC를 완전히 발동하지 않았고, 그리스·포르투갈만이 제한적으로 혜택을 활용했다.

“정치·경제적 균형을 맞추는 과정이 복잡해, 상당한 규모의 국방비 증액을 단기간에 달성하기는 어렵다.” — BofA 증권 보고서

용어 정리
NEC는 EU가 비상 상황에서 회원국 재정 규칙을 일시 유예하는 조항이다. SAFE는 방위·안보 투자 프로젝트에 EU 보증을 제공해 국방산업을 지원하는 재정 프로그램이다. EDP는 EU 통합 재정규율의 핵심 수단으로, 적자가 GDP 3%·채무가 60%를 초과하면 적용된다.


전문가 시각 — 기자는 이번 보고서가 EU 재정정책의 ‘두 갈래 길’을 재조명한다고 본다. 방위력 공백을 메우려면 지출 확대가 필수지만, 이미 팽창한 국가채무는 시장 신뢰를 훼손할 수 있다. 결국 두 과제를 동시에 달성하려면 EU 공동차원의 ‘재정 뒷받침’이 불가피하다는 점이 확인된다.

또한 중장기 국방계획의 다년 예산 편성과 같이 구조적인 접근이 필요하다. 단순히 연간 예산을 늘리는 방식은 정권 교체·정치 일정에 따라 삭감될 위험이 크다. 반면 공유 방위 플랫폼 구축이나 역내 공동 장비 조달은 초기 비용이 높아도 규모의 경제를 바탕으로 재정 부담을 분산시키는 효과가 있다.

마지막으로, 글로벌 방산 시장은 기술 혁신민·군 겸용(dual-use) 산업으로 빠르게 재편되고 있다. EU가 목표 비율을 충족하느냐보다 어떤 품목에, 어떤 방식으로 투자하느냐가 향후 안보 지형을 결정할 핵심 변수다. BofA 분석이 ‘빠르고 간단하지 않다’고 지적한 이유도, 숫자 이상의 복합 고려가 필요하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결론
보고서는 “궁극적으로 EU 차원에서 상당한 역할 분담이 필요하다”고 요약한다. 다시 말해, 국가별 재정 여건만으로는 NATO 목표 달성이 어렵다는 현실이 명확해졌다. 향후 EU 집행위원회와 회원국 재무장관회의가 어떤 재정적 유연성공동 투자 메커니즘을 내놓을지 주목된다.